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줄리앙 15

제16장 줄리앙 15

 

페이두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문을 나선 타오란의 시선에 들어왔다.

 

시국의 정문에는 시끌벅적한 ‘딱따구리’ 무리가 여전히 몰려들어 있어 소란스러웠다. 시국은 좀 전에 수상쩍은 부잣집 도련님 하나를 어쩔 수 없이 석방한 참이었다. 형사대 건물 위에 드리운 압박감이 페이두의 눈에도 보일 정도였기에, 그는 타오란을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페이두는 예상 외로 빠르게 퇴근한 타오란을 보고선 잠시 멈칫했다. 타오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페이두, 이리 와. 형이 할 말이 있어.”

 

페이두는 눈을 깜빡이며 의자에 웅크려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타오란은 그 말에 난감한 기색이었다.

 

“괜찮아.”

뒤따라 나온 뤄원저우가 문가에 기대어 서며 타오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깨면 내가 물어볼게. 근처에 내부 출장 나가는 사람들이 머무는 초소 숙소가 있어. 안전하고 가격도 저렴하지. 그녀가 좋다고 하면 사람을 시켜 방을 잡아주고, 싫다고 하면 당직한테 간이침대 하나 놓아주라고 해 둘게.”

 

타오란은 망설이며 말했다.

“규정 위반 아니야?”

“걱정 마, 알아서 할 테니까.”

뤄원저우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어서 가, 신경 쓸 필요 없어.”

 

페이두는 이 말을 들고선 놀란 듯 물었다.

“타오란, 오늘 밤에 약속이라도 있어요?”

타오란은 무어라 대답하는 대신 페이두를 불렀다.

“이리 와.”

 

뤄원저우는 타오란이 페이두를 한쪽으로 데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방금 한 차례 다툰 탓에 따뜻한 게임기의 존재는 이미 잊어버리고 말았다.

무언가를 살펴보는 눈길로 페이두의 뒷모습을 훑은 뤄원저우는,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풍류’라는 두 글자로 만들어진 듯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첩보 드라마에 내던져도 분장할 필요 하나 없이 매국노를 연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풍류가 무슨 소용이 있나? 결국은 똑같이 실연당할 입장이다.

 

뤄원저우는 페이두가 같은 처지에 놓인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고소한 기분이 들어, 사무실 문 앞에 죽치고 서서 재벌 2세가 차이는 과정을 지켜보려는 듯 목을 내빼고 있었다.

 

뤄원저우와 타오란은 몇 년이라는 시간동안 동고동락한 사이였다. 함꼐 실종 아동을 찾아 헤맨 적도, 흉악범과 맞선 적도, 공적을 세운 적도 있었으며, 함께 반성문을 쓴 적도 있었다. 그만큼 깊고 특별한 관계였다.

타오란은 형편이 넉넉하진 못 했지만 성품이 좋았다.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들 듯 선한 사람이었기에, 곁에 있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함께 하는 동안 다소 엉뚱한 마음을 품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성적 지향을 두고 말하자면 타오란과 뤄원저우는 ‘따르는 도의가 다르면 서로 상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관계였다. 그에게 이러한 마음을 강요할 수는 없었기에, 뤄원저우는 적당한 타이밍에 제동을 걸어 가끔 농담처럼 타오란을 놀리는 것으로 만족할 따름이었다.

타오란은 부끄러워하지도, 화내지도 않았고, 선을 넘지 않을 만큼만 담담하게 반응했다. 어떤 마음은 은밀하게 묻혀 있을 때에나 ‘아름답게’ 보존되는 법이다. 그것을 만천하에 내려놓으면 자외선에 소독되어 깨끗하게 사라질 뿐이다.

*道不同不相为谋, 도부동불상위모.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로, 지켜야 할 도리를 달리 하는 사람과는 서로 의논하지도 말라는 뜻이다.

 

지금 타오란은 삶의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려 하고 있었다. 뤄원저우 역시 자외선에 소독당한 무해한 마음을 미련 없이 내다버렸다. 커다란 동요 없이 안타까운 작은 재 하나만이 남아,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까지 들었다.

