서도순은 미진을 이끌고 장포를 갈아입혔다. 그는 이번에는 눈치를 길러, 태자를 위해 준비한 관복에서 장식을 줄이고 여러 종실(宗室)*과 비슷하게 맞추었다. 그리고 태자가 몸에 걸치게 하지 않고, 보갑, 여두반낭과 함께 쟁반 위에 받쳐 올리도록 하였다.*임금의 친족. “태자께서는 이번에 수급(首級)*을 바치고 귀부하시는 것이니, 복장을 융숭히 해서는 마땅치 않습니다.”서도순은 쟁반을 미진에게 받쳐 올리며, 드물게도 조금 진심을 드러냈다.“……이제 만사가 정해졌으니, 태자께서는 지존 앞에서 부디 위세를 부리지 마십시오.”*전쟁에서 베어 얻은 적군의 머리. 쟁반을 받아 든 미진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서도순은 스스로 할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하여, 고개를 숙이고 미진을 이끈 채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바람이 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