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흉포한 사슴(3)
2026. 6. 22.

오늘 아침 싱푸차오둥리 파출소에 신고를 하러 와, 자기 가족이 모두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던 왕쉬는…… 정말 말이 씨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가상 인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고, 경위 역시 그리 공상 과학적이지 않았다.

 

왕 씨네 집에서 가스가 누출됐고, 밤에 가족들이 돌아왔다. 안주인과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아들이 먼저 집에 들어갔는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걸 맡고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습관처럼 불을 켰다가 그대로 끝장이 난 것이다.

남편은 택배 보관함에 물건을 찾으러 가느라 그녀들보다 조금 늦게 들어왔고, 덕분에 혼자 살아남았다.

한편 정신질환자 청년 왕쉬는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운 일로 집에 감금당해 있었는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집을 나가버린 상태였다. 현재는 행방이 묘연하며, 이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었다.

 

바이팅루는 전화를 끊자마자 닭날개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쭉 잡아당겼다. 기름이 번들거리던 치킨은 순식간에 윤기 없는 뼈다귀로 변해 있었다. 양 볼을 가득 채운 탓에 말을 할 틈도 없던 그녀는 두헝을 향해 손만 휙휙 흔들어 보이고는 입을 닦으며 그대로 뛰쳐나갔고, 그 바람에 냅킨 한 장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두헝은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지는 냅킨을 바라보다가, 한참 빨아도 겨우 백 밀리리터밖에 줄지 않은 밀크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삶이 의심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기운이 넘칠 수 있는 거지?

 

바이 씨라는 사람은 한 끼에 밥 백오십 그램은 기본이고, 샤브샤브용 소고기도 혼자서 한 근을 먹어치운다. 게다가 머리만 대면 곯아떨어지고, 눈을 뜨면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생기 넘치게 날뛰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나이를 먹도록 생리통도 한 번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새로 출시되는 모든 디지털 기기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면서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물건은 그 어떤 것도 침실에 들이지 않을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했다. 야간 근무가 없는 날이면 정확히 밤 열한 시쯤이에 어김없이 불을 끄고 누웠고, 침대의 머리맡에 놓인 것은 알람시계 역할로 놓인 신호도 잡히지 않는 구형 휴대폰 하나가 전부였다.

한 달에 쉬는 날도 얼마 없는데, 그녀는 오히려 너무 한가하다면서 자기네 파출소가 양로원이나 다름없다고 매일같이 투덜댔다. 쉬는 날이면 집에서 대청소를 했고, 현실에서 한바탕 대청소를 끝낸 뒤에는 또 홀로그램 세계에 들어가 거기서도 무언가를 정리했다.

이미 이렇게까지 할 일이 가득 찼는데도 굳이 시간을 내어 아래층 권투 도장에서 대타 강사까지 해 주었고, 심지어는 수강생이랑 연애까지 했다!

 

두헝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 결국 바이팅루가 ‘신에너지 인류’라고 결론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첨단 기술이 아니고서는 그녀의 출력과 지속력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데운 닭날개는 다시 식어 버렸다. 두헝은 그것을 무덤덤하게 한참 동안 씹으며 생각했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성공하는 거겠지.

‘신에너지 인류’에게는 하기로 결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의 팔 할은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목적지까지 가는 길만 하나 더 찾아낸다면, 성공은 거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머지 않아 저 ‘신에너지 인류’은 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출근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효율 지상주의자인 그 사람은 틀림없이 이사를 갈 테고, 두 사람의 동거도 끝나버릴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새 룸메이트를 구해야 하나, 아니면 더 싼 곳으로 이사해 혼자 살아야 하나?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것은, 생활 리듬을 다시 맞추고 새로운 사람 성격에도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이사는 새로운 배달 음식 상권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었으니 더 골치 아픈 일이었다. 

이것이 그녀에게 환골탈태하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노동교화도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바뀌라고 요구하지는 않았다!

 

“아, 귀찮아.”

사람을 찾는 것도 귀찮고, 집을 구하는 것도 귀찮았다.

앞으로 닥쳐올 온갖 귀찮은 일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디 가서 목이나 매달고 싶은 충동이 들 정도였다.

밥도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두헝은 손에 잡히는 대로 쓰고 난 냅킨을 종이 그릇에 휙 던져 넣고는, 한곳에 멍하니 앉아 온몸으로 원망만 뿜어냈다.

