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줄리앙3

제4장 줄리앙3

 

“나도 그 뉴스 봤어, 이 근처라면서?”

“난핑대로 건너서 조금만 더 가면 된대. 나도 가끔 본가 갈 때 교차로 안 지나고 그쪽으로 돌아서 가거든. 전에는 그냥 지저분하다고만 생각했지,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앗!”

 

티타임에 잡담하던 두 명의 여직원이 너무 몰두한 나머지, 뒤에서 누가 생방송을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그중 한 명이 손을 덜컥 떨면서 뜨거운 물 한 잔을 바닥에 쏟을 뻔했다.

 

“조심해요.” 손을 뻗은 페이두가 그녀의 컵 밑을 받쳐 들고는 옆에 내려놓았다.

“다음엔 이렇게 뜨거운 물은 붓지 마세요. 이렇게 여린 손이 데이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페이두는 평소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없고, 말하는 내용도 그저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그 흔한 말들이 그의 입을 거치는 순간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친밀감을 띠게 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공연히 마음이 흔들리게 만든다. 다행히도 그는 말을 끝내면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상대방이 혼자서 환상을 무너뜨릴 시간을 충분히 남겨주었다.

 

“페이 총, 깜짝 놀랐잖아요!”

처음엔 놀랐던 여직원들도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자 금세 안도했다. 절대적인 권위를 휘두르던 선대 페이 회장과 달리, 전 재산의 상속권을 가진 페이 공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에 가까웠다.

그는 사적으로 방탕하게 놀던 버릇을 회사에까지 들고 오지 않았으며 겉으로 보기에 ‘신중한 모습’도 그럭저럭 잘 연기했다. 평소에는 거의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편 업무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가끔 젊은 여자 직원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언제나 선을 넘지 않았고, ‘문제가 될 것 같은 상대에게는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히 지켜 선을 넘는 일도 없었다.

*원문은 '토끼는 자신의 보금자리 주변의 풀을 먹지 않는다'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는 뜻이다.

 

페이두는 흘러넘친 뜨거운 물을 휴지로 닦아내고 컵을 돌려주며 무심하게 물었다.

“방금 무슨 얘기하고 있었어요?”

 

“어제 맞은편 서구에서 강도살인 사건이 났는데 아직 범인은 못 잡았대요. 나중에 우리 인사부에서 출퇴근길에 조심하라고 메일 하나 보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좋네요.” 페이두가 진지하게 말했다.

“안 되면 그냥 범인 잡힐 때까지 휴가라도 낼까요? 일이 뭐가 중요해요. 여러분 안전이 제일이죠.”

 

두 여성 사원은 그가 농담하는 걸 알면서도, 그 말에 기분이 좋아져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갔다.

 

잠시 후, 페이두는 정말로 인사부에서 발송한 전체 메일을 받았다.

그는 컵의 밑바닥에 아주 조금 채워질 정도로 커피를 따르고, 헤이즐넛 초콜릿 시럽을 반 컵이나 짜 넣었다. 그리고는 카페인의 분자 하나하나를 죄다 설탕에 절이듯 휘젓다가 심심풀이 삼아 메일에 첨부된 영상을 재생했다.

 

“어젯밤, 우리 시의 화시 서구 민가 뒤편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은 공식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피해자 허 모 씨는 사건 현장 인근의 한 쉐어하우스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영상은 ‘선정주의*’로 유명한 인터넷 매체에서 올린 것이었다. 가식적인 내레이션이 두세 문장 이어지자, 화면 밖에서 갑자기 큰 소란이 터져나왔다.

*원문은 哗众取宠로, 말이나 행동으로 군중 심리에 영합하여 신임이나 칭찬을 받다, 환심을 사다는 뜻이다.

 

카메라는 즉시 호들갑스럽게 흔들거리며 방향을 틀면서 한 노점으로 초점을 맞췄다.

 

노점 주인인 듯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자가 눈을 부라리며 한 소년을 밀쳐내고 있었다.

