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흉포한 사슴(2)
2026. 6. 22.

바이팅루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다 식어 버린 배달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쑤셔 넣었다.

“화장장에 전화해서 날이 밝는 대로 수거하라고 하면 될까?”

“그럴 필요 없어. 화장로를 쓰려면 추가 요금이 붙으니까 차라리 내 시체를…… 아!”

 

느긋하게 유언을 다 남기기도 전에 바이팅루는 능숙하게 흔들의자를 뒤집어 그 위에 기생하던 것을 털어내고선, 시체를 끌고 가듯 식탁까지 몰아온 뒤 밀크티 한 잔을 밀어 주며 말했다.

“자, 먹어.”

 

존엄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는 그녀의 룸메이트는 그대로 식탁 옆에 축 늘어졌다. 그리고는 휴지 상자로 머리를 받친 채, 작게 몸을 웅크리고 필사적으로 빨대를 향해 입을 내밀었다. 하지만 빨대가 조금 멀리 있던 탓에 ‘비실이 입’을 해도 닿지 않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얼굴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차분하게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진짜 못 봐주겠네.”

그녀는 못마땅한 얼굴로 밀크티를 앞으로 밀어 빨대를 룸메이트의 입에 꽂아 주었다.

 

이 이상한 룸메이트의 이름은 두헝으로,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해 준 사람이었다.

당시에는 둘 다 이 근방에서 저렴한 집을 찾고 있었고, 원하는 룸메이트의 조건도 비슷했다. 미혼 여성일 것, 돈은 알아서 분담해 낼 것, 애인을 집에 데려오지 않을 것.

중개업자는 기지를 발휘해 계약 두 건을 한꺼번에 성사시키기로 했고, 두 사람을 불러 룸메이트 매칭 자리를 마련했다.

 

두헝은 첫 만남에서 완벽하게 인간인 척 위장했다. 일부러 화장도 하고 몸에서 향기까지 나게 꾸미고 있었다. 파운데이션을 바른 얼굴은 얇은 얼음이 덮인 본차이나를 떠올리게 했고, 깜빡 속은 바이팅루가 속으로 ‘세상에, 이게 바로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그 “백월광(白月光)*” 아냐?’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둥팅호(洞庭湖)의 늙은 참새**는 눈이 멀어 버렸다. 정작 매일 관할 주민들에게 보이스피싱 예방을 홍보하던 샤오바이 동지 자신이 사기를 당한 것이다.

어쨌든 두헝의 사람 꼴을 한 ‘한정판 스킨’은 그렇게 딱 한 번만 등장했고, 계약서에 서명한 뒤로는 다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손에 닿지 않는 이상적인 사랑, 영원히 잊지 못 하는 첫사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노련해 세상 물정을 꿰고 있으며 경험이 풍부하여 쉽게 속지 않고, 대담한 사람을 의미.

 

이 인간은 스스로를 ‘프리랜서’라고 소개했다. 진짜인지는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백수 청년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는 법이었다. 그녀는 출근도 하지 않았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밥은 배달로 해결하고 생필품은 인터넷 쇼핑에 의존하면서, 매일 흐트러진 잠옷 차림을 하고 있었다. 산발로 머리를 풀어헤친 채 구석에 웅크려 지박령처럼 있다가 가끔 돌아다니며 사람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바이팅루는 자신이 룸메이트를 구한 게 아니라, 재수 없는 곳을 지나가다 ‘더러운 것’을 묻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헝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집 안에 웅크리고 있는 에너지 절약형 개체였다. 정말 돈이 다 떨어졌을 때만 마지못해 몸을 움직여 연명할 일거리를 찾았다.

