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팅루는 신호가 사라진 순간 자신이 아무것도 조작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부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전화를 거는 것도, 자신의 신체 파라미터를 조정하거나 좌표를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모든 조작 인터페이스가 완전히 잠겨버렸고, 눈꺼풀 위에 있는 강제 로그아웃 버튼조차 회색으로 비활성화되어 있었다.
가장 기괴한 것은 세 사람의 ‘감각 차단율’이 상한선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그 상한값마저도 어찌 된 일인지 법정 기준인 50%에서 99.999%로 바뀌어 있었다는 점이었다.
즉, 지금 이 세 사람은 자신의 몸과 접촉 불량 상태에 빠져, 머리를 잡아당겨 꺼내 줄 그 손과 전혀 연결되지 못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현재의 홀로그램 기술로는 살아 있는 인간의 감각을 완벽히 복제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 ‘떠돌이 영혼’ 셋은 사실상 성능이 좋지 않은 인형 안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었고, 본체의 전투력마저 반토막 난 상태였다.
적은 수도 많고 세력도 강한데, 아군은 원래부터 낙관적이지 않던 전투력까지 반감되었다. 그래서 반란을 일으킨 가상 인간들을 마주한 세 사람은 현명하게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체포되어 방금 전의 1호 심문실에 갇히게 되었다.
‘쾅’ 소리와 함께 문이 잠겼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벌어져 자오 팀장조차 제대로 반응할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냉동 오이처럼 차가운 그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지? 야근을 너무 해서 환각이라도 보이는 걸까?!
바이팅루도 그와 같은 의문이 들었다.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마주보다가, 함께 현장에 있는 유일한 전문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이 캐리어 디스크에 바, 바바바 바이러스가 생겼어요!”
성호를 긋고 합장을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두 손을 보건대, 그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귀신 들렸다’는 쪽에 더 가까운 듯했다.
자오쉐청은 6팀에 저런 사람은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바이팅루에게 물었다.
“지원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메시지는 보냈나?”
바이팅루는 흠칫했다.
보내긴 보냈다. 다만…… 아무래도 잘못 보낸 것 같았다.
바이팅루는 자신과 뉴 기술자가 자오 대장에게 한 쌍의 복룡봉추(伏龍鳳雛)*처럼 보이는 것은 싫었기에, 모호하게 얼버무리며 여지를 남겨두었다.
“어…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때 갑자기 신호가 끊겨서요.”
*엎드린 용과 봉황의 새끼라는 뜻으로,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우수한 인재를 이르는 말.
두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경험에 따르면 바이팅루는 다소 비관적이었다.
두헝이 죽어 가는 사람을 보고도 못 본 척할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두헝은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 하는 사람이었다. 보통은 누군가가 입을 열어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분명히 말하고, 그것이 너무 무리한 부탁만 아니라면 들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분명히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 그녀의 발밑에서 쓰러져 죽지 않는 이상, 그녀가 먼저 한마디라도 물어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
바이팅루가 아는 두헝이라면,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그 반쪽짜리 음성 메시지를 받고선 십중팔구 물음표 하나를 보내올 것이다. 그리고 설명이 이어지지 않으면, 이 인간은 ‘주관적 비능동성’을 발휘해 계속해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을 게 뻔했다!
두헝은…… 두헝은 정말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 방에 돌아가서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바이팅루의 헬멧을 점검한 뒤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홀로그램 총수사대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겠는가? 바로 옆이 시국인데.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였다.
기껏해야 새 장비의 디버깅이 끝나지 않아 고장 난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저쪽에도 기술 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는 모처럼 한 번 일어났는데 다시 자기 방까지 걸어가기도 귀찮아, 아예 바이팅루의 방문 앞에 서서 문틀에 머리를 기댄 채 사이버 거리 부랑자 노릇을 했다.
그때 폭발 사건에 대해 떠들어대는 글이 또 눈에 들어왔다.
피해를 입은 이웃들은 호텔에 묵고 있었다. 아마 머리가 ‘웅웅‘거릴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테니 한동안은 잠도 못 잘 터였다. 그런 연유로 그들은 이전의 그 스트리머가 했던 라이브 방송의 댓글창에서 한창 떠들고 있었고, 수많은 올빼미족들이 구경하러 몰려들었다.
일부는 어떻게 권리를 구제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고, 다른 일부는 왕씨 집안 조상의 묘를 파헤치고 있었다.
두헝은 경전을 인용한 이 동네 네티즌에게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자신 같은 변변찮은 사람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땀띠라는 뜻. 공자(孔子) > 무슨 자(子)? > 비자(疿子)로 이어나가며 '자'로 끝을 맞춰 말장난을 한 것임.
두헝의 머릿속에 불현듯 생각이 떠올랐다. 이 키워드, 왜 낯이 익지?
