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작과 대머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난처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사람의 혀든 양의 혀든 그에게는 아무 차이가 없었다. 찰작은 대머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사람이 순종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포를 심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
찰작의 손이 손수건에 닿으려던 순간, 대머리—위지량(尉遲良)이 손을 거두었다. 그는 사람을 놀리듯 허허 웃으며 말했다.
“매정주(梅政州)가 그래도 눈치는 있나보군. 밥만 축내는 쓸모없는 것들만 밀어 넣진 않았어. 집은 천성관(天星關) 어디에 있지?”
“천성관 서쪽 마하천(馬河川)의 노안현(路安縣)이라는 곳입니다. 현 남쪽의 토상묘(土像廟)에서 북쪽으로 이 리 간 곳에 있습니다.”
그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들 일행은 길에서 수없이 검문을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 출신은 그나마 쉬운 편이었다. 호족 자제를 사칭하는 것처럼 사람 키의 절반만 한 족보를 외울 필요는 없었다.
만약 위지량이 한 걸음 더 들어가 찰작의 부모, 형제자매나 친척에 대해 물었다면, 그는 죽었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정말 죽었다. 천성관은 몇 차례나 전화에 휩쓸려, 마하천이든 우하천(牛河川)이든 지금 즈음이면 모두 짓밟혀 평지가 되었을 것이다. 바깥에는 백골이 온 길에 가득했으니, 그가 이제 와서 누구를 친족과 가족으로 삼고 싶어하든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위지량은 구태여 묻지 않았다. 그의 손에 들린 사람들의 명부 안에, 각각의 호적과 내력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질문은 그저 일종의 선별 방식일 뿐이었다.
“너는 저쪽으로 가서 명령을 기다려라.”
위지량이 멀지 않은 곳을 가리켰다.
“조금 뒤에 다시 훈시하겠다.”
찰작이 자리를 옮긴 후, 위지량은 또다시 삼십여 명을 지목했다. 그는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 사는지만 물었고, 사실대로 대답하기만 하면 찰작이 있는 곳에 가서 서 있을 수 있었다. 혓바닥은 길상물(吉祥物)*처럼 줄곧 위지량의 손 위에 있었다. 그가 사람을 고르는 기준을 알 수 없어, 남겨진 사람들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렇게 위지량이 대열의 끝에 이르렀을 때에도, 호명되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스무 명 남짓 남아 있었다.
*마스코트.
“너희가 천성부에서 왔다면, 내 머리를 보는 순간 어떤 사람인지 알았을 것이다.”
위지량이 걸음을 늦추었다. 대열 속에서 머리카락 하나 없이 밀어 버린 머리가 눈에 띄었다.
“나는 곤도(昆荼) 사람이다. 예전에는 관외에서 곤도의 부족 서장(庶長)으로, 진하발(真賀拔) 가한(可汗)*을 섬겼지.”
*칸(khan). 중세기 선비(鮮卑)·돌궐(突厥)·회홀(回紇)·몽고(蒙古) 등 종족(種族)의 군주(君主)의 칭호.
그가 멈춰 섰다. 얼굴에는 조금의 수치심도 없었다.
“천수(天狩) 4년, 지존께서 현명하게 결단을 내리시어, 미라를 정동대장군*으로 임명하고 우리를 대칙산(大敕山) 아래까지 몰아내셨다.”
*중국의 역대 왕조가 동방의 강력한 국가나 이민족을 다스리던 군주에게 부여했던 외교적 칭호이자 최고 군사령관 직책.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전투였다.
곤도인은 자기 땅이 없었다. 그들은 오랜 세월 관외에 머물렀고, 크고 작은 부족들이 연맹을 맺어 변방 지역을 약탈하며 살아갔다. 미라는 그들을 격파한 뒤, 그들을 사진구주의 관할 아래 편입시켰고, 그중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부족은 흩어져 재편된 뒤 금위군에 흡수되었다. 머리를 삭발한 것은 곤도 투항 장수의 상징이었다.
지금의 동원(東原)에서는 종족과 성씨를 막론하고, 남의 투항 장수로 전락하기만 하면 머리를 자르고 문신을 새겨 치욕을 드러내야 했다. 누군가 위지량의 소매를 걷어 올린다면, 오른쪽 팔뚝에 새겨진 “미씨의 노예”라는 글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제로 징집되어 군에 들어온 자는 모두 몸에 주군의 가문 문양을 새겨야 했다.
