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흉포한 사슴(4)
2026. 6. 23.

요 며칠 옌닝은 정말 너무 추워서, 날이 어두워지면 꼭 필요한 일이 아닌 이상 다들 바깥에 나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왕씨 집안의 폭발에 휘말린 재수 없는 이웃들을 제외하면, 밖에 나와 구경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랬다.
사실 이미 누군가가 시경으로 라이브 방송을 켜 놓은 상태였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듯한 서북풍 속에 보이지 않는 작은 눈들이 빽빽이 모여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시경의 영상 촬영 기능은 휴대전화보다 훨씬 뛰어났다. 요즘에는 더이상 ‘손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손조차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렌즈와 안경다리에는 서로 다른 각도의 카메라가 달려 있었고, 내장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가공하고 합성해 버튼 한 번으로 대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시청자들은 자신의 시경으로 보기만 하면 마치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시경이 처음 출시됐을 때에는 개인정보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과 홀로그램 공간의 각종 플랫폼들이 긴급히 ‘인공지능 가디언’을 도입해, 공개적으로 게시되는 모든 콘텐츠를 심사하고, 자동으로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잔혹하고 폭력적인 장면을 차단했으며, 필요할 경우 라이브 방송 자체를 끊어 버렸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의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끊임없이 허물어지면서 이제는 사람들도 어느 정도 무감각해져 있었다.

 

지난 2년 사이, 옌닝에서는 직원을 두기 싫어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많아졌다. 손님이 직접 시경을 쓰고 QR코드를 스캔하면, 홀로그램 공간에서만 활동하던 가상 인간이 지박령처럼 불쑥 나타나 싱글벙글 웃으며 영업을 시작했다.
가상 인간이 현실로 올 수 있게 된 이상, 실제 사람이 가상 세계로 생중계되는 것도 별일 아닌 듯 했다. 어차피 너도 찍고 나도 찍는 것이니까.
가끔은 세상이 거대한 호접지몽의 복제판으로 변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길을 걷다가 문득 정신이 아득해지면, 자신이 지금 어느 차원에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듯했다.

 

하지만 두헝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이었다. 그녀에게는 사람을 아득하게 만드는 하드웨어가 없었으니까.
휴대전화의 그 작은 화면으로는 무엇을 보든 거기서 거기였다.

 

왕쉬의 집은 싱푸차오둥리 파출소의 관할 구역 안에 있었고, 그녀의 집에서도 멀지 않았다. 바이팅루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근처에서 무슨 일이’ 알림이 두헝에게 이 라이브 방송을 추천해 주었다.
그녀는 배달 음식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사람이어서 불과 어울릴 일도 거의 없었고, 남의 집 가스 폭발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었다. 방송에 들어가 본 이유는 그저 그 안에서 메추라기처럼 추위에 덜덜 떨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두헝은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음험하게 바이팅루가 추위에 덜덜 떠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를 기대했다. 열심히 일한 죄로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좀 보자는 심산이었다.

 

“방금 들었는데, 저 집 가스 누출은 사고가 아니라 그 집의 정신질환자 큰아들이 일부러 그런 거래요…… 아, 벌써 사람이 잡혔다고요? 시청자 여러분, 잠깐만요. 더 알아보고 다시 전해드릴게요.”

 

라이브 방송 진행자는 찬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하면서도 기민한 눈과 귀를 앞세워 사방의 이야기를 모아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수시로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 현장에 시경을 쓴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그의 방송이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선은 진행자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한 무리의 노인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옆에는 아라레를 꼭 닮은 경찰이 있었는데, 나이가 어려 보였고, 끼어들어 말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분위기만큼은 이 무리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그 애가 자꾸 로봇이 자기를 감시한다고 생각했다던데…….”

“로봇은 무슨 로봇이야.”
옆의 아주머니가 할아버지의 말을 끊었다.
“그건 가상 인간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것도 모르면서 헛소리하지 마!”

“그렇게 잘 안다니 잘났네, 잘났어. 그래, 너는 머리에 뿔도 달리고 등에 꼬리도 달렸다! 됐냐? 그럼 당신이 설명해 보든가!”

말하라면 말하면 되지, 뭐. 아주머니도 사양하지 않았다.

