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줄리앙17

제18장 줄리앙17

 

“우… 우쉐춘이요?”

프런트 직원이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뤄원저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좀전까지 꾸며내던 오묘한 시선을 단숨에 찢어내곤 날카롭게 시선을 마주한 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프런트 직원은 그 눈빛에 겁이라도 먹은 듯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하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고선 달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 거 아니에요. 저희 직원들은 평소에 영어 이름을 쓰거든요. 갑자기 본명을 말씀하셔서 누구인지 잠깐 생각하느라고요… 우쉐춘이라고 하셨죠. '린다'를 말씀하신 걸까요?”

 

호랑이 굴에 들어와 있는 처지인 뤄원저우는 입이 근질거리는 것을 참지 못 하고 결국 쓸데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

“참 세련된 기업 문화군.”

 

프런트 직원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는 그에게 파일을 재차 밀어주며 말했다.

“손님, 린다는 오늘 몸상태가 좀 안 좋다고 해서요. 다른 직원들도 한번 보시겠어요? 아니면 린다와 아는 사이이신가요?”

 

뤄원저우는 몸을 뒤로 젖힌 채 대답 없이 그녀를 한참 내려다보았다. 그가 냉랭하게 반문했다.

“'직원' 하나 고르는 데도 내 신상 정보가 필요한가?”

 

프런트 직원은 작은 목소리로 사과하며 빠르게 그를 룸으로 안내하도록 했다. 뤄원저우는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몇 개 더 늘어난 것을 느꼈다.

 

프런트 직원은 그가 시야의 바깥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옆에서 업무용 무전기를 꺼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말씀하신 사람이 왔어요. ‘부용성’으로 안내했습니다.”

무전기 너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안 있어 남자가 물었다.

“몇 명?”

 

“한… 한 명이에요.”

프런트 직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손바닥이 차게 식은 땀으로 흥건해 무전기를 놓칠 뻔했다.

“제발 다음부터 이런 일은 저한테 시키지 말아주세요, 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욕설이 들려왔다.

“겨우 한 놈이라고?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는군. 그랬으면 아까 문 앞에서 덮친 다음에 죽여버리면 됐잖아. 뭐하러 이렇게 귀찮게 굴어!”

 

이후 욕설과 함께 무전이 뚝 끊겼다.

그때, 하얀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가 두 사람에게 밀리듯 끌려 들어왔다. 가슴에는 ‘린다’라고 적힌 명찰이 걸려 있었다. 그녀가 바로 우쉐춘이었다.

 

우쉐춘은 프런트를 스치듯 지나가며 무력하게 직원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눈이 마주친 순간 곧장 시선을 피했다.

 

뤄원저우가 떠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페이두는 밥을 대충 치우고 시국의 구내 식당을 나섰다. 그는 나오면서 허중이의 어머니가 깨어 있는 것을 보았다. 당직 경찰이 그녀를 설득하며 숙소에 데려가려고 했지만,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옷자락만 꽉 움켜쥔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 일을 전혀 모르는 그녀는 언제나 타인을 의심했으며 또 무력했다.

 

오랫동안 바깥과 단절된 생활 속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흔히 드러나는 무지와 공포였다. 이 병든 여인에게 아들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으며, 소란한 세상과 연결해 주는 단 하나의 보호막이었다.

 

페이두는 유리창 너머로 그녀를 한참 바라보았다. 꼭 껍질을 잃어버린 달팽이 같았다.

그는 허중이의 어머니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해 화시 서구로 향했다.

 

‘부용성’은 구석진 곳에 있는 룸이었다. 뤄원저우는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다른 룸들처럼 어둡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다가 구석에서 작은 단서를 발견했다.

 

방금 전, ‘훙푸대관’의 주변을 둘러볼 때도 발견한 점이었는데,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로 끄트머리에 놓인 몇몇 룸에는 막히지 않은 창이 있었다. 그리고 이 방에도 창이 하나 있는 듯했다.