애초에 생존만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두헝은 일을 그리 가리지도 않았다. 휴대폰 수리, 시경(視鏡) 수리, 홀로그램 기기 수리, 냉장고나 에어컨 같은 소형 가전 수리까지…… 바이팅루는 심지어 그녀가 ‘형제라면 나를 베어라*’ 같은 웹게임의 외주 프로그래머를 하는 것도 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업무 방침은 모난 데는 모난 대로 둥근 데는 둥근 대로 대응하며 오는 일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하는 식이었다.

*달의 전설(貪玩藍月)이라는 게임의 대언인(代言人)이었던 장자후이(張家輝)의 보통화 발음이 어색해, 광고에서 해당 대사(大家好,我是張家輝,是兄弟就來砍我)를 포함한 자기 소개를 할 때 나는 쓰레기후이(渣渣輝; 쟈쟈후이)라고 한 것처럼 들려서 밈이 되었음.

 

이미 직장에서 저녁을 먹고 온 마음씨 좋은 경찰은 그래도 자리에 앉아 룸메이트와 치킨을 나눠 먹었다.

“지난번에 무슨 일 받았더라? 들어온 돈 아직 다 안 쓴 거야?”

“초혼.”

바이팅루는 하마터면 닭뼈에 목이 막힐 뻔했다.—— 그녀는 이 할머니가 지난번에 스마트 변기를 고쳐 준 게 업무 영역의 한계인 줄 알았다!

“봉건 미신 활동은 단속 대상인 거 알지?”

“아이, 농담이야. 사이버 초혼인데 그걸 봉건 미신이라고 할 수 있겠어?”

두헝의 손가락이 치킨 위를 맴돌았다. 어느 것을 가져갈지 한참을 고민하는 것이 그녀가 무엇을 고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어떤 고객의 가상 인간이 ‘탈옥’했다가 망가졌거든. 내가 데이터를 복구해 줬어. 이게 바로 ‘초혼 대부활술’ 아니겠어?”

 

바이팅루는 가상 인간을 데리고 놀지는 않았지만, 가상 인간 ‘탈옥’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홀로그램 세계에는 수많은 가상 인간이 존재한다. 저마다 신분과 설정이 있고 말과 행동도 실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의 가상 인간은 업무형으로, 특정 기관에 소속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미래에 홀로그램 경찰서가 생긴다면, 홀로그램 세계에서 민원인을 맞이하는 일은 아마도 가상 인간 경찰이 담당할 것이다.

홀로그램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과 기관도 대량의 가상 인간 직원들을 주문하곤 했다. 실제 사람보다 똑똑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며, 비용 절감과 효율 증대까지 가능했다…… 요컨대 책임을 뒤집어씌울 수 없다는 점만 빼면 단점이 하나도 없었다.

 

반면 개인 소유의 동반형 가상 인간은 또 달랐다. 이런 ‘홀로그램 연인’은 업무용 인간보다 더 아름답고 모델링도 정교하며 설정도 화려했지만, 제약이 많았다.

어쨌든 사용자들의 창의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제조사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용자의 자유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별의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용자들이 마음대로 변형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의 정식 홀로그램 연인은 모두 고정된 모델로만 출시되었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요소는 매우 적었고 외모 수정조차도 크게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홀로그램 세계에는 실제 사람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복제 얼굴이 넘쳐날 것이 분명했다.

요컨대 제품이 발전할수록 사용자가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는 영역이 더욱 줄어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조정할 수 없고 저것도 설정할 수 없다 보니, 사용자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가상 인간 탈옥’이라는 회색 산업이 생겨났다.

물론 이것은 고급 사용자들의 영역이었다. 한 번 “탈옥”하면 제조사는 더 이상 보증을 해 주지 않았고, 이후 제품에 어떤 문제가 생기든 사용자가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두헝이 바로 그 ‘방법’ 중 하나였다.

 

바이팅루는 닭날개의 끝부분을 집어 두헝의 종이 그릇에 던져 넣으며, 밥 먹기 전 끝없이 이어지던 그녀의 “전주곡”을 끊어냈다.

“한 번 복구하면 얼마 받아?”