다 저 ‘신에너지 인류’ 때문이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서 뭘 하겠다는 거야?

 

그때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막 업그레이드한 보안 시스템이 스팸 전화가 걸려왔다고 알렸다.

두헝은 말문이 막혔다.

원망이 휴대폰을 향해 솟구쳤다. 스팸인 걸 알면 차단을 해야지, 인공저능 같으니라고.

연말이라 그런지 최근 한 달 동안 스팸 전화가 유난히 많이 걸려왔다. 평소라면 두헝은 보통 전화를 끊어 버리고 말았고, 가끔 기운이 있을 때나 부지런히 차단 목록에 추가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원망으로 가득 찬 독한 여자였다.

 

원망이 그녀의 법력을 강화해 주었다. 잠깐 울리던 전화가 저절로 끊기자, 두헝은 갑자기 시체가 벌떡 일어나듯 몸을 일으켜 휴대폰을 컴퓨터에 연결했다. 장난을 칠 준비를…… 아니, 하늘을 대신해 정의를 실현할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모처럼 기운을 내고 일어섰던 두헝은 결국 2분 뒤 다시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그 스팸 전화는 홀로그램 공간의 가상 번호에서 걸려온 것이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어쩐 것인지 추적이 되지 않았다.

순간 그녀의 원망이 세 배는 더 깊어졌다.

너무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두헝은 심호흡을 하며 절반 정도 숨을 들이마시고는, 자신의 폐활량과 성대가 비명을 지를 만한 사양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별수 없이 치욕을 참고, 온몸에 가득한 원망을 스스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두헝은 낯선 번호 메시지의 화이트리스트에 그 스팸 번호를 따로 등록한 뒤, 바이러스가 든 피싱 메시지를 하나 보내며 이 정도면 복수는 한 셈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물론 아무 소용도 없으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이런 스팸 전화는 전부 기계가 무작위로 뿌리는 것이니,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리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울적하게 휴대전화를 끌어안은 채 싱글 침대 위로 몸을 던지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지루한 소셜 미디어를 멍하니 뒤적였다. 화를 좀 풀고 나면 그대로 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이때만 해도 그녀는 알지 못 했다. 오늘 밤은 잠들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그림자가 밤빛 속으로 번져나가고 빛을 보지 못 하는 요괴들이 어둠 속을 음침하게 기어 다니는 사이, ‘신에너지 인류’는 여전히 정의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바이팅루는 애지중지하는 전기 스쿠터를 몰고, 쏜살같이 사고 현장—왕쉬의 집—에 도착했다.

왕쉬의 집이 있는 낡은 건물은 이미 도시 미관에 살짝 영향을 줄 정도로 허름했는데, 이번 사고까지 겪으며 더욱 엉망이 되고 말았다. 외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멀리서 보면 이가 빠진 것처럼 보였고, 위험 건물로 분류될 것이 분명했다.

소방대원들은 안팎을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건물 주민들은 모두 대피해야 했는데, 인근 세 구역의 파출소 경찰들과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전부 모여 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바이팅루가 스쿠터를 세우자, 류 소장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장님.”

그녀는 뛰어가며 물었다.

“이 사건은 지금 누가 맞고 있나요? 우리 파출소는 뭘 담당하죠?”

류 소장은 그녀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구 분국이 수사를 주도하고, 우리는 협조만 맡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왕쉬 상황을 보고하고 나니, 상부에서 새로 생긴 홀로그램 부서에도 통보했지 뭐냐. 그쪽에서도 책임자 한 사람이 왔다. 데려가서 인사시켜 줄 테니, 우선 그 사람한테 업무 보고부터 하거라…… 눈치껏 잘하고.”

 

찾아온 ‘홀로그램 경찰’은 키가 훤칠한 사람이었다. 풋풋한 기색도, 나이 든 느김도 없어 보일 만큼 면도를 깔금하게 한 덕에 나이를 가늠하기도 쉽지 않았고, 말수도 많지 않았다. 그는 그저 자기 이름이 “자오쉐청(趙雪城)”이라고만 밝혔는데, 류 소장이 그를 ‘자오 팀장’이라고 부르는 것을 듯고 바이팅루도 얼떨결에 따라서 그렇게 불렀다. 다만 이 사람이 어느 직급의 ‘팀장’인지는 알 수 없었다.