노래방이 있는 룸은 불투명한 천을 벽지에 붙여 창문을 막아 두곤 했다. 그 중 오래된 부분이 떨어지며 그 틈으로 가로등 불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뤄원저우는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음악을 킨 채 천장을 둘러보며 화재 경보기라도 있는지 확인하는 시늉을 했다.

 

뤄원저우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 한 듯 담배를 더듬어 꺼낸 뒤 불을 붙였다.
그는 한 손에 라이터를 들고, 자연스럽게 불을 붙이는 척을 하며 손바닥에 감춘 쪽지를 펼쳤다.

 

방금 전, 프런트 직원이 파일을 내미는 사이에 그의 손에 쪽지를 쥐여주었다.

그 위에는 볼펜으로 서툰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당신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뤄원저우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부터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천전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한 이상, 누구라도 그가 찾아 올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우쉐춘'을 언급하고, 들어와 본 것이었다. 노련하지만 그다지 교묘하지는 않고, 경계심이 가득하면서도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모습으로.

 

그래야 배후에 있는 자들이 방심하며, 과격한 수단을 들이밀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뤄원저우는 자신을 미끼 삼아 적을 끌어들인 뒤, 역으로 덮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일면식도 없는 프런트 직원이 그를 도왔다.

그를 ‘부용성’에 보낸 것 역시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경우 창문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를 배려한 행동일 것이다.

 

뤄원저우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감회를 느꼈다.

잘생긴 것도 가끔은 쓸모가 있네.’

 

이때, 룸의 문이 열리며 사람이 들어왔다. 뤄원저우는 라이터를 자연스럽게 내려놓고, 쪽지를 손안에 감춘 채 고개를 들었다.

 

문 앞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염색한 긴 머리는 광택을 잃어 어두워 보였고, 화장은 과하게 짙었다.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그녀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안녕하세요. 린다예요.”

“…”

코와 눈이 화장품으로 다시 그려놓은 듯해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 사람이 정말 우쉐춘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종업원들이 따라 들어와서는 그가 주문한 술을 차례대로 내려놓았다.

 

뤄원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앉아.”

 

린다는 지나치게 성실했다. 룸에 들어오자마자 쉴 틈 없이 말을 걸면서 재빠르게 술을 정리했고, 뤄원저우가 담배재를 털려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재떨이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오빠, 이렇게 술을 많이 시키신 거 보니까 다른 친구들도 많이 불렀나봐요? 언니들 더 불러드릴까요?”

 

달짝지근한 목소리에는 콧소리가 잔뜩 섞여 있었다. 가까이서 살펴보니, 그녀의 눈은 방금 전까지 울다 온 사람처럼 빨갛게 부어 있었다. 짙은 화장은 아마 벌겋게 부어오른 코와 눈가를 가리려 한 것일 터였다.

 

뤄원저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려 좌우로 살펴보았다. 동정 하나 없이 버릇없는 동작이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그는 신분증의 사진과 비교하려는 듯 한참 바라보더니, 뭔가 알아챈 듯 손을 거두려했다. 그 순간, 린다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뤄원저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린다는 자연스럽게 손을 밀쳐내는 듯한 연기를 하며, 투정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안 돼요. 저 오늘 그날이라 다른 건 못 하고, 술만 따라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힘없이 뒤로 넘어지던 그녀가 탁자 위 술병 하나를 건드리며 쓰러뜨릴 뻔했다. 순간, 그녀의 짙은 화장 아래에 긴장감이 스쳤다.

그러나 뤄원저우가 손을 뻗어 술병을 안정적으로 붙잡아냈다.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린다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뤄원저우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방 안에 도청기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당연히 짐작하고 있었다. 테이블 밑이든, 소파의 아래든 어딘가에 놓여 있을 게 뻔했다. 그녀의 행동을 보니 정답은 테이블 아래인 듯했다. 린다가 일부러 술을 엎질러 도청기를 망가뜨리려 했던 것이 티가 났던 것이다.

뤄원저우는 그녀를 한번 바라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자애가 조심히 행동해야지. 그렇게 허둥지둥하면 안 돼.”

