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은 그림자 아래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팽팽하게 굳혔다. 위장이 격렬하게 뒤틀렸다. 생선 살이 채 소화되지도 않았는데, 양고기의 냄새가 뒤따라 치밀었다. 그러나 그는 끝끝내 구역질을 억누르고 고기를 힘껏 삼켜냈다.
미, 무, 사.*
*원문에서는 xié(邪)로 발음하는 찰작의 호칭도 모두 耶(yé)로 기재되어 있으나, 구분을 위해 번역에서는 '사'와 '야'로 구별하여 표기함.
그 세 글자는 찰작의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미리난의 위엄을 능가하듯 올라섰다. 벼슬에 오르지도 못 한 숙위 대장 하나가 미진의 귓가에 다가선 채 군왕의 칙령을 가볍게 짓밟아버린 것이다.
미진은 이 순간을 기억할 터였다. 희미한 통증이 귓가에서부터 스며들어, 찰작의 시선을 따라 그의 가슴께까지 흘러들어왔다. 그가 방금 삼킨 것은 양고기뿐만이 아니었다. 이 통증도 함께였다. 그는 이것들을 마음 속에 남겨 두려 하였다.
“당신 목숨은 아주 귀하지요.”
찰작이 계속하여 귓가에 속삭였다.
“바깥에는 당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자들이 아주 많습니다. 기다렸다가 삼라에 간 뒤 죽여 줄 사람을 찾아도 될 것입니다. 분명 기꺼이 해 줄 이들이 있을 테니까요. 이렇게 먹고 토하기를 반복해 봤자 위장만 고생할 뿐, 죽지는 못 합니다.”
“네가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미진의 입안에 비린 맛이 남았다.
“애초부터 내가 토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라면?”
“그럼 어찌 그렇게 힘을 줍니까?”
찰작이 조금 떨어져서 말했다. 얇은 비단 같은 그윽한 빛 속에 그의 얼굴이 덮여 있었다.
“꿀꺽, 하고 말이지요. 깜짝 놀라는 줄 알았습니다.”
미진은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흉악하다고 해도 좋을 눈빛으로 물었다.
“왜 나를 미무‘사’라고 불렀지?”
“왜냐하면 당신이……”
찰작은 시선을 거두고 제 손아귀에 떨어진 털뭉치를 다루듯 미진을 살폈다.
“내가 미무‘야’라고 불러주길 바랐으니까요.”
궤안 위의 음식은 모두 식어 있었다. 촛불이 흔들리며 두 사람의 그림자가 겹치더니, 다시 콩알만 한 등불 아래에서 천천히 갈라졌다.
돌연 미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두 손을 눌러 짚고선, 커다란 압박감이 느껴질 만큼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느릿하게 말했다.
“멋대로 넘겨짚는군.”
“듣자하니 술에 취한 자들은 다들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더군요. 그렇다면, 속마음을 들킨 이는 무어라 말하겠습니까?”
찰작은 조금도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신은 나를 들여보내며 비수 한 자루까지 건네주었지요. 내가 당신을 찔러 주길 너무 오래 기다린 것 아닙니까?”
“이런 일까지 가늠해 보아야 하나보군.”
미진은 손가락으로 비수를 밀어내며 말했다.
“나는 비수를 주면 네가 내 깊은 뜻을 알아차릴 줄 알았건만.”
“그건 나를 탓할 수 없습니다.”
찰작이 드물게 미안하다는 듯 대답했다.
“내가 당신을 찔러야 했던 건 사실이지만, 오늘 밤은 정말로 영업을 쉬는 날이거든요.”
그것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다. 지난밤 동료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찰작은 제법 기꺼운 마음으로 그를 황천에 보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료의 출현이 계획을 흐트러뜨렸다. 규칙에 따르면 찰작은 다음 명령을 조용히 기다려야만 했다. 향낭은 명령을 전하는 증표였다. 이번에 그것은 찰작에게 천수오수 한 닢만 주었다. 이는 찰작이 삼라로 가는 일 외에는 당분간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음을 뜻했다.
