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군, 시간을 좀 보십시오.”
궁문의 소로(小路) 안에 시인(寺人)* 몇이 서 있었다. 그 중의 우두머리가 위지량을 보자마자 앞으로 나와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날이 밝겠습니다. 함께 일을 치르는 처지인데, 장군께서도 소인을 좀 헤아려 주셔야지요!”
*태감.
“일이 중대하여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었네. 그대는 병사를 거느려 본 적이 없으니 이 열여섯 명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를 것이오.”
위지량은 그와 오래 알고 지낸 터라 서로 예를 차리는 절차를 모두 생략한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안쪽은 지금 어떤가?”
“아이고, 시끌벅적하여 아주 어지럽습니다.”
서도순(徐道純)이 얼어붙은 발을 두어 번 굴렀다.
“안에는 복성왕(福成王)의 병위뿐만 아니라 태자의 당장들도 있습니다. 한쪽은 태자를 맞이해야 한다고 떠들고, 다른 한쪽은 사람들의 무례를 허락하지 않겠다 하니, 곧 싸움이 날 듯합니다.”
서도순은 새로 오른 중상시(中常侍)*였다. 그는 본래 관외 사람으로, 투항한 민족이라 해도 되는 신분이었다. 이러한 연유로 위지량과 이토록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다. 이번에 위지량이 일을 치르러 오자 그는 수행을 하며 조서를 전하는 일도 맡았다.
*전한 시대 황제의 근신으로, 일을 좌우하고, 고문을 맡아 대응했다.
위지량이 생각에 잠긴 채 물었다.
“그럼 태자는 복성왕의 병위를 만났소?”
“못 만났습니다.”
서도순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뒤, 위지량의 귓가에 다가갔다.
“밤새 여기에 서 있었는데, 끝내 태자의 그림자 하나 보지 못했습니다.”
위지량은 마음을 놓고 다시 물었다.
“그는 무얼 하려는 겁니까? 바깥 사람들은 모두 항복했고, 안팎이 전부 우리의 병마인데, 설마 이제 와서 마음을 돌리겠단 말이오?”
“그럴 수야 없지요. 형세가 아주 분명하지 않습니까.”
서도순은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말했다.
“태자가 사람을 만나려 하지 않는 것은, 십중팔구 그 병이 도진 것입니다.”
위지량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그는 소로 밖의 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밤에는 달도 없는데, 그가 어찌…… 발작을?”
그는 입 밖에 내는 것만으로 금기를 범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마지막 세 글자를 아주 가볍게 읊조렸다.
“장군께서는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어둑한 소로에서 서도순은 양쪽의 횃불을 피해 조용히 말했다.
“미라의 머리가 아직 그의 궤독 위에 놓여 있습니다. 남의 손을 빌려 처리할 수도 없을 것이니, 반드시 직접 삼라로 돌려보내야 하겠지요. 하지만 역적의 머리 하나를 두고 어찌 이리 크게 일을 벌이겠습니까?”
위지량은 무언가 깨달은 듯했다. 이번 일에는 그 자신만이 아니라 복성왕의 병마까지 동원되었다. 본래는 병력이 부족한 까닭이라 여겼으나, 서도순의 말을 들으니 또 다른 사정이 있는 듯했다.
“그대 말은,”
위지량은 말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지존께서 미라를……”
“이리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부자 사이에 하늘만큼 큰 원한이 있었다 한들 이제는 마무리되었겠지요. 마무리되었다면 속이 괴롭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서도순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렸다.
“누군가 가장 아끼던 아들을 죽였는데, 죽인 사람이 남도 아니고 하필이면 아들의 아들입니다. 이를 어찌 해야 하겠습니까? 분명 지존도 마음도 어지러우실 겁니다…… 태자가 지금 삼라로 돌아가면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또한 비통하여 견딜 수 없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발작’ 말고 또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설령 그가 그럴 마음이 있다 해도, 발작은 그리 쉽게 꾸며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잠시 말을 멈춘 위지량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그가 개 몇 마리를 보내 문을 지키게 했다 했더니, 남들이 수상한 낌새를 알아챌까 두려웠던 것이군.”