“가상 인간이라는 건 홀로그램 세계 속의 인공지능이야. 그 애가 뭘 하고 놀다가 정신병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는데, 시경이며 휴대폰이며 죄다 잠가두고, 전자시계 하나도 못 찬다더라. 최근에는 휴학까지 했다던데. 학교에 감시 카메라가 있어서 교실에 들어가는 것도 무섭다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누군가가 물었다.

“어느 회사 가상 인간인데? 이런 경우라면, 그 가상 인간이 소속한 기관에서도 배상해야 하는 거 아냐?”

아주머니가 잠시 멈칫했다.

“어…… 기관이고 뭐고 없을걸? 그 가상 인간은 자기 집 거 같던데.”

깜짝 놀란 진행자가 두헝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물었다.

“대체 어떤 집안이길래 개인 가상 인간이 있어요? 그런 돈이 있는데 왜 이런 곳에 사는 거죠?”

“몰라…… 어, 저기 좀 봐! 저거 홀로그램 헬멧 아니야?”

 

카메라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움직이자, 현장 감식 요원들이 완전히 파손된 왕쉬의 홀로그램 기기를 찾아낸 것이 눈에 들어왔다.
헬멧은 심하게 부서진 데다 가스 폭발까지 겪어 더는 머리에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고, 본체에서는 전선까지 드러나 있었다.
현장에는 정말 가상 인간의 바이오 캐리어 디스크—쉽게 말해 홀로그램 연인의 설치 디스크—도 있었다. 왕쉬가 그것을 금속 비스킷 통 안에 넣어 두었던 덕에 그것만은 무사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최신형 가상 인간의 캐리어 디스크는 길이가 반 치 정도에 불과했지만, 왕쉬의 집에서 찿아낸 것은 손바닥만큼이나 크기가 컸다. 생김새도 세기 초의 투박한 외장 하드와 꼭 닮아 있었다.

자오쉐청은 장갑을 낀 채 그것을 받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이팅루도 재빠르게 다가가 기회를 잡고 그에게 말을 건넸다.

“왜 이렇게 크죠, 자오 팀장님? 불법 복제품인가요?”

 

전문적인 질문이 나오자, 자오 팀장은 차가운 태도로도 성실하게 대답해 주었다.

“불법 복제품은 아니야. 아마 1세대 캐리어 디스크일 거다. 당시에는 림보 공간이 아직 정식 출시되지 않았으니, 이건 그 시기의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산물일 가능성이 높아.”

그는 캐리어 디스크를 뒤집었다.

“실험실 번호가 아직 남아 있군. 추적할 수 있겠어.—— 뉴위(牛煜), 거긴 다 끝났나?”

 

감시 카메라 확인을 돕고 있던 기술자가 그 말에 ‘땅에서 솟아나듯’ 몸을 일으켰다. 이 사람은 어떻게 자랐는지 키가 거의 2미터는 되어 보였고, 어두운 불빛 속에서 멀리 보면 길쭉하고 가느다란 귀신 그림자 같았다.

귀신 그림자가 입을 열어 사람 말을 했다.

“자오 팀장님, 지금 가시는 겁니까? 방금 여기서 뭔가를 찾았습니다.”

“뭔데?”

“오후 4시 반쯤, 교차로에서 왕쉬로 추정되는 남성이 찍혔습니다. 지금 신원을 확인 중입니다.”

 

감시 카메라에 찍힌 남성은 키가 크지 않고 체형이 둔중했다. 찬바람 속에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입고 있는 옷은 분명 그가 아침에 파출소에 신고하러 왔을 때 입고 있었던 낡은 패딩이었다.

왕둥양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인지 어쩐 것인지 우물쭈물하며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한참은 “잘 안 보인다”고 하다가, 또 한참은 “애가 불쌍하다. 어려서 엄마도 잃었는데, 지금은 이런 병까지 걸렸다”느니 하는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았다.

 

자오 팀장은 자기 업무와 관계없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것이 귀찮은 기색이었다. 그렇다고 지원 나온 기술자를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어 주변을 둘러보던 차에 시선이 바이팅루에게 머물렀다.