“보아하니 너도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군.”
미진이 고개를 숙였다.
“내 생각보다 가엾구나.”
“맞아요.”
찰작은 일종의 시중들기 놀이라도 하는 양 실없이 두 손을 들어 미진의 얼굴 아래를 받치듯 하였다.
“나는 아주아주 가엾습니다. 날마다 걷는 것이든 앉는 것이든 눕는 것이든 남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먹는 것조차 마음 편히 할 수 없거든요.”
찰작은 미진이 조금 전 사람들 앞에서 그가 감히 손을 쓰지 못 한다고 조롱하였던 것처럼 미진을 조롱했다.
“듣자 하니 어떤 표적은 한 번밖에 죽일 수 없다더군. 시기를 놓치면,”
미진의 눈빛에 악의가 가득찼다.
“앞으로 다시는 기회가 없다고.”
“내가 사람을 죽일 때에는 기회 따위 필요하지 않습니다. 죽을 때가 되면, 동궁위랑 팔백 명을 더 불러도 소용이 없을 테니까요.”
찰작은 그 시선을 마주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게다가 당신은 애초에 죽을 생각도 없지 않습니까.”
정말 죽고 싶었다면 지난밤 그렇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분명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을 테지요. ‘태자, 당신은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 알아요. 당신이 아버지를 죽인 것에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요.’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 ‘당신이 이렇게 치욕을 참고 있으니, 저 역시 당신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찰작은 이 몇 마디를 그럴듯하게 흉내 내며 말했다.
“당장들과 위랑들이 줄곧 당신 뒤를 따라다니며 이런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눈물까지 흘리며 당신 발치에 무릎을 꿇은 채 진심으로 슬퍼하며 위로했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그걸 원치 않을 겁니다.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니까요.”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마치 진위가 뒤바뀐 거울 하나를 들여다보는 듯하였다. 미진은 찰작이 계속 말하기를 기다렸다.
찰작은 또박또박 한 마디를 내뱉었다.
“당신은 그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야'라고 불러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런 위로의 말들이 어찌 충분할 수 있겠는가?
미진은 죄를 지었다. 그의 수치는 타인이 보태지 않는 이상 스스로에게 배로 돌아올 뿐이다. 때문에 그는 찰작을 들여보내, 출처도 알 수 없고 규제도 받지 않는 이 자객이 다시금 자신을 몇 번 더 찔러 주기를 바랐다. 그가 무야라는 자를 받아들인 것은 형세에 떠밀린 탓이기도 하였으나, 또한 자기자신에 대한 일종의 처벌이기도 하였다.
찰작은 미진이 원하는 것이 죽음이 아니고 고통임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직 죽을 수 없는 죄인이라고 여겼다. 스스로 형벌을 내리는 것으로는 부족해 다른 사람을 찾아 형을 집행하게 하려 했고, 이것이 오늘 밤 이 만찬의 유일한 목적이기도 하였다.
그러니 찰작이 계하(階下)에서 그토록 웃은 것이다. 이전의 찰작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너무나 빨랐거니와, 그 사람들 역시 하나같이 재미없는 치들뿐이었다. 오직 미진만이 그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는 존재였다.
미진은 다시금 그 따끔거리는 통증을 느꼈다. 꼭 누군가가 그의 몸뚱이를 벌려, 그 안에 있는 이리 같은 야심을 햇볕에 널어 놓은 듯하였다. 재차 위장이 조여들었다. 뱀은 먹이를 삼키면 몸을 둥글게 만 채 혼자 소화한다고 하던 것을, 지금 그에게는 몸을 숨길 곳도 없었다. 그는 조금의 흉포함을 드러내야 했다. 그래야만 이 자객에게 타인의 속마음을 넘겨짚는 일이 화를 부를 뿐이라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 터였다.
등잔불이 튀었다. 가장 먼저, 먼 곳에 놓인 은 머리에 곰의 몸을 한 청동등이 꺼졌다.