 

린다는 자신의 의도가 전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뤄원저우는 여유롭게 술병을 제자리에 놓으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여기서 일한 지 얼마나 됐어? 남자친구는 있어?”

 

린다는 무심결에 대답했다.

“일한 지는 일 년쯤 됐어요. 남자친구는 없고요.”

뤄원저우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사귀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

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엔 또 생각이 바뀔걸.”

뤄원저우는 웃으며 손가락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두드렸다. 그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남자는 없어?”

그의 긴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릴 때마다 린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무심코 내려다보니, 그가 손가락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천진'의 '천'을 쓰듯이 두드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뤄원저우가 이 방 안에 감시와 도청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음을 깨달았다!

 

린다우쉐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고르고 골라 내뱉었다.

“있어요… 이웃에 살던 사람인데, 퇴근길에 누군가 저를 따라왔을 때에도 도와줬고, 또 항상 잘 챙겨줬어요… 하지만 무슨 소용이에요. 저는 이곳 사람인 걸요. 분명 마음속으로 저를 미워하고 있을 거예요.”

 

“널 미워한다고?”

우쉐춘은 ‘싫어한다’가 아니라 ‘미워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 한마디에 그녀와 천전의 관계가 드러났다. ‘이곳 사람’인 그녀는 내막의 일부를 알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천위안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뤄원저우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조용히 물었다.

“그 남자는 아직 '여기'에 있나?”

우쉐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그를 볼 면목도 없어요. 그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더 바라는 게 없을 정도로요.”

 

뤄원저우는 안도했다. 천전은 잠시 붙잡혀 있을 뿐인 듯했다. 이 여자는 생각보다 훨씬 영리했다.

그는 소파에 가볍게 몸을 기댄 채 물었다.

“그는 무슨 일을 하지?”

 

우쉐춘은 언제나 사람을 상대하며 눈치를 보며 살아왔기에, 뤄원저우가 잠시 자세를 바꾼 것을 본 것만으로도 그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천전이 훙푸대관에 온 목적을 묻고 있었다.

 

우쉐춘은 CCTV가 있는 곳에 시선을 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한참 말을 정리하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저도 잘 몰라요. 바쁜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듣자하니 집에 ‘아이’가 있는데, 며칠 전 가출을 한 건지 사방으로 찾고 있다고 했어요. 그 ‘아이’가 예전에 한 번 이 근처에 와서 이상한 남자친구를 사귄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저한테도 물어봤었어요.”

 

“실종사건이야?”

뤄원저우가 물었다.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소용없어요, 아무도 안 들어줘요.”

경찰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우쉐춘의 온몸이 굳었다. 더듬거리며 말하던 그녀는, 무언가 떠올린 듯 덧붙였다.

“그 아이 공책에 지명이 하나 적혀 있었는데, 마침 여기 근처였거든요. 사는 곳에서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저한테 물어보러 오기도 했어요.”

 

천전은 ‘금삼각 공터’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감시와 도청기는 두 사람의 어색한 대화를 빠짐없이 전송했다.

 

2층의 어느 호화 객실에 술 냄새와 알 수 없는 향기가 진동했다. 이미 약에 취해 정신을 잃은 남녀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러나 소파에 둘러앉은 남자 몇 명은 비교적 차분해 보였다. 그들은 마약에는 손도 대지 않고 술만 조금씩 마시면서 화면 속의 뤄원저우를 주시하고 있었다. 앞자리에 앉은 이는 바로 화시구 형사대 팀장이었다. 그들은 뒤쪽에서 벌어진 난잡한 광경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태연하게 말을 나눴다.

 

그 중 한 남자가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놈은 한참이나 쓸데없는 소리만 하고 있잖아요. 아직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까?”

팀장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못 알아듣겠어? 지금 저 놈은 빙빙 돌려서 그 자식 행방을 캐내고 있는 거야. 살아 있다는 걸 알아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 거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아시는 겁니까!”

“그놈이 천전에 대해 아는 게 더 있었다면 혼자 무작정 뛰어들지는 않았을 거다.”