“그래. 자네가 그…… ‘싱푸차오베이리(幸福橋北里)’의…….”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분명 류 소장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 하는 눈치였으니 바이팅루가 누구인지는 더더욱 알 리가 없었다. 그는 적당히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아무튼 너희도 좀전에 이 사람하고 접촉한 적이 있지. 한 번 봐 봐.”

 

바이팅루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이력서를 제출한 순간부터 자신이 머지 않아 홀로그램국으로 파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어중간한 나이의 남자 상사는, 자존심만 높고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 오히려 처세에 능하고 융통성 있는 사람보다 상대하기 쉬웠다.
그녀는 미래의 근무 환경에 대해 제법 낙관적인 전망을 품게 되었다.

 

어린 제자가 달려와 그녀의 귀에 무어라 소근거렸다. 바이팅루는 고개를 끄덕이고, 왕둥양의 뒤로 걸어가 화면을 한 번 살펴보더니 대답했다.

“아니네요.”

왕둥양—— 친아들도 알아보지 못 한 아버지는 목이 메어 딸꾹질을 토해냈다.

 

“오늘 그가 우리 파출소에 신고하러 왔을 때에는 전자기기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종이 지도를 들고 찾아왔죠. 저희가 거듭 안전을 보장한다 설명했음에도 그는 파출소의 카메라조차 계속해서 의심했습니다. 가상 인간이 전자기기를 해킹해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동료의 말로는, 카메라가 무서워 휴학까지 했다고 하더군요. 교차로의 카메라는 눈에 잘 띄는 데다, 아래에 ‘불법 주차 금지’라는 큼지막한 경고판까지 붙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 왔을 때 바로 발견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왕쉬는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살았으니 못 알아챘을 리가 없습니다. 숨겨진 카메라라면 모를까, 교차로의 CCTV에 찍힌 사람이 왕쉬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바이팅루는 단숨에 말을 마치고선, 자오쉐청을 향해 새하얀 치아를 활짝 드러내며 웃었다.

“자오 팀장님, 저는 바이입니다. 송백(松柏)*의 ‘백(柏)’ 자를 쓰죠. 싱푸차오둥리 파출소에서 왔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

 

그제야 자오쉐청이 그녀를 제대로 한 번 쳐다보았다.

옆에 있던 분국의 사건 담당 형사도 그녀를 눈여겨보았다.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가 있는 법인데, 정신질환자라면 더 그렇지 않겠습니까. ‘송백’ 동지, 다른 이유도 있습니까?”

 

“있죠.”

바이팅루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요즘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데요. 톈왕(天網)*의 스마트 감시 인식 정밀도가 워낙 뛰어나니, 얼굴이 안 찍혀도 같은 옷만 입고 있으면 보폭이나 걸음걸이만으로도 신원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분석해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자오 팀장 옆에 있던 ‘길쭉한 귀신 그림자’ 같은 기술자가 잠시 멈칫했다. 그는 그녀에게 이 일대는 40여 년 동안 재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스마트 감시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알려주려 했다. 교차로의 그 감시 카메라도 불법 주차를 겁주려고 설치한 것으로, 주민들이 직접 단 것이라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도 아니었다. 입을 열려던 순간 자오쉐청이 발로 툭 차며 그 말을 도로 삼키게 했다.

*중국의 디지털 감시 시스템 또는 그런 프로젝트.

 

다행히도, 해발이 너무 높아 뇌까지 혈액이 잘 안 도는 듯한 이 기술자를 제외하면 다들 눈치가 빨랐다.
순식간에 모두가 바이팅루의 의도를 이해하고 일제히 왕둥양을 바라봤다.—— 아직도 휴대폰을 들고 다니던 이 중년 남자는 상식이 부족한 것이 분명했다. 요즘 카메라가 찍힌 사람의 자취만으로도 신원을 분석해낼 수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당황과 동요가 그대로 드러났다. 경찰들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분국 형사가 왕둥양을 빤히 쳐다보았다.

“당신은 점심에 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죠. 어디에 갔습니까? 누구를 만났고? 4시 반쯤에는 누구와 함께 있었습니까?”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왕둥양의 혓바닥이 입안에서 얽혀버렸다.

“저, 저는 식당에 있었습니다. 어, 어떤 투자자랑 저녁 약속이 있어서…….”

