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흉포한 사슴(5)
2026. 6. 24.

두헝이 물음표나 느낌표 하나만 보냈어도, 바이팅루는 오늘 밤 자신의 화려한 활약을 줄줄이 늘어놓았을 것이다.

특대형 사이즈의 밀크티가 혈관 속에서 파도치듯 넘실거리며 심장 박동을 디스코 리듬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바이팅루는 너무도 흥분한 상태였지만, 남들 앞에서는 침착한 척을 해야 했기에 연락처에서 아무나 붙잡고 자랑…… 아니, 공유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런데 두헝이 보낸 “OK” 한 마디가 다시 한 번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앞뒤 맥락을 고려하면, 이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만하고 가라” 정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바이팅루는 다소 실망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두헝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고 자신에게만 특별히 날을 세워 대한 것도 아니었기에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다.
“됐어.”
그녀는 생각했다.
“시간도 너무 늦었으니까, 몇 시간만 더 참았다가 날이 밝으면 누구라도 붙잡고 실컷 떠들어야겠다.”
게다가 그녀는 홀로그램 총수사대의 커다란 건물 안에서 눈이 모자랄 정도로 구경할 게 많았으니, 실망할 틈이 어디 있었겠는가?

 

건물 전체가 신축이었기에 반짝반짝한 새 건물 특유의 냄새가 났다. 예쁜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려웠는데, 이런 종류의 건물을 본 적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그 안에 담긴 심오한 디자인 철학 같은 것도 단번에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정말 크고, 정말 세련됐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업무 구역이든 접견 구역이든 습기 가득한 회남천(回南天)* 같은 공상과학적인 분위기를 풍겼고, 길 건너편 시국의 오십 년 된 낡은 건물과 비교하면 같은 촬영장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1층은 로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주로 외부 접견, 각종 행정 업무, 디지털 권익 보호 등을 처리하는 곳이었다. 가상수사 총수사대는 3층에 있었다. 각 자리마다 최신 홀로그램 장비가 한 세트씩 갖춰져 있었는데,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홀로그램 헬멧이 아니라 한층 더 고급스러운 홀로그램 캡슐이었다.

*중국 남부의 기상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매년 봄이 되면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말함.

 

바이팅루는 아직 업무용 계정이 없었기에, 샤오뉴가 임시 방문자 계정을 만들어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홀로그램 공안국에 접속시켜 주었다.

 

홀로그램 세계 속 공안국은 현실 속 홀로그램 청사 건물을 그대로 본떠 복제해 놓은 것이었다. 다만 지금 이 시각 현실 세계의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홀로그램 건물 안은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그 안에 24시간 퇴근하지 않는 가상 인간 경찰들이 가득했다.

그들이 로그인하자 가상 동료들이 잇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어떤 “사람”은 처음 온 바이팅루에게 부서 전체의 구조를 소개해 주었고, 어떤 “사람”은 일선 업무의 어려움을 한탄하며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도와주러 와 준 것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어떤 사람은 그녀에게 친절하게 음료를 따라 주며 꼭 맛을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현재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민간용 기기로는 미각 시뮬레이션 기능이 충분치 않았기에, 한 대에 수십만 위안이나 하는 이런 홀로그램 캡슐에서나 가상 세계의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바이팅루에게 사람 상대하기를 사장 싫어하는 자오 대장이 그녀를 여기까지 데려온 걸 보면 분명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라고 몰래 일러주며, 지금 이쪽은 가상 인간 경찰력은 충분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부족하니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라고 부추겼다……

 

바이팅루는 거의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이게 바로 최첨단 업무형 가상 인간이구나.

 

외형이 노년 남성, 노년 여성, 청년 남성, 청년 여성의 네 가지 종류뿐이라는 사실과,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건물 안의 가상 경찰이 모두 이 네 명의 분신이라는 사실만 아니었다면, 얼핏 보기에는 화과산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들은 정말 살아 있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었다.