황 팀장은 책략을 세우듯 자세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 여자는 우리를 배신했다. 적당한 시기를 봐서 처리하는 편이 좋겠어.”

 

“황 팀장님, 그럼 저 뤄원저우라는 놈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내일 왕 국장한테 보고할까요?”

 

“왕 국장? 왕 국장은 나이를 먹은 탓인지 사람이 너무 물러졌어. 지금 전달하면 내일 당장 그 놈 집에 찾아가 돈을 주면서 풀어주라고 사정할 수도 있지. 설령 저 뤄원저우라는 놈이 눈치껏 우리랑 한 배를 타더라도, 앞으로 그에게 끝도 없이 돈을 바쳐야 할 거다. 그럴 바엔 아예 한 번에 정리하는 게 낫지.”

황 대장은 음흉하게 웃었다.

“다만 여기서 손을 대면 안 돼. 서구에서 일이 터진 지 얼마 안 됐잖아. 지금은 너무 예민하지. 할 거면 더더욱 티 안 나게 처리해야 해.”

 

“그 말씀은…”

 

“천전이라는 꼬맹이는 남겨둬. 바람이 잦아들었을 때 그놈을 미끼로 꺼내 오면 돼.”

황 대장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오는 길에, 예전에 저 놈한테 잡혔던 범죄자라도 우연히 마주치면 더 재미있겠지. 애초에 우리 일이 그런 위험 정도야 각오하고 하는 거 아니겠어. 단, 천전 그 꼬맹이가 말을 잘 들어야겠지. 주사는 맞혔나?”

 

곁에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맞혔습니다.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고개를 든 황 대장은 약 기운에 비틀거리는 여자가 들러붙자 역겨운 얼굴로 피했다. 그는 술 한 모금을 천천히 마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시국의 잘난 ‘엘리트’들이 고작 이런 수준이라니. 들어오자마자 두 마디 떠보지도 못하고 속내를 다 드러내 버리고, 줄곧 우리 감시망 안에서 놀아나기만 했지. 결국 어디서든 자기 인맥과 뒷배경으로 승진한다는 소리군.

그는 음울한 얼굴로 술을 한 모금 더 들이켰다. 모니터 속에서 여전히 여자와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는 뤄원저우를 바라보며, 염세적인 기분이 알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바로 그때, 방금 천전을 확인하러 나갔던 남자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황, 황… 황 팀장님, 그가…”

 

황 대장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창백한 얼굴을 한 부하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죽… 죽었습니다!”

황 팀장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멍청한 자식, 똑바로 말 못 해? 누가 죽었다는 거야?”

 

“그… 그게…”

남자는 혀가 꼬여버린 것처럼 말을 잇지 못 하고 손가락을 들어 천전이 갇힌 쪽을 가리켰다.

 

그제야 그의 말을 이해한 황 팀장의 머리가 쭈뼛 곤두섰다. 그는 벌떡 일어나더니 술잔을 집어 던져 그 부하 얼굴에 내리치며 소리쳤다.

“죽었다고? 누가 그 놈을 건드리라고 했지?”

 

부하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술에 젖은 얼굴을 들고 말했다.

“아무도 안 건드렸습니다. 그냥 주사만 놨을 뿐이에요. 진짜 조금이었습니다, 아주 조금이요. 황 팀장님, 이 놈들이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양이었습니다. 그 놈이 고작 이정도로 죽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할 지경입니다!”

 

약물의 과량 흡입은 생명을 좌우한다. 하지만 어느정도가 '과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이 땅콩 한 알이나, 우유 한 모금에도 알레르기로 인해 죽을 수 있듯, 어떤 사람들은 극소량의 마약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천전처럼 멀쩡한 청년이 그렇게 허약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다.

 

황 팀장의 머릿속이 ‘웅웅’ 울려댔다. 그는 고개를 돌려, 모니터 속의 뤄원저우를 노려보며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렸다.

“큰일이군. 이렇게 되면 놈을 여기에 붙잡아두는 수밖에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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