 

“4시 반에 벌써 식당에 갔다고요? 어느 식당이 그렇게 일찍부터 저녁 주문을 받습니까?”

“저…… 저는 퇴근 시간에 길이 막혀서 늦을까 봐 일찍 갔습니다. 식당이 아직 안 열었으면 기다리려고 한 거예요. 제 차는 로즈 호텔 주차장에 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아니, 설마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왕둥양의 얼굴이 굳어지며 언성이 높아졌다.

“제가 일부러 아내랑 애를 태워 죽였다는 겁니까? 아, 제가 제 집을 날려 버리고 한밤중에 갈 데도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되면서까지 친아들한테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고요? 그렇게 해서 저한테 뭐가 좋다고 말입니까? 저는 정신병도 없는데…… 다, 당신 왜 웃어요?”

 

바이팅루는 건달처럼 양손을 소매 속에 찔러 넣은 채 입을 열었다.

“문제는 이게 ‘당신 집’이 아니라는 거죠.”

“무슨……?”

 

“이 집은 당신 전처 부모님의 집이었고, 전처는 죽기 전에 당신과 이혼한 상태였습니다. 2년 전 친정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서 지금은 왕쉬가 유일한 상속인이 됐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이곳에 들어와 살게 된 거죠. 거기다 중고 홀로그램 헬멧까지 사다 바치면서 집주인한테 비위를 맞춘 거군요.”

바이팅루는 싱글벙글 웃었으며 말을 이었다.

“몰랐습니까? 왕 선생님, 동네 사람들이 다들 뒤에서 댁의 가족 얘기를 수근대고 다니던데요. 이 일대가 드디어 재개발되게 되었다고 다들 기뻐하는데도 당신네만 버티고 있었잖아요. 당신네 ‘집주인’은 병이 있는데 죽어도 안 나가려 하고 설득도 안 됐죠. 하지만 당신은 머리가 잘 굴러가는 사람이잖습니까. 듣자 하니 얼마 전에도 그 병을 이용해 ‘집주인’을 행위능력제한자*로 만들려다가 아쉽게도 병이 딱 그 정도까지는 안 되어서 법원에서 인정을 안 해 줬다고 하더군요.”

*중국의 법률상의 구분으로, 부분적·독립적으로 민·형사 활동을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식별 및 통제 능력이 법률에 의해 일정한 제한을 받는 사람을 의미하며, 8주 이상의 미성년자 혹은 자기 변론이 불가능한 성인 등이 해당됨.

 

왕둥양은 입을 다물지 못 한 채 멍하니 있었다. 그의 이마에 열린 유전(油田)에서는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침 오늘 집이 폭발하고 말았으니, 이사를 하려 해도 안 할 수가 없게 되었네요. 얼빠진 정신질환자 아들은 얼떨결에 죄까지 인정해 버렸으니 보상금은 당신이 대신 받게 됐고요. 당신 아내도 오래전부터 이혼하고 싶어했죠? 재개발 문제 때문에 코를 막고 참으면서까지 이혼을 안 한 거였는데, 안타깝게 소원도 못 이루고 먼저 가 버렸네요. 어떻게 이게 당신이 갈 곳을 잃은 거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일거다득이면 모를까.”

 

원래는 질서 유지만 돕던 말단 경찰이었다. 그러나 상사가 툭 던진 질문 하나를 놓치지 않고 잡아채, 순식간에 이 상황을 자신만의 큰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몇 마디 말만으로 진범을 특정해 버린 것이다.
시경의 카메라가 이 장면을 정확하게 담아냈다.

두헝은 칫하고 혀를 차며 라이브 방을 나갔다.—— 바이팅루는 분명 남몰래 내장 원자로라도 달아 놓은 게 틀림없었다. 전혀 추워보이지 않았으니까.

두헝은 짜증스럽게 바보 같은 숏폼 영상들을 넘겨 보며, 한 사람만을 볼 줄 모르고 변심한 룸메이트가 지하철 보안 검색에서 걸려버리도록 저주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진행자는 시청자 한 명을 잃은 것도 모른 채 한참 동안 감탄을 연발했다.