류 소장이 바이팅루를 데리고 다가갔을 때, 자오 팀장은 누군가가 통곡하며 울붖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유일한 생존자—— 용의자 왕쉬의 아버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었다.

이 남자의 이름은 왕둥양(王冬陽)으로, 우는 모습이 꼭 안 팔린 발효 찐빵 같았다. 쪄낸 지 하루가 지나도 팔리지 않아서, 껍질이 속을 다 감싸지 못 하고 국물이 줄줄 새어 나오는 듯한 모습이었다.

바이팅루는 그가 대성통곡을 하며 두서없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제대로 교육을 못 시켰어요…… 자업자득입니다. 이웃들까지 피해를 입혔어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류 소장은 자오 팀장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뒤 자기 일을 보러 가버렸다. 그 노인이 자리를 뜨자, 한 젊은이가 재빠르게 인파 사이를 뚫고 나와 두 걸음 만에 바이팅루 곁으로 다가왔다.

“스승님!”

앳된 얼굴에 동그란 안경을 쓰고 있는 젊은이는 몸 전체에 모난 데가 하나도 없어 보여 아라레 같아 보였다. 그녀는 올해 막 싱푸차오둥리에 발령받았는데, 어린 여자였기 때문에 바이팅루가 맡아 가르치고 있어 그녀의 제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이팅루는 제자를 한쪽으로 끌어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상황이야? 사고라며?”

왕둥양 말만 들으면 왕쉬가 집을 폭파한 것처럼 들리는데?

 

어린 제자는 마침 오늘이 야간 근무였던지라,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한 바퀴 살펴 본 참이었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 속닥거렸다.

“남성 피해자 말로는 가스레인지 후드가 잘 작동이 안 돼서 부엌 창문을 일 년 내내 열어 놔야 했대요. 하지만 가을 겨울에는 너무 추우니까 항상 부엌 문은 꼭 닫아 둔다고 했고요.”

그러니 가스가 새더라도 창문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었고, 집 안에 고일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누군가 일부러 창문을 닫고 부엌 문을 열어 둔 채, 가스 밸브를 헐겁게 만들지 않는 이상은.

 

“얘기는 다 들었어?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봐. 그 집에서 마지막으로 주방을 쓴 게 언제야?”

“아침 식사 준비할 때요. 남성 피해자는 그때 분명히 문을 닫았다고 했어요.”

바이팅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일 것이다. 오늘 옌닝은 영하 6도에 건들바람*이 불었다.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 두면 온 집 안이 금세 냉장고처럼 변할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남극의 펭귄조차 문 닫는 걸 잊지 않을 날씨였다.

*풍력 계급 4 바람10분간의 평균 풍속이 초속 5.5~7.9미터이다.

 

“밥을 다 먹은 게 여덟 시 좀 넘어서였고, 그 뒤에 부부가 각각 외출했어요. 한 사람은 작은 아들을 유치원에 보내러 가고, 다른 한 사람은 고객을 만나러 갔어요.—— 왕쉬는 바로 그때 저희 파출소에 온 거예요. 아홉 시가 좀 지났을 때, 부부가 파출소에서 연락을 받고 사람을 데리러 왔고, 집에 돌아간 뒤 부자가 크게 싸웠어요. 아버지가 왕쉬의 홀로그램 기기를 부숴 버리고 방에 가둬버렸죠. 점심에는 배달 음식을 시켰는데, 가족이 밥을 먹으라며 왕쉬를 부르러 갔더니 방 안에 사람이 없었대요. 그제야 그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간 걸 알게 된 거예요.”

제자가 말을 이었다.

“왕둥양 말로는 한동안 나가서 찾아봤는데 못 찾았대요. 그때는 그래도 왕쉬도 다 큰 청년이니 당장은 별일 없을 거라 생각했고, 오후에는 고객과 약속이 있어서 우선 일부터 먼저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어요. 왕둥양은 정오를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고, 그 뒤로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장쯔한(張子涵), 그러니까 여성 사망자는 오후까지 계속 집에 있다가 네 시경 유치원에 가서 작은 아들을 데리고 친정에 가 저녁을 먹었어요. 그리고 왕둥양이 저녁에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고, 세 식구가 여덟 시쯤 집에 도착하자마자 폭발이 일어난 거예요.”