두헝은 닭날개를 집어 느릿느릿 씹었다. 밥을 먹는 것인지 이를 가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바이팅루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오천? 나쁘지 않네…….”

“오만. 자기야, 나는 이 일을 끝내면 일 년은 안식할 거야.”

 

바이팅루는 그 말에 숨을 들이켰다. 홀로그램 경찰 도입이 정말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저 안의 요마귀괴들을 단속해야만 했다.

“가난해서 양심을 잃었어? 차라리 강도질을 하지 그래?”

“시세가 그래. 업계 규칙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 과도한 경쟁을 막는 건 다같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잖아. 고치기 싫으면 새로 하나 사는 방법도 있고.—— 그때 내가 왜 너한테 가상 인간 대신 가상 개를 선물했는지 맞춰볼래?”

“내가 강아지를 좋아하니까?”

“내가 사람을 살 돈이 없어서.”

 

바이팅루는 눈을 깜빡이며 자기 집에 이미 ’홀로그램 정보원‘이 하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실한 사람은 모든 기회를 배움으로 삼는다. 그녀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바로 질문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본 광고에서는 ‘북극성’에서 새로 나온 가상 인간이 6만 정도라던데? 복구 비용이랑 별 차이가 없잖아.”

 

두헝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물가관리국이 아니라 공안국 소속이라 다행이다. 마담, 광고는 제목만 보는 거야? 그 장난감은 글자가 클수록 거짓말도 커. 구석에 적힌 작은 회색 글씨가 진짜 본문이라고…….”

“사람 말로 좀 해 봐.”

“그러니까, 6만짜리는 특가 모델이야. 최저 사양이라 거의 전시용이고, 너도 살 수 없는 모델이지. 표준판은 무조건 10만이 넘을 거고, 커스텀 모델은 상한이 없어. 게다가 북극성은 금지어 데이터베이스가 너무 광범위해서 ‘혐오스럽다’는 말도 욕으로 처리해.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 예절 선생을 데려와 봐야 뭐 해? 황제 선발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바이팅루는 미간을 찌푸렸다.

“다 그렇게 비싸? 그럼 탈옥은 얼만데?”

“일이 만 정도? 하지만 탈옥한 뒤에 인격 모듈까지 맞춤 제작하려면 또 따로 비용이 들어. 복구보다 더 비싸.”

두헝은 한바탕 말을 쏟아냈지만 손에 든 닭날개는 겨우 껍질만 외상을 입은 정도였다.

“구체적인 시세는 나도 잘 몰라. 나는 수리만 맡으니까. 탈옥은 불법이라 그런 일은 안 해.”

바이팅루는 눈을 흘기며 헛소리는 그만하라고 말했다.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게임 핵 프로그램이나 팔던 사람이 무슨 착한 척이람? 귀찮고 번거로워서 안 하는 것이 분명했다.

 

멍하니 밀크티 반 잔을 단숨에 빨아 마신 바이팅루는 오늘 아침 신고하러 왔던 정신질환자 청년을 떠올렸다.

그녀는 원래 홀로그램 연인에 대해 잘 몰랐다.—— 정상적인 월급쟁이는 ‘단돈 6만’이라는 광고를 눌러 스스로 모욕당할 일을 만들지는 않으니까. 때문에 그녀는 이 고급 전자 애완동물이 비싸다는 것만 알았지, 이렇게까지 비쌀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변변한 겨울옷 한 벌 없는 정신질환자가 어떻게 이런 사치품을 가지고 있었을까?

혹시 그것도 환자의 광활한 상상력 덕분일까?

 

바이팅루가 두헝을 툭 찔렀다.

“좀 더 싼 가상 인간은 없어? 그렇게 정교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고, 고장 나면 욕이나 하는 그런 거.”

두헝은 잠시 생각했다.

“불법 복제품 말이야? 몇천, 몇백짜리도 있어.”

