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줄리앙5
다음날 이른 오전, 뤄원저우는 우선 시국으로 돌아가 장 국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타오란과 함께 화시구 분국으로 향했다. 차를 막 세우자 먼저 와 있던 랑차오가 달려 나왔다.
랑차오는 커피 두 잔을 건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마샤오웨이가 구속됐어요. 중대한 범죄 혐의가 있다고 오늘 아침 바로 경찰차에 태워서 끌고 갔어요. 이제 막 뒤따라 온 취재 차량들을 내쫓은 참이에요.”
타오란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뭐라고!”
뤄원저우가 그의 어깨를 누르며 물었다.
“절차에 따라 구속한 거야?”
랑차오는 거의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뤄 팀장님, 당신이 보고 있는데 왕훙량 그 늙은이가 그렇게 티나게 실수할 리가요.”
뤄원저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증거는?”
“핸드폰이에요.” 랑차오가 빠르게 대답했다.
“이게 정말 수상한데, 피해자 허중이의 핸드폰을 룸메이트인 마샤오웨이가 갖고 있었어요. 분국 설명으로는, 어젯밤 사건 담당 경찰이 신고 전화를 받았다고 해요. 마샤오웨이가 새 핸드폰을 들고 있는 걸 봤는데, 그게 허중이가 갖고 있던 핸드폰 같아 보인다고요. 분국은 곧장 출동해 마샤오웨이를 불러 조사했고, 그 핸드폰을 찾아냈으며, 거기서 마샤오웨이와 피해자의 지문을 확인했다는 겁니다.”
뤄원저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타오란이 캐묻듯 물었다.
“누가 신고했는데? 신고자는 어떻게 그게 허중이의 핸드폰인 줄 안 거야?”
“듣기로는 그게 막 출시된 신형이고 꽤 비싼 브랜드라 그 동네에서는 쓰는 사람이 드물대요. 허중이가 친척한테 선물 받았는데, 가져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다들 한 번씩 본 적이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신고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왕훙량이 사람을 들여보내 억지로 찾아낸 거라고 해도, 나중에 가짜 신고자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뤄원저우가 손을 내저었다.
“중요한 건 그 핸드폰이야. 피해자의 핸드폰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마샤오웨이가 범인이라는 증거가 될 수 없어. 증거로서 허술하지. 혹시 마샤오웨이가 뭔가 하면 안 되는 말을 했어? 아니면 협박이라도 당한 건가?”
“정답이에요.” 랑차오는 도둑처럼 조심스럽게 사방을 훑어보고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이어서 말했다. “협박이라고 할 것까진 아니지만, 그 꼬맹이가 사회에 빨리 나와 돈을 벌려고 나이를 속였나봐요. 어젯밤 사람을 시켜 확인해보니 신분증을 고친 거였어요. 실제로는 이제 겨우 열여섯이 넘은 나이더라고요. 조금 겁주니까 다 말해버린 거죠. 핸드폰이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한참 얼버무리다가 주웠다고 했답니다.”
“그것도 사건 현장에서 주웠다고 했겠지.” 뤄원저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나 더. 아마 9시 15분쯤 말다툼하는 소리를 듣고 내려갔을 때 주웠다고 말했을 거고, 맞지?”
랑차오는 두 손을 들었다.
다른 증인이 범행 시간과 범행 장소를 증언해줄 수 있는 상황에, 마샤오웨이는 사건 현장에 가서 핸드폰을 ‘주웠다’고 말했다.
범인은?
못 봤어요.
뤄원저우는 말문이 막혀 자기 턱을 세게 문질렀다.
“이렇게 솔직한 ‘범인’은 진짜 오랜만에 보네.”
랑차오가 뭐라고 대꾸하기도 전에 왕훙량이 의기양양하게 다가왔다.
“어제 지역 치안 회의에 다녀오느라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돌아오니 용의자를 잡았다고 하더군! 시국에서 오신 젊은 분들은 역시 대단하군요. 정말 효율적이십니다!”
뤄원저우는 무겁던 표정을 억지로 거두고 빈틈없는 미소를 띠었다.
“왕 선배님, 이렇게 칭찬을 해 주시다니요. 저희가 공을 가로챌까 신경 쓰이시는 건 아니고요?”