별 생각 없이 검색해 보자 흐리멍덩하던 그녀의 눈빛이 순식간에 초점을 되찾았다.
AI가 키워드로 검색해 정리해 준 정보를 빠르게 훑어보던 그녀는 절반을 읽기도 전에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확 떼어 냈다. 플리스 잠옷이 한차례 ‘자전청상(紫電青霜)*’을 스쳐지나가며, 머리카락이 번갯불처럼 곤두섰다.
두헝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휴대폰에 저장해 둔 통화 녹음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랏빛 번개와 푸른 서릿발이라는 뜻으로, 문장이나 글의 기세가 매우 날카롭고 웅장함을 비유하는 한자성어.
할 일이 별로 없어 머리가 한가했던 그녀는 아무리 별것 아닌 일이라도 오래 기억해 두는 편이었다. 그 덕에 벌써 몇 주가 지났음에도 얼마 전 받았던 사기 전화에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대강은 기억할 수 있었다……
“2YY6년 11월 25일, 바이화완 제10구역 북서쪽 구석에 있는 성화 2기 공사 현장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어. 사망자는 장샤오톈이라는 18세 남학생이야. 난저우 직업 고등학교의 3학년이지. 사인은 철근이 머리를 관통한 것으로, 현장에서 즉사했어. 사망 시각은 23시 5분이야.”
시간, 장소, 열여덟 살 남성 사망자 ‘장 아무개’…… 놀랍게도 모든 내용이 일치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하자면, 전화에서는 살인 사건이라고 한 것이 기사에서는 철근을 훔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보도되었다는 점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한 달 전에 받은 장난 전화가 오늘 밤 룸메이트가 야근하며 처리하고 있는 사건과 연결된다고?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거지?
이 순간 두헝은 저팔계가 제우스의 아이를 낳아 주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공이 곧장 월드컵 경기장으로 날아들어가는 장면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머릿속의 뇌수가 걸쭉해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사람이 휴리스틱 함수 하나 없는 알고리즘 덩어리로 분해된 것처럼, 영문도 알 수 없었고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와중, 두헝의 손이 다시 제멋대로 바이팅루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렇게 한참이 지났으면 바이팅루가 하수구에 끼어 있었다 해도 구조되었을 시간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강제 로그아웃을 하지 못 한 거지?
두헝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괜히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밤은 깊어 고요했다. 텅 빈 작은 방 안에 보이지 않는 요사한 것이 서서 악의 가득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것만 같았다.
두헝은 신경질적으로 집 안의 불을 모두 켰다. 그러고는 시선은 커녕 곁눈질조차 함부로 하지 못 한 채, 어디선가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게 될까 두려워 했다.
그녀는 몇 걸음 만에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 대충 홀로그램 헬멧 위의 먼지를 닦아내고, 잡초만 무성하던 자신의 림보 계정에 접속했다.
두헝은 바이팅루의 헬멧에 표시된 도메인 좌표를 따라 비공개 상태의 홀로그램 공안국 근처로 이동했다.
현실 세계와 달리, 홀로그램 세계에서는 새 건물을 세운다고 땅을 둘러막고 대형 타워 크레인을 동원해 “웅웅 쾅쾅”거리며 1~2년씩 공사할 필요가 없었다.
새 건물은 정식으로 오픈되기 전까지 지도에 나타나지 않으며, 공개되는 순간 주변 건물들이 사방으로 밀려나 《해리 포터》의 ‘그리몰드가 12번지’처럼 새 건물이 허공에서 불쑥 튀어나온다. 동시에 일대의 지도도 새로 갱신된다.
두헝은 인민광장 한쪽 구석에 착지했다.
이 지역은 대부분 정부 기관의 온라인 업무 거점들이라 상업 시설이나 오락 시설이 없었고, 한밤중이라 적막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주변을 몇 바퀴 돌며 정찰한 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구석에 서 있는 전봇대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그리고는 길을 잃어 지도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작은 카드 한 장을 꺼내 “착” 하고 전봇대에 붙였다.
카드는 전봇대에 닿자마자 작은 화면으로 변해 코드가 번쩍이며 줄줄이 흘러가더니, 2~3초 뒤에는 거리 전체의 자원 운용 및 작동 상황이 차례차례 표시되기 시작했다.
이 도구는 그녀의 자작품으로, 두헝은 여기에 ‘엿보기 거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합법성에 대해서는…… 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자.—— 게다가 요즘 세상에 완전히 합법적인 일을 굳이 직접 할 필요가 어디 있을까? 인공지능이 그녀 같은 한낱 탄소 기반 폐기물보다 훨씬 잘하지 않겠는가?