 

오는 길에도 자오 대장은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기술자 뉴위는 바이팅루와 꽤 친밀해진 상태였다.
조금만 대화를 나눠 봐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말수가 적은 것은 똑같았지만, 자오 대장은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쪽이었고, 샤오뉴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조금 서툰 쪽이었다.
전자는 별일이 없는 한 건드리지 않는 편이 최선이었고, 후자는 사실 활발하고 친절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샤오뉴는 상대가 말을 많이 해서 대화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부류였다. 그러면 자신은 “객관식 문제”나 “빈칸 채우기 문제”만 풀면 되었고, 머리를 쥐어짜며 “논술형 문제”에 대한 답변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바이팅루는 가볍게 잡담을 나누며 평소 업무가 어떤 것인지, 아래에서 홀로그램 관련 사건이 보고되면 전부 출동해 살펴보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건 아니에요. 디지털 권리 침해 같은 것들은 형사 범죄가 성립하면 1팀이 맡고, 기업이나 기관 관련 사건은 2팀이나 3팀이 담당해요…… 우리 6팀은 보통 다른 부서를 지원하는 일이 많고, 또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건들도 맡아요.”
“예를 들면 가상 인간이 사람을 죽이는 일 같은 것 말인가요?”
뉴위는 맞장구치듯 한 번 웃었다.
“당신도 SF 소설 봐요? 옛날 작품도 읽어요? 저는 오래된 잡지를 수집하는데, 《공상 과학 문예》의 창간호도 가지고 있어요. 스캔본도 보내 줄 수 있는데!”

 

바이팅루는 자오 대장을 슬쩍 쳐다보았다.
뉴위는 그녀가 상사 앞에서 너무 나서지 말라고 일러준 것으로 생각하고는 튀어나온 앞니를 황급히 감추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무엇보다 저희도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다들 어수선해하는 상태예요. 몇 년 지나면 누가 무슨 일을 맡는지 분명해질 거예요.”
바이팅루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수선해하는 건 너뿐인 것 같은데.

 

다른 팀들은 모두 정규군이었지만 6팀은 십중팔구 “잡군”일 것이다. 투명 인간 같은 자오 대장이 어리바리한 샤오뉴 같은 부하들을 데리고 사람이 부족한 곳마다 여기저기 인력을 메우러 다니는 셈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잡군도 나쁘지 않았다. 능력을 펼칠 여지가 크고, 살아남을 가능성도 더 높았다. 우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기차 꼬리에라도 매달릴 기회만 생기면, 그녀는 기어코 운전석까지 기어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최근에는 ‘홀로그램 정신병’ 사건을 조사하고 있어요. 안딩(安定) 병원에서 신고했죠.”
뉴위가 그녀에게 말했다.
“한 달 동안 같은 두 건의 환자를 받았는데, 둘 다 림보 공간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발병했어요. 동종 업계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병원 측에서는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원래부터 정신이 취약한 사람들을 노려, 악의적으로 유도하고 병세를 악화시켜 해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홀로그램 정신병’ 의심 사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달려온 거죠.”
“아.”
바이팅루가 물었다.
“그래서 관련이 있는 건가요?”
“오는 길에 말씀하신 걸 들어보니 별로 비슷하진 않은 것 같아요. 이전 환자들은 이미 정신이 혼미한 정도였는데 이 왕쉬라는 사람은 최소한의 사고 능력이 있어서 스스로 가출도 했잖아요… 아마 아닐 거예요.”
뉴위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사람 상태는 의사가 판단해야 하는 거니까, 우리는 가상 인간의 바이오 캐리어 디스크나 조사해 볼 수밖에 없죠.”

 

“자오 팀장님.”
그때 한 가상 경찰이 다가와 말했다.
“관련자가 1호 심문실에 있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바이팅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홀로그램 공안국에 심문실까지 있다고?

누굴 심문한단 말인가? 누가 순순히 헬멧을 쓰고 로그인한 채 심문당하고 있겠는가?

 

가상 경찰이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의 온라인 심문실은 가상 인간을 위한 곳입니다.”