금위군에 들어간 곤도 투항 장수들은 미 씨 본부의 병장들과 행동 방식이 매우 달랐다. 그들은 오랜 세월 옛 도읍인 삼라성에 주둔했고, 어명이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때문에 그들을 “삼라귀(森羅鬼)”라고 불렀다. 훗날 미라가 반란을 일으켜 달아난 뒤, “삼라귀”는 점차 금위군의 통칭으로 변하게 되었다.
“비웃어도 상관 없다. 미라의 예기가 아직 꺾이지 않았을 때, 그는 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장군 중 하나였다. 그 시절에는 그의 이름만 들어도,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가랑이 아래의 전마가 먼저 세 번은 몸을 떨었지. 아깝게도 그는 여자에게 속아 눈 앞이 흐려진 나머지, 좋은 날을 남겨두고 기어이 자기 자신을 이 꼴로 짓밟아 놓았다.”
위지량이 자조했다.
“대칙산에서 그에게 포위당했을 때에도, 오늘 밤처럼 이렇게 비가 많이 내렸다. 꼬박 한 달 동안 군량과 마초가 다 떨어졌어. 나는 굶주림의 끝에 어쩔 수 없이 내 말을 죽여야 했다. 하지만 말이 어찌 먹기에 충분하겠느냐?”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는 영원히 이 기억을 잊을 수 없었다. 말은 그가 직접 길러냈다. 함께 관외를 질주했고, 금오돌기와 맞닥뜨려도 맞설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미라는 가장 무정한 방식으로 그들을 쓸어버렸다.
“말을 다 먹고 나서는 풀뿌리를 먹었다. 풀뿌리를 다 먹고 나서는 또 가죽을 먹었지. 마지막에는 먹을 것이 무엇 하나 남지 않아, 다들 눈이 빨개지도록 버텼다. 그때 나는 밤새도록 우만 천신께 홍수라도 내려달라 기도했다. 우리를 구해 주기만 한다면……”
위지량의 표정이 살짝 변하며 잔악함을 드러냈다.
“천신께서 우리에게 길 하나를 가리켜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먹기 시작했다.”
묵묵히 솓아지는 비에는 천둥이 없었으나, 그의 이 한 마디는 한 줄기 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뒤집으면 자꾸 아는 얼굴이 보여 처음에는 삼킬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나아졌다. 누구든 숨이 끊어졌기만 하면, 심지어 아직 숨이 끊어지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앞다투어 차지하려 들었다.”
위지량이 혀를 바라보더니 살짝 높이 치켜들었다.
“이 고깃덩이가 그토록 너희를 난처하게 했느냐? 사람이 죽으면, 바깥의 들개나 파리와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 역시 그들의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이 혀는 그저 이곳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의 진퇴가 위지량 한 사람의 생각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하는 의식의 도구일 뿐이었다.
찰작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혀를 그에게 먹이지 않은 것은, 그 혓바닥이 할 일이 아직 더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말뿐인 위협은 위력이 한정되어 있다. 이제 그들에게 진짜 채찍을 줄 차례였다.
위지량이 말했다.
“남은 스물네 명 중, 딱 한 사람만 고르겠다. 누가 이 혀를 먹을 수 있겠느냐? 그 사람에게 마지막 자리를 주겠다.”
남은 병사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뒤로 물러나 포기를 택했다. 삼라귀가 되지 못해도 천성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이번 일은 고된 차출일 뿐이었—
찰작은 축축한 쇠 냄새를 맡았다. 냄새와 함께 날아든 것은 피였다. 피가 정면에서 뿜어져 나와 그의 가슴께에 튀었다!
이곳은 안팎이 모두 삼라귀였고, 성벽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사수들이 있었다. 쓰러진 사람은 순식간에 흙탕물을 붉게 물들였다. 살아 있는 사람들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사방으로 달아났지만, 바깥쪽도 삼라귀였기에 부딪히는 순간 정면에서 칼이 날아들었다.
뽑히지 못한 사람들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져 대열이 흐트러졌다. 그들은 물에 빠진 쥐처럼 울고 애원하면서 찰작 쪽으로 기어왔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위지량이 혀를 그들 가운데로 던졌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한 사람뿐이다!”
사람들이 곧장 달려들었다. 맞부딪히기만 하면 곧장 쟁탈이 벌어졌다. 핏물이 솟구쳤다. 그들은 팔다리가 뒤엉키도록 서로를 마구잡이로 물어뜯었다.
누군가 토했다.
토하는 것은 가장 볼품없는 짓이다. 찰작은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었다. 토한다는 것은 곧 겁을 먹었다는 뜻이다. 이는 의지가 무너지는 전조였다. 저 대머리—찰작은 그를 뭐라고 부르든 신경쓰지 않았다—가 쓰는 수작은 죄 품격이 낮았다.