“누가 아니랍니까. 하지만 그 바람에 우리가 고생입니다. 밤새 방치되어 칙유조차 전하지 못했으니.”
“이제 어찌할 것인가?”
서도순은 풋 웃으며 몸을 뒤로 물렸다.
“이번 일의 주심골은 장군이시지요. 우리가 어찌할지는 모두 장군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
빌어먹을. 위지량은 마음속으로 냉소했다. 이리저리 돌려 말해도 결국은 손 놓은 장사치 노릇을 하고 싶은 것이구나, 이 죽일 환관 놈!
“내 사람들은 다 도착했으니, 우선 들어가 보도록 하지.”
위지량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오늘 밤 임무는 태자에게 칙유를 읽어 주는 것이네. 시간이 지나도 그가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면, 문을 활짝 열어 두시오. 내가 계단 아래 서서 그에게 읽어 줄 테니.”
“이러니 어찌 장군을 주심골이라 하지 않겠습니까?”
서도순은 먼지 끝자락을 팔오금에 털어냈다.
“장군의 그 기세만으로도 저 또한 목숨을 걸고 군자를 모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쪽으로 가시지요!”
아직 밤이 깊은 시각, 사방에는 살기가 감돌았다. 시인들은 모두 땅에 엎드린 채 감히 눈을 들어 바라보려 하지 않았다. 멀리서 병사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라. 칙유가 문 앞까지 이르렀는데 전할 수 없다는 말은 내 들어 본 적이 없다. 일을 그르치면 너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는 것은 동궁의 체면을 생각해서다. 감히 못 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거라. 이곳은 너희들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릴 자리가 아니다!”
“무슨 일이지?”
위지량은 멀리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기에 안에서 하지 못 하고 굳이 바깥에서 떠드는 겐가? 이 많은 시인들이 죄 듣고 있으니, 어디 체면이 서겠는가?”
그의 말은 이미 한쪽에 편향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금 전까지 훈계하던 장령이 고개를 돌려 흘끗 그를 보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놈들이 어찌 나서서 맞붙으려 드나 했더니, 뒤에 믿는 구석이 있었군. 위지 장군, 태자가 지금 귀부했다 해도 우리가 나눈 십수 년의 교분을 잊어서는 안 되지.”
“믿는 구석이라느니 맞붙는다느니 하는 말은 별로 듣기 좋지 않군. 우리 모두 한 집안의 형제인데 그렇게 말하면 너무 서먹하지 않은가.”
위지량은 가까이 다가가 계단 위를 한 번 쳐다보고선 다시금 장령에게 시선을 옮겼다.
“노금, 그대는 복성왕께서 가장 아끼는 장군이지 않나. 외지에서 얼마나 많은 승전을 거두었는가. 그런데 어찌 이런 곳에 와서 어린 녀석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게야?”
“내게 어디 새끼 발바리들과 힘겨루기나 할 한가한 시간이 어디 있겠나. 자네가 직접 보게.”
금명석은 계단 쪽을 향해 턱짓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저 놈들은 내 앞에서 충정이 변치 않는다는 연극을 하고 있네.”
위지량은 몸을 돌려 계단 위의 사람을 타일르듯 말했다.
“형제여, 그대도 금 장군을 탓하지 말게. 서로 싸우고 죽이는 모습을 익히 봐 성미가 좀 거칠기는 하나, 인품과 능력은 흠잡을 데가 없어. 그의 말도 틀리지 않지. 칙유가 문 앞에 이르렀는데도 전할 수 없다는 이치는 지금껏 들어 본 적이 없네. 태자께서 아직 깨어 계시다면, 어서 나와 공손히 기다리시라 청하게.”
조금 전에 한 말과 달라진 태도에 뒤에 있던 서도순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칠흑 같은 궁의 처마 아래로 빗물이 흘러내렸다. 줄지어 놓인 계단 위로 수 없이 많은 동궁 위랑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무장을 하고 패도를 누른 채, 소리 한 점 내뱉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비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이 얼굴 위로 흘렀다. 동궁 당장의 우두머리의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부자연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태자의 명이 없으면 그 누구도 궁실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좋은 술은 마다하고 벌주를 찾는군.”