바이팅루의 눈은 거의 울트라의 어머니*처럼 커졌다.—— 역시 홀로그램 총수사대답게, 이곳의 가상 인간들은 시중의 민간용·상업용보다 훨씬 더 똑똑했다.
인공지능이 사람 눈치까지 본다니!

옆에 있는 살아 있는 동료 둘은 이런 기능조차 탑재하지 못 했는데!

*울트라 시리즈의 등장인물.

 

그녀는 겸손하게 물었다.
“온라인 심문실은 뭘 하는 곳인가요?”
뉴위가 끼어들었다.
“최신 NCP 기술을 탑재한 본체 데이터 도크예요.”
“……”

아, 이런 부류가 바로 비인공 무지능 생물이라는 것이다.

 

가상 경찰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은 아니에요. 온라인 심문실의 본질은 바로 특수한 가상 인간 캐리어 디스크 리더기죠. 자유도가 높은 가상 인간들은 여기저기 마음대로 도망다닐 수 있지만, 캐리어 디스크만 있으면 걱정 없어요. 어디로 가든 잡아 올 수 있거든요. 결국 캐리어 디스크가 우리의 ‘진짜 본체’니까요. 저희 심문실은 제법 최첨단이라, 하늘을 날고 땅에 숨는 가상인간도 여기만 오면 전부 무력화돼요. 모든 ‘마법’이 금지되거든요. 가상 인간 몸에 있는 기밀 문서도 심문실에서는 조회가 가능해져요. 대단하죠?”
바이팅루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번듯한 가상 동료를 한 번 보고, 다시 깡마르고 길쭉한 귀신 그림자 같은 기술자 뉴위를 바라보았다……

 

“도착했습니다.”
가상 경찰은 그들을 심문 구역으로 안내하고는, 1호 심문실의 문 앞에서 인증 장치를 작동시킨 뒤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어라, 이 모델은…… 정말 구식이네요. 요즘은 거의 못 보는데.”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가상 경찰이 심문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말소리도 끊겨버렸다.

 

세 명의 진짜 인간들도 동시에 멍해졌다.

심문실에 구금되어 있어야 할 가상 인간은 그 자리에 없었다. 텅 빈 심문실에는 새하얀 벽 하나만 있었고, 그 위에 녹슨 못으로 사진 열두 장이 박혀 있었다.
그중 정중앙을 차지한 것이 왕둥양과 그의 재혼한 아내였다.
사진으로 가득한 벽에는 세 장의 사진 속 얼굴에 붉은색으로 가위표가 그려져 있었는데, 각각 왕쉬의 새어머니와 남동생, 그리고 노란 머리의 청년 한 명이었다.

 

“무슨 일이죠? 사람은 어디 갔어요?”
뉴위가 물었다.
“캐리어 디스크에 배드 섹터라도 생긴 건가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확인해 볼게요.”
가상 경찰이 대답하며 손을 뻗어 복도 벽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상호작용이 가능한 패널 하나가 벽 속에서 부드럽게 떠올랐다.

 

뉴위는 자신의 큰 키를 이용해 가상 경찰의 머리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 왜 건물의 상호작용 권한을 여는 거예요? 확인해야 하는 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벽에 대고 있던 가상 인간의 손이 촛농처럼 녹아내려 벽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복도에 흐르던 경쾌한 배경 음악이 갑자기 뚝 끊겼다. 순식간에 굳어 버린 공기 속에서, 세 사람을 등지고 있던 가상 경찰은 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머리만 백팔십 도로 돌아갔다.
정교한 이목구비가 불 속의 버터처럼 녹아내렸고, 순식간에 일그러진 얼굴 위에는 벌어졌다 오므려졌다 하는 갈라진 틈 하나만 남아 들썩거렸다.
“캐리어 디스크는…… 망가지지 않았어요.”