 

사람의 마음에 대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늘 “모두가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 자신의 행복을 함부로 자랑하지 말라”고 경고하곤 했다. 하지만 뤄원저우에게는 “행복하게 사는 걸 보는 것이 자신의 기쁨”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설령 행복을 손에 쥔 그 사람이 자신과 멀어지게 될지라도.

 

물론 타오란 같은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아마 복권 당첨밖에 없을 것이다.

 

페이두는 이상하게도 감이 좋아, 타인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눈빛만 봐도 눈치챌 수 있었다. 타오란이 부르는대로 따라간 그는 무언가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허리를 곧게 펴고선, 복숭아 꽃처럼 흩날리던 시선을 정리하고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타오란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는 허공에 손짓하며 말했다.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는 겨우 이만했는데 말이야. 책가방을 끌어안고선 내 차에 웅크려 앉아 있었지. 너희 아버지한테 세 번이나 전화했는데 줄곧 통화 중이라 받지를 않았어. 그때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는 너를 봤을 때 생각했어… 이 아이는 내가 챙겨야겠다고.”

 

타오란을 바라보는 페이두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차에 웅크려 있던 가엾은 소년은 벌써 크게 자라 있었다. 타오란은 헛기침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렇게 컸구나.”

 

타오란이 할 말을 찾지 못 하고 생각을 고르고 있을 때, 페이두가 느닷없이 “형” 하고 오래도록 부르지 않은 호칭을 입에 담았다.

멍하니 굳은 타오란을 향해 페이두가 말했다.

“제가 너무 방해했을까요?”

 

타오란은 그가 이렇게 ‘철든’ 사람처럼 반응할 줄은 몰랐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에 순간 얼떨떨해진 타오란이 그를 바라봤다.

 

페이두는 가볍게 웃으며, 잠시 말을 고르듯 생각하더니 사려 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1, 2년이 지나 당신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지금처럼 따라다닐 수는 없겠구나. 상담사 선생님께서, 친구가 가정을 꾸리거나 먼 곳으로 이사 가고, 부모가 늙어 세상을 떠나게 되는 일 같은 것들은 날씨가 변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하셨어요. 영원한 사실일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하나하나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집착하는 건, 괜히 봄을 타며 우울해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라고요.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나자신조차도 변하는데, 변화와 이별을 거부하는 건 비논리적인 행동이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전에도 말했잖아요. 당신을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당신이 언제나 제 형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타오란이 하려던 말을 페이두가 모두 뺏어갔다. 더이상 보탤 말이 남지 않은 타오란이 어색하게 물었다.

“…너, 심리 상담 받아?”

 

페이두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저 같은 ‘부르조아’들이 정기적으로 상담 받는 건, 다 같이 82년산 광천수*를 마시는 것만큼 평범한 유행이지 않나요?”

*1982년에 생산된 고급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소재로 한 인터넷 밈으로, 평범한 것을 쓸데없이 고급진 것처럼 포장할 때 쓰인다.

 

타오란은 페이두의 회사 직원들이 그러했듯, 그가 농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쩐지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 건가요? 아니면 소개팅?”

“소개팅.”

 

페이두는 입꼬리를 씰룩이며, 튀어나올 뻔한 ‘촌스럽다’는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좋네요. 그런데 어떻게 가려고요? 걸어갈 생각은 아니죠? 옷은 또 왜 이래요. 제 차 빌려줄까요?”

 

하우스푸어가 된 타오란은 십 분도 안 되어 같은 말을 두 번이나 듣고, 울지도 웃지도 못 한 채 말했다.

“뤄원저우랑 똑같은 소리를 하네. 대사라도 맞춘 거야?”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린 페이두는 때마침 이쪽을 지켜보고 있던 뤄원저우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모호한 표정을 짓고선, 나란히 시선을 돌려버렸다.

 

페이두는 타오란이 떠난 뒤에도 바로 떠나지 않고 시국에 남아 있었다. 그는 뤄원저우가 당직 경찰을 불러, 허중이의 어머니를 적당히 맡기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그녀 손에 살짝 자기 명함을 쥐여준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뤄원저우는 스스로도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페이두의 뒷모습이 공허해 보였던 것인지, 함께 실연당한 한량 도련님에게 동정을 느낀 것인지 충동적으로 입을 열어 그를 불러 세웠다.

