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미리보기 (다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2:19 오탈자 체크
2026.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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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모든 것이 어딘가 이상했다.

 

첫 번째 이상한 일은 동8구의 시각으로 오전 9시 무렵, 전세계 곳곳에서 원인 불명의 정전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서로 독립적인 구역의 전력망이 단체 활동*이라도 시작한 것처럼 함께 3초간 진동했다. 다행히 곧바로 복구된 덕에 소처럼 일하는 동아시아의 직장인들이 출근 카드를 찍지 못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원문은 團建로, 중국 기업 문화 중에서 직원 간 관계 개선과 협동심 고취를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활동을 의미한다.

 

각국의 전문가들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분석을 내놓았음에도 관심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 인터넷에서는 '종말론자'와 '외계인 침공파'가 신나게 싸워댔고, 건빵과 통조림 업체들은 그 틈을 타 시원하게 재고 판매를 했다.

 

그리고 밤이 되자, 세계 제8대 불가사의가 중국의 옌닝시에 강림했다. 두헝이 개인 전화를 받은 것이다.

배달 앱의 메모란에 '문 앞에 두고 가세요. 전화나 노크는 필요 없습니다.'라고 적어두는 사회 부적응자들처럼, 두헝 역시 번호를 두 개 갖고 있었다. 그 중 업무용 번호는 정해진 시간에만 전화를 받았고, 개인 번호에 걸려온 것은 아예 받는 일조차 없었다.

그런데 그날은 눈이 잘못된 것인지, 손이 미끄러졌던 것인지, 어찌된 일로 전화가 연결되어 버렸다. 분명 두헝은 거절 버튼을 눌렀다고 생각했음에도 말이다.

 

두헝이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건너편의 상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두헝, 대답하지 말고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자동 재생 음성일 듯했다. 어딘가 익숙한 여성의 목소리였지만, 두헝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당장 떠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상대방의 말이 이어서 들려왔다.

“나는 너야.”

“…뭔 소리야?”

 

“여기는 2XX3년이고, 나는 68년 뒤의 너야…… 닥쳐, 내가 음성 변조기를 어디서 샀는지는 묻지 마. 아직도 어떻게 안 죽고 살아 있는지도 묻지 말고.”

이 보이스피싱은 방법이 조금 신선했다. 두헝은 그녀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기로 하는 동시에 녹음 버튼을 눌렀다.

 

“나는 S급 수배범이야. 지금 나를 체포하러 온 사람이 문을 부수고 있고.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 세 가지만 말할게. 첫째, 나는 어떤 기술을 통해, 아, 무슨 기술이냐고는 묻지 마. 지금의 너는 말해도 이해 못 할 거야. 어쨌든, 그걸 통해 범행 도구를 네 'Limbo 메일함'으로 보내놨어. 마음대로 해도 좋아. 사기를 치고 돈을 훔치든, 테러를 하든 상관 없어. 하지만 최대한 빨리 확인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할 테니까. 둘째로, '치시(啓示)*' 그룹이 가장 커다란 적이라는 걸 명심해.

두헝은 고개를 숙여 휴대폰에 찍힌 '치시'의 로고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왜? 치시에서 생산한 휴대폰은 출고할 때부터 보이스피싱 방지 앱이 깔려 있으니까?”

*한자를 음독하면 계시(啓示)로, 계시하다, 시사하다라는 의미이다.

 

“셋째,”

신비로운 녹음 전화는 스마트 비서를 탑재하지 않았기에 두헝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2YY5년 11월 25일, 바이화완 제10구역 북서쪽에 있는 성화 2기 공사 현장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어. 사망자는 정샤오톈이라는 18세 남학생이야. 난저우 직업 고등학교의 3학년이지. 사인은 철근이 머리를 관통한 것으로, 현장에서 즉사했어. 사망 시각은 23시 5분이야.”

두헝은 그 말에 무의식적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2YY5년 11월 25일, 23시 5분 59초를 지나고 있었다.

 

두헝이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순간, 분과 초를 가리키던 숫자가 동시에 바뀌며 시간과 세계가 어깨를 스쳐지나갔다. 녹음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범인은 바로 너야.”

 

곧이어 수화기 너머에서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고,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통화가 끊겼다.

 

두헝은 까맣게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인증 번호는 안 보내는 거야? 어디로 돈을 입금해야 할지도 안 알려주고?

보안 시스템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헝은 잠시 그렇게 생각했으나, 귀찮음이 이겨 그만두기로 하였다.

 

그녀는 옆으로 누워 있다 쥐가 난 팔다리를 휘저으며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는 그때, 옆방에 사는 룸메이트가 불을 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헝은 어차피 일어난 김에 겸사겸사 싶은 생각으로 걸음을 질질 끌고선 룸메이트의 방문을 두드렸다.

 

늦은 시각, 이제 막 잠을 자려던 두헝의 동거인은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줄 알고 벌떡 일어나 앉아 두 눈을 크게 떴다.

두헝은 그녀에게 휴대폰을 흔들어 보였다.

아직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의 행동을 따라하곤 한다. 때문에 비몽사몽이었던 룸메이트 역시 두헝을 따라 휴대폰을 집어들고선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열한 시가 넘었는데, 왜?”

“야식 먹을래?”

 

침대에 앉아 3초 정도 심사숙고한 룸메이트는 신중하게 내린 결론을 읊었다.

“너 어디 아파?”

“됐어.”

욕을 한 번 먹고 나자, 두헝은 안심한 듯 개집 같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드러누운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다음에 또 사기꾼이 전화하면 그때는 알리바이가 있다고 말해야겠어.’

 

두헝은 그 '알리바이'를 조금 더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근처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 배달을 시켰다. 15분 뒤 음식이 도착했고, 두헝은 콜라를 마시고 튀긴 떡꼬치 두 개를 씹어먹으며 이 이상한 일들도 함께 씹어 삼켰다.

 

창밖에는 온 도시의 불빛이 겨루듯 빛나고, 차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파도 소리는 한 번 길게 밀려왔다가 점점 잦아들더니, 마침내 밤의 조용한 풍경만이 흐르게 되었다.

 

몇 시간 뒤, 밤풍경은 부지런히 흘러가 심야를 지키던 가로등 불빛이 지평선을 다시금 밝게 그려냈다. 도시는 희미한 움직임 속에서 서서히 눈을 떴다.

경찰차 몇 대가 아직 잠이 덜 깬 새벽 안개를 가르며 달려나갔다. 붉고 푸른 경광등이 몇 번 번쩍이며 사이렌이 높이 울려 퍼졌다. 잠에서 깬 아침 햇살이 바이화완 제10구역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서 시신 수송 가방 하나가 들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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