“잠깐만요…… 그러니까 일부러 정신병 걸린 아들을 자극해서 쫓아내고, 아들 옷을 입고 교차로 CCTV에 슬쩍 찍히게 한 거예요? 와, 여러분. 이 낡은 우리 동네도 출세했네요, 이런 일이 다 벌어지다니! 이거 반년은 떠들어야겠는데요? 정신질환자는 얼마나 이용하기 편해요. 죄 하나 던져 주면 그대로 뒤집어쓰고. 우리 경찰 동지의 눈썰미가 좋지 않았으면 오늘이 사람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거 아니에요?”

 

“그건 아니었을 거예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린 바이팅루가 그를 보고는, 소매에 찔러넣었던 양손을 빼고 카메라를 향해 단정하게 미소 지었다.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사람이 의심받게 되어 있습니다. 부동산 소유권과 재개발 문제를 알고 있는 이상, 그가 조사를 피할 방법은 없었을 겁니다. 이 오래된 주택가 일대는 스마트 감시망이 부족하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않거든요. 도시 전체를 검색하면 스마트 감시망이 특정 시간대의 용의자의 행동 범위를 정확하게 분석해 낼 수 있습니다. 용의자 왕 씨는 그저 순간적인 꾀만 부린 무식한 사람일 뿐이에요. 여러분도 이 일을 본보기 삼아 법을 잘 지키고, 요행을 바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그녀를 훑어보던 자오쉐청이 갑자기 질문했다.

“현장이 이렇게 어수선한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재개발 소식은 어떻게 알아낸 거지?”

바이팅루가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했다.

“요즘 신도시 재개발이 한창이잖아요. 많은 곳이 이전 대상이 되고 있고요. 이곳의 이웃 주민들은 너무 차분했습니다. 딱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죠. 사람들하고 몇 마디만 나눠봐도 바로 알게 됩니다.”

 

자오 팀장과 기술자 뉴위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아직도 떠들썩한 군중을 바라보았다. 구경만 하느라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캐묻고 있었고, 영문을 아는 이들은 큰 소리를 욕을 퍼붓고 있었으며,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사람들은 정부에 거처와 경제적 보상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오직 바이팅루만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싸우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자오쉐청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이름이 바이 뭐라고 했지?”

바이팅루는 던져 준 막대기를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

“바이팅루입니다. 정자처럼 든든하고 비바람을 막아 준다는 뜻이에요. 저는 기초 현장 업무에 익숙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 외근도 정말 좋아해요. 기술이나 분석을 잘하는 동료와는 서로 보완이 될 겁니다.”

“…….”

“홀로그램 계정도 있습니다. 그것도 제일 초창기에 발급된 여섯 자리 번호죠.—— 지금 왕쉬의 캐리어 디스크를 분석하러 가시는 거죠? 제가 왕쉬에 대해 조금 알고 있으니, 옆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나중에 또 알아 봐야 할 것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을 찾아다니며 물어보는 수고를 덜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하여 15분 후, 두헝은 룸메이트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오늘 야근이라 금방은 못 들어갈 것 같아. 잘 때 문 잘 닫아놔. 내가 들어가면서 너 깨우지 않게.”

두헝은 무표정하게 위선적인 겉치레 한 마디를 보냈다.

“괜찮아. 나는 늦게 자니까. 조심해서 다녀.”

바이팅루가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홀로그램 총수사대로 가서 돕는 건데 당연히 안전하지, 하하하. 다만 몇 시에 끝날지는 모르겠다. 너도 별일 없으면 괜히 밤새지 말고.”

“…….”

누가 너한테 물어봤냐?

 

그녀는 움직이는 ‘OK’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며 대화를 강제로 끝맺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의기양양한 바이팅루가 얄밉기도 했고, 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자기 자신이 구더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악의든 자책이든 그녀에게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는 일이었다. 그래서 두헝은 익숙하게 모든 생각을 외면하고, 그저 현란하고 어지러운 소셜미디어 속으로 자신을 던져, 죽은 듯 살아있는 듯한 비루한 영혼을 매달아 거대한 정보의 흐름 속에서 연기처럼 흩어지게 내버려 두었다.

잠들지 못 할 때, 그녀는 깨어 있는 채로 몽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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