 

즉 마지막으로 집을 나간 여성 사망자가 아이를 데리고 자살하려 한 것이 아니라면, 오후 네 시 이전에는 집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누군가 손을 썼다면 분명 오후 네 시부터 밤 여덟 시 사이여야 했다.

어린 제자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에 있는 책임자가 지금 CCTV를 확인하고 있어요.”

바이팅루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분국에서 온 형사들은 경험이 풍부한 듯 벌써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홀로그램국의 자오 팀장도 자신이 데려온 기술자들을 보내 일을 돕게 하고 있었다. 그 자신은 옆에 서서 현장을 정리하고 있는 소방대원들이 왕쉬의 홀로그램 헬멧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오 팀장이 당분간은 자신을 신경 쓸 생각이 없어 보이자, 바이팅루는 눈치껏 어린 제자를 데리고 주민들을 달래러 갔다.

 

의외로 이 일대 주민들의 시민의식은 제법 높은 편이었다. 추운 날씨에 이런 황당한 일을 겪었으니 불만이 없을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은 이성적으로 행동했다. 게다가 설득을 듣고 나서는 순순히 협조해 주기까지 했다.

덕분에 바이팅루는 금세 질서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녀는 틈을 내어 제자에게 물었다.

“범행 동기는? 스승님께도 들은 소문 좀 말해 보거라.”

어린 제자의 눈이 반쩍였다. 듣자 하니 이 아이는 어릴 적부터 남의 이야기를 좋아해, 연예부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자라고 보니 홀로그램 기술과 인공지능이 급속히 발전하며 연예게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 바람에 연예부 기자도 사양 산업이 되고 말았다. 결국 그녀도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이 된 뒤에도 소문을 듣는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경찰관으로서의 본업을 잊는 일이 잦아 류 소장은 늘 못마땅해했지만, 바이팅루는 ‘소식에 정통한 것’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제대로 쓰일 곳만 찾으면 될 일이었다.

 

어린 제자가 까치발을 하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왕쉬는 남성 피해자의 전처가 낳은 아들이에요. 방금 사고를 당한 사람은 재혼한 아내고요…… 어? 스승님, 왜 하나도 안 놀라세요?”

바이팅루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뭐 놀랄 일인가? 아침에 파출소로 사람을 데리러 왔을 때, 여성 피해자의 표정은 억지로 개 산책을 나온 사람 같았다. 그것도 창피하기 짝이 없는 옴 오른 개 두 마리를 데리고 가는 듯한 얼굴이었다.

 

사연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도 없는 이 낡은 복도식 아파트는 원래 직장에서 지어 준 직원 숙소였는데, 주택 개혁 이후 직원들에게 순차적으로 매각되었다. 당시 집주인은 왕쉬의 외할아버지였다. 딸이 왕둥양과 결혼하면서 이 집은 그들의 신혼집이 되었고, 적지 않은 오랜 이웃들이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후 왕둥양은 운 좋게 사업이 잘되어 돈을 벌었고, 가족은 이사를 갔다. 당초에는 이 집의 입지가 나쁘지 않았기에, 그는 나중에 집값이 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팔지 않고 세만 놓아두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예측할 수 없는 법이다. 왕둥양은 돈을 번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는 운이 좋았는지 이 년도 채 안 되어 순조롭게 본처를 홧병으로 죽게 만들고 새 아내를 맞이했다. 전처의 아들은 자연히 처리해야 할 쓰레기 신세가 되었다.

새어머니는 이렇게 다 큰 공짜 아들과 함께 사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왕둥양은 이 쓸모없어진 아들을 자기 명의로 된 한 가게에 데려다 두고, 잡동사니를 쌓아 두는 다락방에 처박아 두었다. 다락방은 천장 높이가 1.7미터도 되지 않고 창문도 없는 캄캄한 방으로, 악취가 가득하고 일 년 내내 햇빛 한 줌도 들지 않았다. 왕쉬는 쥐가 아니었기에 그런 곳에서는 도저히 견디며 지낼 수 없었다. 그래서 늘 혼자 주변을 떠돌다가 근처 폐품 수거장의 노인과 친해지게 되었고, 그곳으로 거처를 옮겨 노인과 함께 쓰레기 더미 옆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반년 뒤 노인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주민센터 직원들이 시신을 수습하러 왔다가 그제야 그곳에 아이 하나가 더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왕둥양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왕둥양은 그때가 되어서야 어쩔 수 없이 세를 주었던 옛집을 회수해 전처가 남긴 골칫거리를 다시 그곳에 던져놓았다.