뉴위는 그저 종이 잡지를 수집하길 좋아하는 문과 감성의 공학도일 뿐, 지금까지 살면서 공포영화도 본 적이 없었고, 신분증을 등록한 뒤 전신 건강 스캔까지 받아야 하는 마이너 공포 게임 따위는 더더욱 접해 본 적이 없었다.
이 광경을 마주한 그의 첫 반응은 아무 반응도 하지 못 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가상 인간은 “히히” 웃으며 머리가 입을 따라 두 갈래로 갈라졌고, 그대로 그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전광석화 같은 순간, 차량 절도범을 추격하던 바이팅루의 반사신경이 발동했다. 그녀는 거칠게 뉴위를 잡아당겨 밀쳐 내고는, 갑자기 귀신이 들려버린 가상 인간을 발로 차 심문실 안으로 밀어 넣은 뒤 재빨리 문을 닫았다.

고개를 돌려 뉴위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어보려 하던 찰나,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자오쉐청의 얼굴이 급변하는 것이 보였다.
“피해!”

 

바이팅루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몇 걸음에 오륙 미터를 뛰어 나갔고, 그제서야 자오 팀장의 시선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가상 인간이 만졌던 벽의 상호작용 패널이 벽에서 튀어나오려는 것처럼 일렁이더니, 갑자기 사방으로 피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 핏자국들은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려는 듯 치명적인 곰팡이처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홀로그램 세계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고, 외부로 직접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도 보낼 수도 있었다. 바이팅루는 양쪽을 동시에 진행하며, 신고 전화를 거는 동시에 손을 뻗어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메시지 화면이 눈앞에 떠올랐다.

“지원 요청! 우리는……”

 

음성 메시지가 아직 절반밖에 녹음되지 않았을 때, 그녀의 시야 끝에 일그러진 거대한 손 한 쌍이 핏빛으로 물든 벽면에서 자라나 눈앞의 통신 스크린을 움켜쥐려는 것이 들어왔다.

바이팅루가 몸을 피하는 사이, 절반짜리 음성 메시지가 손을 떠나 그대로 전송되어버렸다.

하지만 정신없는 와중에 일이 꼬여버렸다. 바이팅루의 마지막 연락 상대는 두헝이었고, 두 사람의 대화창은 마침 맨 위에 고정된 업무 단체방과 바로 붙어 있었다. 바이팅루의 손이 미끄러진 틈에 본래라면 업무 단체방에 보내야 할 구조 요청 메시지를 두헝에게 잘못 보내 버렸다!

큰일 났네!

 

그러나 그녀에게는 다음 메시지를 보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천지를 뒤덮을 듯한 핏자국이 갑자기 속도를 높이며 순식간에 그들의 발밑을 집어삼켜버렸기 때문이었다.

바이팅루의 신고 전화는 연결되자마자 끊겼고 메시지 화면도 사라졌으며, 모든 신호가 끊겨버렸다.

그와 동시에 빽빽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복도 끝에서는 조금 전까지 그들과 웃고 떠들던 가상 경찰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붉은빛이 번쩍였다.

적막한 복도 스피커에서 웅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두헝은 휴대폰의 진동에 화들짝 놀랐다.

조금 전까지 몽롱한 상태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깜짝 놀란 나머지 손이 미끄러져 베개 옆 휴대폰이 넘어지며 코를 정통으로 때렸다.

두헝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눈물이 핑 돌며 완전히 잠이 깼다.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메시지를 열어 보았는데, 누가 보아도 업무 연락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상대방이 잘못 보낸 것 같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송신을 취소하지 않은 것을 보면 바이팅루도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두헝은 잘못 보냈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물음표 하나를 보낸 뒤 그대로 신경을 꺼버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답이 없었다.

 

이상했다.

밤이 깊어져 사람이 괜히 예민해지고 생각이 많아진 것인지도 몰랐으나, 두헝은 문득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이팅루라는 사람은 정말 두루두루 처신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범죄자를 상대할 때를 제외하면 늘 세심하게 신경을 썼고, 남이 소외감을 느끼게 만드는 일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시경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휴대폰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은 두헝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바이팅루는 메시지가 온 걸 발견하면 아무리 바빠도 1초쯤 시간을 내어 “잠깐만” 같은 이모티콘 정도는 보내곤 했다.