하지만 괜찮다. 그들 일행은 애초에 삼라귀에 들어갈 수 없었다. 미라가 반란을 일으켜 달아난 지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설마 명장이 부족하다 하여 삼라귀가 보충하지 못 할 일이 있겠는가? 금위군 같은 대오에 그들처럼 임시로 짜인 변경 수비 병사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그들의 가죽 갑옷이 이토록 낡은 것이다. 다 쓴 뒤에는 사람과 함께 버릴 수 있도록.
혓바닥은 몇 번이나 미끄러져 떨어졌다가, 다시 누군가의 입속으로 쑤셔 넣어졌다. 옆 사람들은 곧바로 그 위로 덮쳐 올라와 억지로 누군가의 입을 찢어 열려 했다. 꼭 미친 사람 같았다. 마지막에 혀를 차지한 것은 한 젊은이였다. 그는 떠밀리고 얻어맞아도 아랑곳 않고 혓바닥을 크게 씹어 삼켰고, 머리가 깨져 피를 흘려도 토해 내지 않았다.
“우욱—”
찰작의 주변에 토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위지량이 오늘 밤 겁 많은 대오를 데리고 갈 리 없었기에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좋다!”
위지량이 젊은이를 한 손으로 건져 올렸다.
“너는 좋은 재목이다. 마땅히 나를 따라야지!”
그 젊은이의 피투성이 얼굴이 비에 씻겨 내려갔다. 그는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이곳을 정리해라. 날이 밝은 뒤에도 핏자국을 보고 싶지는 않구나.”
위지량은 제 근처에 기어온 손을 걷어차고, 찰작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머릿수만 채우러 온 저것들도 깨끗이 치워라!”
토한 사람들은 허리도 펴지 못 한 채, 달려든 삼라귀에게 베여 쓰러졌다. 곧바로 솟아오른 핏줄기가 찰작의 등과 얼굴에 튀었다. 비가 잠잠해졌을 무렵,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은 고작 십여 명뿐이었다. 이들은 움직이지도, 토를 하지도 않았다.
“내가 냉혹하다고 원망하지 말거라. 오늘 밤 맡은 일이 중대해, 이런 변변찮은 겁쟁이들이 섞여 들어와선 안 됐을 뿐이다.”
위지량이 비장(裨將)*에게서 투구를 건네받았다.
“고기 한 덩이에 이리 오래 소란을 피울 줄 누가 알았겠나. 되었다, 나도 더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구나. 여봐라, 저들에게 요패를 나눠 주거라.”
*부장. 대장을 돕는 장군.
땅 위에 널린 시체들이 끌려 나갔다. 위지량은 투구를 쓰고, 패도를 바로잡은 뒤 말을 이었다.
“이 요패는 너희가 금문을 드나들 수 있다는 증표다. 잃어버려 붙잡힌다 하더라도 너희가 부주의한 탓이니 나를 찾지 마라. 삼라귀의 규율은 적지 않다. 오늘 밤 일이 끝나면, 누군가 와서 너희에게 설명할 것이다.”
찰작은 그의 손바닥 반쪽만도 못 한 구리로 만든 네모난 요패를 받았다. 한쪽 면에는 “박호(縛虎)*”가 새겨져 있었고, 다른 한쪽 면에는 군종의 명칭이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번호가 있었지만, 이름이 들어갈 자리는 비어 있었다.
*묶인 맹호. 정복하기 어려운 사람을 이르는 말.
이름이 없으면 패를 지닌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다 쓰고 나면 회수할 수도 있다.
“이번 임무는 아주 간단하다. 태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아우성(阿憂城)은 수복된 지 아직 사흘도 되지 않아, 일부 역당의 잔당이 아직 도망쳐 다니고 있다. 태자는……”
위지량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투구 아래에 숨겨진 탓에 누구도 그의 낯빛을 볼 수는 없었다.
“바깥 사람들이 그를 뭐라고 부르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그저 지존께서 아직 그의 여두반낭(蜧頭鞶囊)*을 박탈하지 않으셨다는 것뿐이다. 그러니 그는 지금도 여전히 태자이며, 아우성의 태자다.”
*'여(蜧)'는 고서에 기록된 비를 뿌리는 검은 뱀이다. 미 씨 가문의 가휘에 새겨진 것이 흑려로, 여두는 여의 머리를 의미한다. 반낭은 주머니를 의미하며, '측낭' 혹은 '수낭'이라고도 부른다.
찰작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미진—미진이라고 부르는 게 맞겠지?—이 누구의 태자이든 상관없었다.