“저녁 혼자 먹을 거야?”

 

페이두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몸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뒤덮고 있던 ‘속세와 연을 끊은 성인’ 같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네, 답지 않게 당신 같은 ‘독거 노인’이랑 같은 처지예요. 백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요.”

 

뤄원저우는 그 말에 5초 전으로 되돌아가 자기 뺨을 후려치고 입 좀 다물라고 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말해놓고 수습하려 들면 속만 좁아 보일 뿐이었다. 뤄원저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허중이 어머니 달래느라 고생했어. 언론 앞에서 허튼 소리 안 하게 막아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었고. 내가 형사대 대표해서 밥 한 끼 사줄게.”

 

걸음을 멈춘 페이두는 조금 놀란 기색었다.

 

뤄원저우는 그냥 형식적으로 한 말이었으나, 뜻밖에도 페이 총께서 체면을 굽히고 정말 남아주었다. …그러나 페이두도 뤄 팀장의 ‘밥 사준다’는 말이 정말 글자 그대로 밥을 사준다는 뜻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 했다. 장소는 시국 구내식당이었다.

 

페이두는 드물게 말이 없었다. 식당 문 앞에 선 그는 안에서 풍기는 알 수 없는 냄새를 맡았다. 그는 화려하게 칠해진 장식이 걸린 천장을 한 번 보고, 기름에 번들거리는 바닥 타일을 한 번 쳐다봤다. 그리고는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의 촌스러운 플라스틱 의자를 바라본 뒤, 마지막으로 벽에 걸린 그림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림 속에는 이러한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곡식은 세세하게 가공할수록 좋고, 육류는 잘게 썰수록 좋다*.'

*食不厌精,脍不厌细. 공자의 논어에 실린 말로 음식은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함을 뜻한다. 

 

이 뻔뻔한 문구에 충격을 받은 페이두는 시국 구내식당이 뤄원저우만큼 뻔뻔하다고 생각했다.

뤄원저우는 밥을 만들기 귀찮을 때 종종 이 곳에서 아무거나 사 가곤 했다. 그는 익숙하게 카운터로 걸어 가며 건성으로 질문했다.

“못 먹는 거 있어?”

페이두가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있어요. 안 익은 파랑 익힌 마늘은 못 먹어요. 생강은 아예 못 먹고요. 신 것도 안 좋아하고, 매운 것도 안 좋아하고, 동물성 기름을 사용한 음식도 안 좋아해요. 식물은 줄기 부분을 싫어하고, 껍질 있는 가지나 토마토도 안 좋아해요. 그리고 동물의 무릎보다 아래쪽 부위랑 목보다 위쪽 부위도 안 먹고 내장도 안 먹어요.”

“……”

 

페이두는 말을 잃은 뤄원저우를 담담하게 마주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삶은 달걀의 노른자도 안 먹고, 간수로 굳힌 두부도 안 먹어요… 음, 석고로 굳힌 두부*라면 괜찮아요.”

*중국에서는 두부를 굳힐 때 석고(황산 칼륨)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은 간수를 사용해 만든다.

 

살면서 ‘뤄이궈’보다 더 까다로운 영장류를 처음 본 뤄원저우는 '그럼 집에 가서 똥이나 먹든지'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겨우 집어 삼켰다.

 

그는 평생 쓸 인내심을 다 끌어와 그 재수 없는 ‘페이이궈’를 위해 이것 저것 빼달라는 사정을 일일이 설명하며 주문했다.

 

페이두는 한참 들여다보더니 고르고 골라, 흑당 만쥬 하나와 사과 맛탕만 집어 먹었다.

 

뤄원저우의 눈가가 씰룩였다.

“해산물 못 먹는다는 말은 안 했잖아.”

“네, 먹을 수 있어요.”

페이두는 눈도 안 들고 대꾸했다.

“근데 껍질 벗기기가 귀찮아서.”