왕훙량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큰 앞니 두 개가 입술 양옆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우리 모두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인데, 공이니 뭐니 따질 필요가 있겠나?”
그러나 그의 겉치레 같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랑차오가 느닷없이 끼어들었다.
“하지만 왕 국장님, 이 사건은 아직 증거가 완전히 확보된 건 아니지 않나요? 흉기도 발견하지 못 했고, 마샤오웨이도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으니, 저희가 협력해야할 부분이 남아 있을 것 같은데요.”
랑차오는 정말 말 그대로 ‘커다랗게 빛나는 눈’을 가졌다. 시국의 법의학과 전문가인 쩡광링 주임이 직접 감정하기를, 그녀의 눈은 드라마 속의 ‘샤오옌쯔*’보다 더 크다고 했다. 랑차오는 눈이 큰 만큼 눈가에 주름이 생길까 싶어 쉽게 웃지 않았고, 특별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웃을 때도 눈가 대신 입꼬리만 움직였다. 그 덕에 눈은 웃지 않는 미소가 몸에 밴 터라, 실상은 허당임에도 불구하고 겉보기엔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다.
랑차오는 이런 기술 덕에 범인 심문이나 상대를 위협하는 연기 같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원제 还珠格格)의 주인공으로, 배우 '조미'가 연기했다.
입으로는 “협력”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말투는 사람 면전에 침이라도 뱉을 것처럼 날카로웠다. 동시에 커다란 눈동자가 왕훙량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 따위의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집어 삼키게 했다.
왕훙량의 얼굴빛이 변했다.
“랑 양, 무슨 뜻이지?”
“아이고, 샤오차오. 그렇게 실례되는 말을 하면 어떡해.”
뤄원저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가로막으며 가볍게 나무랐다. 그러고는 왕훙량을 내려다보듯 바라보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왕 국장님, 이번에 저희가 큰 도움을 드리지 못 했으니, 이후에 필요하신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말씀만 해 주세요.”
왕훙량은 뤄원저우를 불편해하고 있었기에 얼굴 붉힐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며 쓴웃음을 짓고 돌아섰다.
랑차오는 허리에 손을 얹고 왕훙량의 뒷모습을 흘겨보며 말했다.
“듣자 하니 저 늙은이를 신고하겠다는 고발장이 벌써 신발장에 한가득 쌓였다던데,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계속 잘난 척을 한대요.”
뤄원저우는 담배를 입에 물고 그녀를 흘겨봤다.
“이번에 못 끌어내리면, 나중에 네 상사가 될 거야. 괴롭힐까 무섭지도 않아?”
“하!” 랑차오는 흰자위를 굴렸다. “그럼 그냥 그만두면 되죠. 나중엔 얼굴로 먹고살 거니까.”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부끄러운 소릴 해.”
뤄원저우는 잠시 웃더니 순식간에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마샤오웨이는 범인일 수도 있고 그냥 제정신이 아닌 걸 수도 있어. 나는 후자라고 본다. 내가 만약 사람을 죽였다면, 나중에 떠들 변명거리 정도는 마련했을 거야. 경찰한테 귀신 이야기를 하는 것보단 차라리 ‘집에 있었고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둘러대는 게 낫지. 현장엔 아직까지 범인이 남긴 흔적이 전혀 없으니, 아마 대담하고 세심하며 침착하고 잔인한 성격에 수사를 혼란시키겠다는 의도를 가진 사람일 거야. 그렇게 영리한 범인이 이렇게 멍청할 리가 없지.”
“나도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해.” 타오란은 전날 밤 차 안에서 페이두에게 들은 말을 간단히 전했다. “그러니 허중이의 사적인 관계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어. 예를 들어, 신발을 빌려준 사람에게 그 휴대폰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볼 수도 있겠지.”
뤄원저우는 가볍게 “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망설이며 말했다.
“네 말은, 그 신발이 빌린 거라는 건야? 꽤 흥미로운 관점인데…”
타오란이 잘라 말했다.
“내가 생각한 게 아니야.”
잠시 멍하니 있던 뤄원저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그는 곧장 얼굴을 찌푸렸다.
“페이두? 내가 말했지, 그 애가 이런 일에 끼어들게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알아, 어제는 우연이었어.” 타오란은 짧게 잘라 말하고는 화제를 돌렸다. “어떻게 생각해?”