 

그녀는 다시 메시지를 눌러 한 번 더 들어보았다. 말투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헝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신호가 끊긴 건가?

하지만 바이팅루의 음성 메시지 끝에는 작은 지구본 표시가 붙어 있었다. 이는 메시지가 림보 공간에서 전송되었다는 뜻이었다.

홀로그램 세계에도 전파가 잘 안 잡히는 곳이 있나?

 

“됐다, 내 일도 아닌데”와 “좀 이상한데” 사이에서 몇 분이나 갈등하던 두헝은 완전히 결국 자신이 더이상 잠들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접속이 불량한 듯한 몸을 끌고 활짝 열려 있는 바이팅루의 침실 문 앞까지 걸어갔다.

그녀는 방 안에 사람이 없음에도 의식이라도 치르듯 먼저 문을 두 번 두드린 다음에야 들어갔다.—— 그리고 바이팅루의 홀로그램 헬멧을 집어 들고 살펴보았다.

바이팅루의 홀로그램 헬멧은 일 년 내내 전원을 끄지 않아 따뜻한 상태였다. 집어 들자 헬멧의 작은 화면에 기기 주인이 다른 지역에서 로그인 중이며, 접속 주소가 비공개 도메인이라는 표시가 떴다.

 

로그인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홀로그램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는 뜻이었고, 그저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의미였다.

도메인 명명 방식을 보니 정부 행정 기관 같았다. 두헝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자 아니나 다를까 공안부 소속의 도메인이었다.

 

그러니까 바이팅루가 도우러 간다고 했던 홀로그램 총수사대가 문자 그대로의 홀로그램 총수사대라는 뜻이었단 말인가?

정말 되는대로 돌아다니는구나……

설마 홀로그램 총수사대 같은 큰 기관에서 온라인 건물 디버깅이 제대로 안 돼 사람을 안에 가둬 버렸다는 건 아니겠지?

두헝은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은 정말 엉성하게 굴러가는 유랑 극단 같다니까. 답이 없네.

그리고 그녀가 뭐라고 했더라.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좋은 끝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홀로그램 총수사대 안에서 무슨 위험할 일이 있겠는가? 정 나올 수 없게 되면 강제로 로그아웃하면 될 일이었다. 이제 공상과학 소설에서도 “의식이 안에서 죽으면 현실의 몸도 차갑게 식어 버린다”는 진부한 설정은 잘 쓰지 않는다…… 물론 두헝은 이 망할 기술이 계속 발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날도 올 거라고 생각했지만.

 

홀로그램 세계에서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정상적인 방법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건물을 세 번 두드려 조작 패널을 띄운 뒤 진행 상황을 저장하고 로그아웃하는 것이다.

디버깅이 덜 된 지역에서는 정말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조작 화면이 뜨지 않으면 몇 걸음 걸어 그 구역을 벗어나면 그만이었다. 특수한 상황으로 벗어날 수 없을 때에는 빠르게 종료하는 것도 가능했다. 눈동자를 위로 치켜뜨면 눈꺼풀 맨 위쪽에서 강제 종료 버튼을 끌어낼 수 있었다.

생물의 다양성을 고려해, 눈을 뒤집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서 “물리적으로 종료”하는 방법도 있었다.—— 헬멧을 벗어 버리면 된다.

현실 세계에서 화재나 지진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고려해, 사람이 홀로그램 세계에 로그인했을 때에는 홀로그램 헬멧에 신체 감각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게끔 되어 있었다. 림보 공간에는 법적으로 정해진 감각 차단율 상한선이 있었는데 바로 50%였다. 정말 어떤 방법으로도 나갈 수 없을 때는 손을 뻗어 머리에 쓴 헬멧을 벗어 버리면 됐다. 이렇게 하면 기껏해야 어지럽고 눈앞이 핑 도는 후유증 정도만 남았는데, 라오바이 같이 소처럼 튼튼한 사람이라면 몇 분이면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바이팅루는 정말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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