그에게 밤새도록 가로막혀 있던 금명석은 금명석은 속의 화가 가라앉지를 않았다.
“어른 앞에서 잘난 체하지 마라. 네게 나를 겁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아이고, 그러지 마십시오!”
서도순은 이번 거사가 처음으로 밖에 나와 처리하는 일이었다. 그는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더는 메추라기처럼 숨는 척할 수도 없어 서둘러 중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금 장군,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제가 일부러 위지 장군을 모셔 와 조정하게 한 것입니다. 말로 좋게 풀면 되지요. 이리 크게 노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정 안 되면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면……”
당장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금명석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꺼져.”
이 말은 썩 듣기 좋지 않았다. 허나 아직 일이 아주 나쁜 지경에 이르렀다고도 할 수 없었다. 서도순은 여전히 웃는 낯으로 그들을 달래려 했다. 그러나 빗속에서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나며 누군가가 칼을 뽑았다. 사방의 발소리는 곧바로 어지러워졌고, 병위 한 명이 선을 넘었다. 본디 이것도 그리 큰 일은 아닌지라, 대충 눈을 감고 넘길 수도 있었다. 다만, 불행하게도 장군은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는 성정이었다.
동궁 위랑들은 갑작스러운 변고를 만난 데에다가 궁실 문 앞을 온종일 지킨 터라,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죄다 팽팽히 당겨진 줄과도 같아, 작은 도발도 견딜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 병위가 경계선을 넘는 것이 눈에 들어오니, 당장의 칼이 곧장 칼집을 벗어난 것이다!
아직 금명석이 명을 내리지도 않았건만, 그의 얼굴에는 벌써 피가 튀었다. 그는 복성왕 휘하의 맹장으로, 밖에서는 한없이 위세가 등등해 평소라면 위지량 같은 곤도의 투항 장수가 체면을 내세울 수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물여 이제 막 귀부한 동궁 당장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점차 흉악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격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조상까지, 죄다, 짓밟아, 주마!”
각 부의 병사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전장에서 활약하지 못 한다면 인재를 낭비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이번 여정에 금명석이 데리고 온 부하들은 복성왕의 정예병이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북쪽에서 함게 싸워 왔고, 하나하나가 모두 전공을 세운 이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아무런 이유 없이 한 명을 잃게 되었으니, 어찌 금명석이 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서도순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양쪽의 병장들은 삽시간에 서로 맞부딪히기 시작했다! 살기등등한 전투 속, 그의 혼마저 날아갈 듯했다. 그는 위지량이 아직 있는 것을 발견하자, 서둘러 붙잡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이건 안 됩니다! 어서, 어서 사람을 부르십시오. 이 일은……”
“서 상시(常侍), 서두르지 마시게. 내가 사람을 데려왔으니.”
위지량은 느긋하게 비켜서며 말을 이었다.
“내가 정성껏 선별한 자들이니, 분명 태자께서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네.”
그가 비켜선 자리는 캄캄했다. 한쪽에는 천성 병사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찍이 금명석의 대열 속에 숨어 있던 자객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한참 동안 혼란을 틈타 그 속을 파고들었다.
위지량이 자기 병사를 데려오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자기 사람을 아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사람들을 남겨 뒤처리를 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태자가 오늘 밤 죽는다면 모두가 기뻐할 것이다. 그에게는 미리난에게 해명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었다. 그가 죽은 것은 본의가 아니고, 유구나 역도나 복성왕의 병위들이 기어이 습격한 일이며, 그는 안타깝게도 태자를 지켜내지 못 한 것에 불과한 일이라고. 태자가 오늘 밤 죽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사람들을 들여보내 태자를 돕게끔 할 수도 있었다. 자객들만이라도 깨끗이 처리한다면, 그 역시 하나의 공로가 되지 않겠는가?