“좋아. 그 신발부터 추적해 보자.” 뤄원저우가 결정을 내렸다. “타오란, 넌 계속 사건을 따라가. 랑차오, 넌 마샤오웨이의 주변을 주시해. 마샤오웨이에겐 아직 의문점이 많으니 더 알아낼 게 있으면 알아내고, 왕훙량 아랫것들이 어떤 수작을 부리는지 잘 지켜보도록. 나는 왕훙량의 뒤를 캐러 갈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자, 가자, 미남미녀 여러분. 오늘은 야근 확정이야. 수당은 없다.”
랑차오는 궁금증이 산더미처럼 쌓여 뤄원저우가 떠나자마자 성큼성큼 타오란의 뒤에 따라붙었다.
“타오 부팀장, 어제 그 잘생긴 사람은 도대체 누구예요? 왜 뤄 팀장님이 사건에 끼어들지 말게 하라고 한 거죠?”
타오란이 대답했다.
“당연히 안 되지. 경찰이 아니잖아.”
랑차오는 물러서지 않았다.
“근데 왜 팀장이 그 사람 의견이라고 하자마자 바로 수긍했죠? 그 사람이 코난이라도 돼요?”
타오란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돌아봤다. 랑차오는 원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주름 생긴다.”
타오란이 말하자 랑차오는 급히 손가락으로 눈가와 이마를 꾹꾹 눌렀다.
타오란은 잠시 멈칫하다가 간단하게 설명했다.
“페이두는 내가 원저우와 함께 처리했던 사건의… 신고자였어. 7년 전 일이야.”
그때 뤄원저우와 타오란은 막 졸업한 풋내기였다. 말 그대로 ‘젖살도 안 빠진 젊은 것들’이라 하는 일이 모조리 서툴렀다. 특히 간부 집안 출신인 뤄원저우는 젊은 시절 성격이 거만해, 모든 말에 불복하고 반항적이었으며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했다. 1등은 자기자신이고, 2등이 셜록 홈즈라고 하는 영국인이라는 식이었다.
그는 매일 하는 일이 단순한 출근이 아니라 은하계를 구하러 가는 일이라고 믿었지만 하는 행동은 죄다 허술했다. 처음 기초 현장에서 실습할 때에도 동네 주민들 사이의 분쟁을 중재하라 하면 꼭 싸움판을 벌이곤 했다.
그날 저녁은 떠돌이 강도단을 잡으러 경찰력이 전역에서 차출되어, 시국과 각 분국 및 지구대 인원까지 모두 투입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선배들이 보기에 ‘하는 일마다 사고만 치는’ 뤄원저우와 타오란 두 풋내기만이 남아있었다.
“110에 우리 관할 구역으로 신고 전화가 들어왔어. 주말에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자기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어떤 아이가 신고한 거였지. 그 아이가 바로 페이두였어. 그땐 아직 중학생이었고.”
랑차오는 깜짝 놀랐다.
“조사 결과, 페이두의 어머니는 분명 자살이었어. 원저우가 직접 가서 말해줬지만, 그는 믿지 않았어… 그때부터 둘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말하는 사이, 타오란은 이미 분국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봤으니 알겠지만, 페이두의 집안은 꽤 부유해. 아버지는 사업가인데 늘 출장 중이었고, 집에 일이 생겨도 며칠이 지나야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었어. 페이두는 어릴 적부터 조금 비사교적인 구석이 있어서 가정부를 몇 번이나 바꿨는데, 그럼에도 전혀 어울리지를 못했어. 그래서 사람이 죽은 넓은 집에서 내내 혼자 지내곤 했지. 그건 우리 둘이 처음으로 맡은 진짜 사건이어서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어. 오래 기억에 남았지. 명절에는 내가 그 애를 데리고 와 며칠 같이 지내기도 했어. 그때 당시에 그런 식으로 자주 만나다 보니 알게 됐어. 그 아이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걸.”
랑차오가 물었다.
“무슨 재능인데요?”
타오란은 잠시 머뭇하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범죄.”
랑차오는 그가 고른 단어가 ‘추리’나 ‘조사’가 아니라 ‘범죄’였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녀가 무언가 더 묻기도 전에 타오란은 말을 끊고 손을 흔들며 바삐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