“그렇게 차이가 난다고!”

“싼 게 비지떡이지. 그런 건 다 불법 업자들이 폐기된 바이오 캐리어 디스크를 대량으로 가져와 세척한 다음, 자기들끼리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만든 쓰레기야. 욕하는 게 무슨 고장이야? 불법 가상 인간은 개보다도 더 지능이 낮아. 욕이나 제대로 할 수 있으면 그건 잘 만든 편이지. 대부분은 사 와도 ‘아바아바’밖에 못 해.—— 그런데 이런 건 갑자기 왜 묻는 거야?”

두헝은 약간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려고?”

“음… 비슷하지.”

 

홀로그램 경찰처럼 사회 전체에 공고가 나는 일은 특별히 비밀로 할 만한 일도 아니었기에 바이팅루는 자연스럽게 임시로 파견되는 일에 대해 룸메이트에게 말해 주었다.

두헝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다.

“파견되면 어디서 근무하는데? 여기서 멀어?”

“홀로그램 청사. 이제 막 지은 데야. 시국 바로 옆에 있어. 여기서 전동 스쿠터로 20분 정도?”

“꽤 멀구나.”

두헝은 시선을 내려 속눈썹 아래로 눈빛을 숨겼다.

“그럼 이제 승진도 하고 월급도 오르고, 인생의 정점을 향해 가겠네?”

“하하.”

바이팅루는 그 말에 깊이 동의하면서도 입으로는 짐짓 겸손을 떨었다.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야.”

“좋네. 돈 많이 벌어도 나 잊지 말고.”

두헝의 관심은 바람에 흩날리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녀는 그렇게 한 마디를 던지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낡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맥락 없이 이어지는 꿈에서 대화하듯 화제를 옮겼다.

“이 집 치킨 점점 짜지는 것 같지 않아?”

의기양양하게 한바탕 더 자랑할 생각이었던 바이팅루는 이야기가 이렇게 빨리 끝나버릴 줄은 몰라 치킨에 목이 막힌 기분이 들었다.

씁…… 듣고 보니 정말 조금 짜기는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산 지 일 년이 넘었고, 사이는 꽤 좋은 편이었다.

두헝이라는 사람은 가난하고 게으르긴 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돈이 없으면 굶을지언정 월세나 공과금을 나눠 낼 때가 되면 기어 나가 가스레인지의 후드를 수리해서라도 제때 맞춰 돈을 냈다. 집에서는 불도 안 켜고, 배달 음식을 받으러 문을 여는 것조차 귀찮아할 정도였지만, 자기 몫의 집안일은 한 번도 미룬 적이 없었다.

둘은 시간이 나면 수다도 떨고 농담도 했다. 자잘한 생활용품은 굳이 말할 필요 없이 빌려 쓰기도 했고, 별 일이 없으면 ‘반복 구매 시 반값 할인’ 이벤트도 나눠서 이용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두헝은 누구와 어울리든 잘 대답해 주고 무슨 농담이든 다 받아 주었지만, 다른 사람의 일을 캐묻는 법이 없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일도 먼저 꺼내는 법이 없었다. 물론 그녀에게 물어보면, 악의적으로 사생활을 침해하는 수준이 아닌 이상 숨기지 않고 다 대답해 주기는 했다.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들어 주었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더 묻지도, 나중에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냉담하고 타인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해 다른 사람 역시 자기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고 여기는 듯했다.

 

예를 들자면, 오늘 바이팅루가 밀크티를 사 왔으니 두헝도 사흘 안에 비슷한 것을 사서 돌려주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둘 다 성격이 원만해서 잘 지낸 것이기도 했지만, 그만큼 관계가 얕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물 물이 강물을 범하지 않으니*, 마찰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각자 한계를 분명히 하여 서로 범하지 않다.