위지량은 태자가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아비를 잃은 역적의 잔당 따위가, 자신이 삼라에 돌아가기만 하면 교룡이 바다에 들어가기라도 한 듯 날개를 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헛된 망상은 버리는 편이 나았다. 미리난은 아들을 잃었으나 여전히 양자가 넷이나 있었고, 그 모두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복성왕께서 이 진흙탕에 발을 담그고자 했으면 누구를 보내도 좋았을 것을, 하필이면 건드리면 곧장 터지는 폭탄 하나를 보내시다니.”
위지량은 서도순을 부축해 일으키며 깊이 탄식했다.
“이제 정말 난장판이 되었으니, 그대도 말을 어찌 꾸밀지 일찌감치 생각해 두시오. 돌아가서 지존을 또 상심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소.”
서도순이 어찌 못 알아듣겠는가? 그는 본래 이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위지량은 그가 벽 위에서 관망하도록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매우 불안해진 마음으로 계단 위의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서로를 죽이는 모습을 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태, 태자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니…… 장군, 설마…… 설마 그가 정말 발작한 것은 아니겠지요?”
금명석은 피를 보자 오늘 밤 좋게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밤새 동궁과 대치하고 있을 때에도 별일이 없었는데, 위지량이 오자마자 일이 틀어졌다. 이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면 죽어도 믿지 못 할 일이었다!
망할 곤도 놈!
금명석은 발치에 침을 뱉었다.
“모두 정신 차려라. 이 안에 귀신이 섞여 들었다!”
동궁 위랑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자들이었다. 몇 명이 죽어나가든, 목숨을 내던지듯 맞섰다!
“너희 머리는 나귀에게 걷어차이기라도 하였느냐?”
금명석은 펄펄 뛰며 동궁 당장을 향해 참지 못 하고 욕을 퍼부었다.
“미진이 네 주공을 죽였는데, 네놈은 지금 그를 위해 대문을 지키고 있어? 네놈이 간사한 쌍놈이 아니고서야 도대체 무엇이야?!”
피는 한데 이어져 계단 아래로 흘러내렸고, 동궁 위랑들은 궁실 문 앞까지 밀려났다. 안쪽은 아주 조용했다.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문이 부서졌다. 바람이 안으로 들이치자, 후드득 소리를 내며 죽렴이 젖혀졌다.
자객들은 그 틈을 타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모두 출중한 자들이었기에, 문가와 창문을 통해 뱀처럼 몰래 기어들어 갔다. 실내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병풍도 겹겹이 놓여 있었다. 태자는 분명 가장 안쪽에 있을 터였다.
찰작 또한 자객이었으므로 그 역시 이곳에 서 있었다. 주변은 모두 동료들이었다. 환수단도를 풀어 내린 그는 주위의 동료들을 보고 내심 기쁘게 생각했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도 한곳에 모일 수 있었으니 참으로 다행인 일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도가 조금 뽑히자 피가 찰작의 뺨을 타고 흘렀다. 그의 몸이 살짝 흔들리며 동료의 칼끝을 피했다.
짤랑.
찰작이 다시 칼집을 닫았을 때, 동료는 이미 죽어 있었다.
“태자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찰작은 몸을 돌려 허리춤의 요패를 끌어 올리며 큰소리로 말했다.
“나는 장군의 명을 받들어 특별히 보호하러——”
그 말을 다 읊기도 전에 한쪽의 병풍이 갑자기 쓰러졌다. 찰작은 본디 반응이 빠른 사람이었으나, 상대가 거의 들이받듯 달려든 탓에 두 사람은 함께 굴러넘어졌다. 그는 등이 땅에 닿도록 아래에 눌린 채였다. 찰작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옷깃이 세게 움켜쥐어졌다. 다음 순간, 상대가 그의 상반신을 들어 올려 땅바닥을 향해 매섭게 내려쳤다!
쾅!
찰작은 이 일격에 저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신음했다.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 겨를도 없이 한손으로 상대의 팔을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쥐어 상대방의 얼굴에 세차게 내질렀다.
망할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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