위지량도 지체하지 않고 사람 수를 확인한 뒤, 곧바로 그들을 데리고 궁 안으로 향했다.
아우성은 본디 대진(大禛)의 부유한 성이었다. 안정(安定) 6년, 미리난이 4진(鎮)을 거느리고 봉기하자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대진은 사분오열되어 사진구주(四鎮九州)를 잃었을 뿐 아니라 월해(月海)초원까지 잃었다.
한때 동원에서 노호하며 천하를 통일했던 섭(聶) 씨 천자는 이 대에 이르러 꼭두각시로 전락했다. “하늘을 삼키고 바다를 품어, 만사가 순조롭다”고 불리던 대진의 훼룡(虺龍)*군 역시 사람들이 죄 비웃는 허약한 벌레가 되었다.
*중국 고대 신화 속의 어린 용.
이른바 “병사와 군마가 날래고 용맹한 자가 천자가 될지니*”라는 말처럼, 미리난은 동방에 웅거하여 안정 12년에 스스로를 천자에 봉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황제를 칭한 지 이십칠 년이 되었다. 그에게 복종하지 않는 자들 중에는 그를 “미도”라 부르는 이도, “도륙왕”이라 부르는 이도 있었다.
*《구오대사(舊五代史)》에서 인용.
도륙왕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다. 앞의 둘은 모두 요절했다. 세상 사람들은 천신이 그에게 내린 응보라고 말하곤 했다. 훗날 미라가 태어나자, 미리난은 그를 몹시 총애하여 어릴 적부터 곁에서 떼어두는 일이 없었다. 미라는 조금 자란 뒤 병을 앓았다. 미리난은 걸명교(乞明教)에서 부를 수 있는 법사들을 모두 불러왔다. 그는 일생 귀신과 신을 받들지 않았지만, 미라를 위해서 기꺼이 그 법사들을 공양했다.
미라는 여러 법사들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다. 그는 총명하고 건강했으며, 영민하고 싸움에 능했다. 그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바로 아야(阿耶)*였다. 몇 년 동안 미라는 아버지를 위해 사방을 정벌하며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미리난이 황제를 칭하자 그는 태자의 몸으로 감국의 중임을 대신 수행했다.
*부친.
천수 6년, 누구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알지 못 했다. 미라는 아무런 조짐도 없이 세 부의 금위군을 거느리고 반란을 일으켜 달아났다. 그가 달아나자 사진구주는 분열되었고, 종고는 내전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라는 북쪽으로 향해 대진의 향령원(響鈴原)을 집어삼켰다. 아우성은 당시 그가 함락한 곳이었다. 그가 아우성에서 지내기 시작한 첫해에 아들이 태어났다. 아우성은 각 부의 육로 요충지에 자리해, 날마다 누대에서 밖을 바라보면 각양각색의 행상들의 말이 열을 지어 끊임없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이곳에서 합류했기에, 미라는 아들의 이름을 “진(津)*”이라 지었다.
*나루, 항구라는 의미.
아우성은 바로 향령원의 대지(大地) 나루였다. 누구든 이곳에 정박하면, 명왕(明王) 미라의 비호를 받을 수 있었다.
미진은 이곳에서 태어났고, 또한 이곳에서 아버지를 죽였다.
기실 노기인의 노래는 도중에 끊어지고 말았다. “이로부터 마음을 잃고 서로를 해하니” 뒤에는, 분명 이 몇 구절이 더 이어질 것이었다.
다만 천신께서 아직 긍휼을 품어, 명왕을 보내 성현(聖賢)으로 삼으셨네. 아우성 아래에서 중생을 건너게 하니, 향령원에는 다툼이 사라졌구나. 도원에 꽃 피어 삶에 희망이 생겼건만, 속세 밖 세상의 고난 속에 마왕이 태어났네.
태자 미진은 금관을 훔치고, 그 성 아래에서 부왕을 죽였네. 피 묻은 꽃이 열 장 땅에 흩뿌려지니, 붉은 비가 삼경 하늘에 쏟아지는구나. 누가 인군(仁君)*의 마음씨에 탄식하랴, 끝내 이 꿈 속에서 혼이 끊어졌네.
*어진 군주.
궁궐의 윤곽이 눈앞에 있었다. 비가 큰 소리로 울부짖듯 쏟아졌다. 찰작은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无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6장 조서(詔書) (0) | 2026.06.08 |
|---|---|
| 제5장 무야(無耶); 아비 없는 짐승 (0) | 2026.06.08 |
| 제4장 발작 (0) | 2026.06.07 |
| 제3장 태자 (0) | 2026.06.06 |
| 제1장 삼청 (0) | 202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