 

바이팅루는 친구를 잘 사귀는 편이었지만, 분수를 지키는 사람이기도 했다. 상대방이 거리를 두는 신호를 감지하면 그 경계를 존중할 줄도 알았다.

그것도 괜찮았다. 어차피 룸메이트일 뿐이다. 갈등이 없는 것이 가장 좋은 관계였다.

 

모서리가 깨진 두헝의 휴대폰에 시선이 옮겨지자, 바이팅루는 방금 전의 불편함을 혼자 털어 버리고는 별 의미 없이 말을 걸었다.

“내 주변에서 아직까지 휴대폰 쓰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이번에 돈도 좀 생겼는데, ‘시경’으로 안 바꿀 거야?”

 

국산 시경은 이제 일반 월급쟁이도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내려갔다. 이런 스마트 안경은 사실상 휴대폰을 대체하고 있었다. 얼굴에 걸치기만 하면 두 손이 자유로워지고 타인이 화면을 훔쳐보는 것도 막아주니, 회의나 수업 중에 몰래 딴짓하기에도 최고였다. 게다가 패키지를 추가하면 간이 홀로그램 헬멧처럼 시각으로 홀로그램 계정에 접속하는 것도 가능했다.

요즘 시대에 아직까지 휴대폰을 쓰는 사람은 시각장애인이나 가난한 사람을 빼면 시대에 뒤처진 중장년층뿐이었다.

 

“휴대폰이 고장난 것도 아닌걸.”

두헝이 중얼거렸다.

“기능은 다 비슷해. 시경은 몇 배나 더 비싸고.”

쓸데없는 돈을 덜 쓰면 그만큼 일을 덜 해도 되고, 그만큼 몇 달은 더 자유롭게 누워 있을 수 있었다.

사람이 우제목(偶蹄目)* 동물도 아니고, 소나 말처럼 착취당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유제류 중에서 짝수의 발굽을 가진 포유동물돼지하마낙타사슴기린염소영양 따위가 있다.

 

“기능은 엄청 차이나지. 시경은 일부 감각만으로도 홀로그램 계정에 접속할 수 있잖아.”

바이팅루는 여기까지 말하다가 두헝이 홀로그램 공간에도 거의 접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녀의 홀로그램 기기는 철저히 업무용이었다. 그녀는 관련된 업무가 없으면 전원도 켜지 않았다.

“라오두, 그러고 보니까 말이야, 홀로그램에 관련된 일이 네가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일이잖아. 그런데 나는 왜 한 번도 네가 갖고 노는 걸 못 봤지?”

 

“일이라는 건 원래 흥미를 박살 내기에 가장 좋은 몽둥이인 법이야.”

두헝은 밀크티를 한 모금씩 빨며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게다가 사람의 의식은 원래 얌전히 머릿속에 있어야 해. 머리는 고향이자 위대한 결계이며, 손오공이 삼장법사에게 그어 준 원*이지. 별 일도 없는데 괜히 원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아.”

“왜?”

“크툴루를 만나기 쉽거든.—— 봐, 너도 맨날 그런 걸 갖고 노니까 정신이 흐릿해졌잖아.”

*요괴가 둔갑술로 삼장을 속여 해치려 하자, 손오공이 삼장을 보호하기 위해 그려준 보호막.

 

바이팅루는 겸손하게 가르침을 청했다.

“제가 ‘정신이 흐려졌다’는 것에 어떤 증상이 있는지요?”

“매일 일 층에서 아파트 단지를 빙글빙글 뛰어다니잖아. 네 그 정신병적 증상은 이미 말기야…… 야, 말로 하지 왜 손부터 써? 내 말 좀 들어봐, 조증도 딱 그런 증상이거든!”

바이 경관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불법 의료 행위를 제재하려던 순간, 가슴에 걸려 있던 시경이 진동했다. 파출소 동료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어…… 지금? 괜찮아, 바로 갈 수 있는데. 무슨 일…… 뭐라고?!”

myos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