 

어린 제자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정말 개자식이죠.”

바이팅루도 깊이 공감했다.

“누가 아니래.—— 그래서 그다음은?”

“그다음은, 하아, 좀 답답한 이야기예요.”

왕쉬는 자란 뒤에도 끝내 기를 펴지 못 했고, 쓰레기 같은 아버지의 얼굴에 따귀를 날리지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 억울한 일 없이 자란 사람은 평범하게 별 볼 일 없이 살고,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은 한심하게 별 볼 일 없이 살 뿐이다.

 

거처가 일정치 않았기 때문에 왕쉬는 중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한 학년을 유급해야 했다. 그 후로도 고등학교에 합격하지 못 해, 학비가 가장 싼 난저우 직업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그때는 마침 금융위기가 한창이었고, 많은 업종이 인공지능의 충격을 받았던 시기였다. 왕둥양의 사업도 그때 완전히 망해 적지 않은 빚을 지게 되었으며, 상승장만 좇아 투자하던 후처까지 함께 발이 묶이고 말았다.

호화 주택과 고급 승용차도 모두 처분해 현금으로 바꾸었고, 이 가족은 결국 염치 불구하고 옛집으로 돌아와 왕쉬와 다시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되었다. 왕둥양은 관계를 풀기 위해 ‘가상현실 비즈니스’ 전공을 선택한 왕쉬에게 중고 홀로그램 기기 한 세트를 사 주었다.

‘그냥 헬멧 속에서만 살고 밖으로 나와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수도 있겠지.’

바이팅루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망상으로 떠올린 줄거리가 온 가족을 죽이는 내용인 것도 이상할 게 없네.’

 

그녀는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 다시 물었다.

“왕쉬가 신고할 때 말한 그 가상 인간도 왕둥양이 사 준 거야?”

어린 제자가 고개를 저었다.

“아까 분국 책임자도 그걸 물어봤는데, 왕둥양은 홀로그램 가상 인간이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어요. 그냥 같이 게임하는 인터넷 친구 정도로 이해하고 있더라고요.”

 

바로 그때, 경찰에게 둘러싸여 진술하던 왕둥양은 또다시 자기 책임을 떠넘기는 쪽으로 말을 돌리고 있었다.

바이팅루는 귀가 밝은 덕에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저는 그 애가 인터넷에서 어떤 이상한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모릅니다…… 매일같이 그를 꼬드겨서 나쁜 길로 가게 부추겼어요…… 학교도 안 가고, 수업도 제대로 안 듣고, 매일 그런 게임만 했습니다…… 요즘은 아무도 그 잔인하고 폭력적인 게임을 관리하지 않는 겁니까? 멀쩡한 애 머리가 다 망가져 현실이랑 가상도 구분을 못 하게 됐습니다! 한동안은 매일 게임 속 사람을 시켜 누구누구를 죽이겠다고 말했어요…… 저희도 혼내보고, 타일러도 보고, 병원에도 데려갔습니다…… 그 애의 정신병 진단서도 있어요……”

허, 이건 동정을 사서 책임을 떠넘기려는 수작이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이팅루 옆에 있던 성질 급한 할아버지 한 명이 목청을 높였다.

“뭐야? 정신병이라는 말 한 마디로 전부 떠넘기겠다는 게냐? 정신병이 뭐 대수라고! 요즘 세상에 정신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얼굴이 벌개지고 목에 핏대가 선 채 고개를 돌리던 왕둥양이 바이팅루를 발견했다.

“우리 아들은 정말 정신병이 있습니다! 오늘도 파출소까지 가서 소란을 피웠어요. 바로 저 파출소 경찰이 신고를 접수했습니다. 저 사람이 증인입니다!”

말없이 있던 자오 팀장도 고개를 들어 바이팅루를 한 번 바라보았다.

바이팅루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한 경찰관이 급히 다가와 말했다.

“왕쉬를 찾았습니다!”

“어디서?”

“칭윈(青雲)로 폐품 수거장이에요. 예전에 살던 그곳입니다. 그가…… 음…… 자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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