어쨌든 그녀는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었고 아직 잡히지도 않았으니, 문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홀로그램 건물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이상 백엔드에서는 자원 운용과 작동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데이터의 흐름은 모두 정상이었고, 구역의 방화벽에도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었다. 다만 바이팅루가 메시지를 보낸 시점 직전에 전력 소모 경고가 한 번 표시된 뒤, 곧바로 위험이 해제된 기록만 있을 뿐이었다.
두헝은 미간을 좁히며 목표 건물의 ‘센티널 로그’를 열어보았다. 복잡한 홀로그램 건물은 수많은 실제 사용자와 가상 인간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무수한 작은 오류와 잉여 데이터가 발생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센티널’ AI가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던 두헝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센티널 로그’가 지나치게 깨끗했다. 이상할 정도로 평온했고, 지나치게 패턴화되어 있었다. 가상 인간만 있는 홀로그램 건물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바이팅루라는 살아 있는 인간이 한밤중에 집에 가서 잠 자는 것도 마다하고 아직 공개도 안 된 홀로그램 경찰서에 와 있었다. 설마 벌이라도 서러 온 것은 아닐 것 아닌가?
그녀가 아무 가상 인간 하나와 눈만 한 번 마주쳐도, 그 가상 인간은 반응을 해야 할지 말지를 판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불규칙한 잉여 데이터 한 세트가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평소 한가하게 놀고만 있던 두헝의 머리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녹슨 부분을 조금 벗겨내더니, 마침내 그럭저럭 돌아가기 시작하며 결론 하나를 도출했다. 이거…… 아무래도 납치당한 것 같은데?
잠깐, 납치당한 게 홀로그램 공안국이라고!
세상에, 대체 어떤 법을 모르는 미친 놈이란 말인가?
두헝은 분석을 시도해 보았지만 금세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지고 다니는 엿보기 거울도 그렇게 대단한 도구는 아닌지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역시 그녀는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 주인공을 구해 주는 ‘치트키’ 같은 존재가 될 수 없었다. 그녀 자신부터 치트키 하나가 절실한 형편이었으니까.
하지만 홀로그램 경찰서가 납치당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안에 갇힌 사람들이 계속해서 외부와 연락하지 못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왜 강제로 로그아웃하지 않는지는 두헝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기관 특유의 이상한 규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장비가 손상될까 봐 그런 것이라든지…… 듣자하니 지난 세기에는 공공기관의 전산실에 들어갈 때도 덧신을 신어야 했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찾아냈다. 신고하는 것이다.
이 일이 어느 부서 소관인지는 두헝도 알 수 없었기에, 우선은 110에 전화해 알아서 처리하라고 맡겼다. 상담원은 추후 관계자가 자세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연락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 달라고 부탁했고, 두헝은 순순히 승낙했다. 그리고는 로그아웃해서 헬멧을 정리하기도 귀찮은 마음에 전봇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엿보기 거울로 납치된 홀로그램 경찰서를 슬쩍 들여다보았다.
바이팅루의 헬멧에서는 그녀가 다른 위치에서 로그인한 시간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시점을 따라가자 두헝은 금세 그녀의 로그인 흔적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이팅루와 함께 접속한 계정이 두 개 더 있었는데, 둘 다 ‘관리자’ 계정이었다. 아마 전설 속의 홀로그램 경찰일 것이다. 접속한 뒤 그들은 외부 플러그인 하나를 불러왔는데, 파일 형식이……
음, 가상 인간의 캐리어 디스크?
아무래도 이 장난감 안에 바이러스가 있는 거겠지?
어차피 한가했던 두헝은 ‘엿보기 거울’로 화면을 캡처했다. 막 자세히 들여다보려던 순간, 전봇대에서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듯 이목구비가 흐릿한 얼굴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려 엿보기 거울을 한입에 삼켜버렸다. 게다가 하마터면 그녀의 손까지 물어뜯을 뻔했다!
그 귀신 얼굴은 전봇대에서 벗어나 튀어나올 듯한 기세로 몇 번 몸을 꿈틀거렸다. 엿보기 거울을 삼킨 입이 벌어졌다 닫히기를 반복하며 말했다.
“너는 누구지?”
두헝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SAN치*가 전부 바닥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욕지거리를 한 마디 내뱉은 뒤, 망설임 없이 헬멧을 벗어 던지고 그대로 로그아웃해버렸다.
*TRPG 게임 '크툴루의 부름' 등에서 사용되는 '이성 수치(Sanity Point)'를 줄여 부르는 말로, 충격적인 상황을 마주해 이성이 깎이는 상황을 '산치가 떨어진다'고 표현함.
———
작가의 말
눈을 뒤집어서 로그아웃 버튼을 끌어내는 건 당연히 눈을 감고 해야죠! 어떻게 그런 체면 없는 행동을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저의 세이브 원고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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