궤안이 쾅 하며 가볍게 울렸다. 미진은 제 얼굴 아래에 두었던 찰작의 두 손을 되잡았다. 그러나 찰작은 그 틈을 타고 몸을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이미 가로질러 나간 다리로 궤안의 옆면을 정확히 걷어찼다. 궤안이 다시금 쾅 하며 흔들리자, 음식과 접시, 젓가락도 덩달아 모두 튀어 올랐다.
문가에 있던 서도순이 곧바로 물었다.
“태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태자께서 식사를 마치시더니,”
찰작이 말했다.
“갑자기 발……”
미진은 찰작의 입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미진은 두 손을 도로 밀어, 찰작의 손으로 찰작 자신의 입을 틀어막게 하였다.
맥적을 저민 후에도 두 사람은 모두 손을 씻지 않았다. 그 기름기가 얼굴에 묻어 버리자, 찰작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는 저항하듯 고개를 비틀며 뭉개진 소리로 원망했다.
“이거 놓으세요!”
그는 더러운 것이 싫었다!
서도순이 경계하며 말했다.
“바, 뭐라고요? 태자, 태자?”
미라의 머리는 이미 잘 담아 놓아둔 데다가, 그들은 곧 돌아갈 예정이었다. 더는 미진이 한 번 더 “발작”하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모레에 아우성을 떠나지 못한다면 미리난은 필시 노할 것이다. 그때가 되어서는 미진의 성정이 어떻든 간에, 서도순은 그를 묶어서라도 끌고 가야 했다!
마침내 미진이 판세를 잡았다. 그는 찰작을 억지로 끌어당기며 문가를 향해 말했다.
“방금 잠깐 멍해졌을 뿐이다!”
찰작은 가까이에 있는 삼족 연등을 걷어차려 했다. 그러나 미진이 걷어차지 못 하게 막자, 이번에는 미진을 걷어찼다. 궤안은 일찌감치 멀리 밀려나 있었다. 두 사람은 좌상에서 서로 밀치락달치락하였다. 꼭 법도 없는 어린 짐승 두 마리가 분풀이에만 정신이 팔린 듯한 모습이었다.
“내 말하지 않았느냐.”
미진의 도포는 찰작이 발버둥 치는 사이 한 덩어리로 구겨져 있었다. 그는 찰작이 더이상 말하지 못 하게 하였다.
“손을 깨끗이 씻고 나서 나를 건드리라고!”
그는 본래 찰작을 한번 겁주고 말 생각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지난밤에는 발작 중이었기에, 미진은 찰작이 아주 가볍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 했다. 일반적으로 찰작 정도의 키를 가진 사람은, 아무리 마른 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가벼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 미진의 양팔 사이에 눌려 있는 사람은 깃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가벼웠다.
그 가벼운 무게 탓에 미진은 저도 몰래 정말 멍해지고 말았다. 품 안이 하늘하늘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찰작이 삼족 연등을 걸어 넘어뜨린 뒤였다.
서도순은 법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문짝을 쏴악 열어젖히더니, 머지않아 비명을 질렀다.
“불이야! 여봐라, 어서 사람을 불러라! 불이다!”
몸을 빼낸 찰작은 바닥에서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달아났다. 바깥의 발걸음 소리가 금세 어지러워지며, 숙위 병사들이 모두 궁실 안으로 몰려들었다. 찰작은 두 걸음에 계단을 내려가더니, 숨도 미처 고르지 못한 채 다시금 쿵쿵 달려 돌아왔다.
“태자를 보호해라.”
찰작은 끊임없는 비명 속에 섞여들어, 방금 훔쳐 온 나무통을 높이 들고 미진에게 물을 전부 끼얹었다.
“태자께서 불에 다치지 않게 하거라!”
얼굴에 물을 흠뻑 뒤집어쓴 미진이 고개를 돌려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찰, 삼, 청!”
이제 되었다. 더이상 토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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