 

심호흡을 한 뤄원저우는 7년이나 이 놈의 목을 비틀지 않고 버틴 타오란의 성인군자 같은 성격에 새삼 감탄했다.

 

뤄원저우가 탁자를 툭툭 두드렸다.

“타오란한테 한 말, 진심이야?”

페이두는 멍청한 질문이라도 들은 듯 대답 대신 반쯤 비웃는 표정을 돌려줬다.

 

“그 반응은 뭐야. 난 실연당한 네가 불쌍해서 밥이라도 사 주고 있는 거라고.”

뤄원저우는 일회용 장갑을 꺼내 끼더니, 고양이에게 밥을 주듯 대하 볶음의 껍질을 까서 접시에 새우살만 담아주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남아서 허중이의 어머니를 돌봐준 거야?”

 

잠시 젓가락을 들고 머뭇거리던 페이두는 결국 뤄원저우가 발라준 새우살을 집어 갔다. 그리고 감사의 표현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시 돋지 않은 투로 대답했다.

“별 이유는 없어요. 당신들은 범인이 장둥라이의 주변 사람일 거라 생각하고 있잖아요. 범인이 경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테니, 그를 미끼로 쓰려고 풀어준 거죠?”

 

“네 생각은 달라?”

 

“비슷해요.”

페이두가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피해자 쪽을 먼저 조사했더라면, 그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았을지도 몰라요. 범인은 분명 옛날부터 알던 사람이었을 거예요. 이름을 바꾸었을 수도 있지만, 신분증 하나에 한 사람만 존재할 수 있는 사회에서 완전히 흔적을 지우는 건 불가능하죠. 단지 그를 찾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도 모를 뿐이에요. 경찰의 내부 시스템에서 조금만 들여다보면 바로 들통날 테니, 오히려 시선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필사적인 거죠.”

 

“그러니까 네 말은 피해자가 옌청에 오기 전부터 범인과 아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뭔가 불법적인 일을 몰래 하다가 만난 게 아니라.”

 

“어머니 치료비 말이에요. 그는 옌청에 온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집에 십만 위안을 송금했어요. 만약 제가 그 범죄 조직의 내부 인물이라면,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끌어들이진 않았을 거예요. 그 정도로 수완이 좋은 범죄 조직이면, 공무원 시험으로 시국에 입사하는 것보다 들어가기 어려울 텐데요.”

 

뤄원저우는 마지막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말했다.

“그럼 이런 가능성은? 어떤 수수께끼의 고향 친구가 허중이를 범죄 조직에 소개시켜준 거라면? 소개한 사람과 범인이 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잖아.”

 

“허중이… 허중이 맞죠? 허중이 어머니 말로는, 예전에 일자리를 소개해 줬던 ‘자오위룽’이라는 큰형 말고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어요. 타향살이를 하면서 믿을 만한 동향 사람을 만났다면, 분명 얘기했을 거예요.”

 

“함께 나쁜 일을 하는 동료라고 해도?”

 

“그럴수록 더 그렇죠.”

페이두가 말했다.

“범죄 조직에 발을 담군 사람은, 불안한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안전하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해요. 그래서 괜히 더 ‘내가 누구누구랑 같이 있다’고 말하고 싶어하죠. 그건 보상적인 위안이에요. 당신은 왜 실체 없는 ‘범죄 조직’이 있을 거라고 단정하는 거죠?”

 

뤄원저우는 젓가락을 멈추고 자기 밥그릇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잠시 생각했다.

“자세히는 말해줄 수 없어. 피해자가 살해당한 그날 밤, 휴대폰으로 뜻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문자 하나가 들어왔어. 조사해 보니, 살해된 장소는 둥부먼 쪽일 가능성이 높았지. 하지만 시신은 차로 삼십 분 넘게 걸리는 화시 서구에서 발견됐어. 그런데 마침 이 타이밍에 화시 서구에 관한 첩보를 입수했단 말이지.”

 

눈살을 찌푸린 페이두는 드물게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그때, 갑자기 뤄원저우에게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뤄원저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에서는 잡음과 함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십니까?”

 

장난 전화인가 의심하던 순간, 스피커 너머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살려 줘! 제발 살…”

 

그리고 전화가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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