“이 못된 놈, 덧셈뺄셈도 못 하는 거야, 아니면 양심이 없는 거야? 이게 고작 몇 푼이나 된다고 훔쳐? 훔쳐서 뭐 하려고? 집에 가져가서 네 애미 관이라도 사드릴 거냐?”

 

옆에서는 몇몇 한가한 중노년들이 불법 점유된 노점에서 만두를 먹으며,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였다. 그들은 의무라도 느끼는 듯 잡담을 나누면서도 카메라를 향해 해설을 곁들였다.

 

“너 저 놈이 샤오빙* 사는 거 봤지? 주인이 돈은 거기 놓고 잔돈은 직접 챙겨 가라고 했는데, 이건 양심에 맡긴 거잖아. 그런데 저 녀석이 10위안을 내고는 거기서 15위안을 꺼내 가더라고.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5위안짜리 밥 먹고선 5위안을 챙긴 거야. 대단하다, 장차 큰 부자 되겠구만.”

“저런 놈은 두들겨 패야 돼. 젊어서 도둑질이나 배운 것들은 나이 들면 마약 밀매에 살인까지 할 거다. 우리 동네 치안이 어떤데? 해 떨어지면 아무도 마음대로 못 돌아다녀. 다 저런 외지에서 굴러온 쓰레기들이 문제지.”

“몇 번이나 신고했는데도 아무도 안 나서더니, 봐라, 이번에 사람 죽었지? 내가 뭐랬어?”

*호떡 같은 중국 요리.

 

중노년 응원단이 한두 마디씩 얹은 덕에 상황은 금세 격화됐다.

노점 주인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결국 손을 들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채, 피가 날 듯 붉어진 목덜미와 귓가를 드러내며 한 마디 말도 못 하고 그저 도망칠 뿐이었다.

보다 못 해 둘을 떼어놓으려 나선 몇 사람은 오히려 싸움에 휘말리고 말았다.

 

충돌은 순식간에 번져,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서구 토박이와 외지인이 서로를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사태로 변해 있었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었고, 카메라는 세네 번이나 휘청였다. 페이두는 커피를 다 저은 뒤, 이 하찮고 시시한 싸움이 전혀 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느끼며 영상을 끄려 했다.

 

그 순간, 영상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경찰 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란 속에서 제복을 입은 몇 사람이 힘겹게 들어왔다. 그들은 엉켜 있는 사람들을 갈라놓으려 했으나 금세 군중 속에 파묻혔다. 누군가에게 맞아 안경을 떨어뜨린 경찰까지 있을 정도였다.

 

페이두는 그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하고는 영상을 끄려던 손을 멈췄다.

 

오후, 화시구 분국에서는 왕훙량이 ‘회의’라는 명목으로 슬그머니 도망쳤다.

 

뤄원저우는 두 손을 뒤로 한 채 허리를 굽히고 타오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저번에 마약반 지원으로 범인 잡으러 갔을 때, 총격이 20분이나 이어졌어도 이런 ‘중상’을 당한 녀석은 한 명도 없었어. 이제 알겠다. 내가 눈을 좀 떼면 화려하게 소란을 일으키는구나. 밤에 집 가면서 광견병 주사 맞는 거 잊지 마라.”

타오 형사의 턱은 어느 영웅의 손톱에 긁힌 것인지 핏자국이 선명했다.

 

분국 안은 어수선했다. 집단 난투극에 참여했던 군중들은 전투 의지가 드높아 경찰서에 끌려와서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고함 섞인 욕설 속에서 몇몇 경찰의 “앉아!”, “얌전히 해!” 같이 빈약한 어휘력이 드러나는 말들이 들려왔다. 관할 파출소에서 차출된 인원들은 우왕좌왕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그런 와중에 뤄원저우가 들어서며 문을 세차게 두드려 닫고는, 서로 맞서던 양측을 상회하는 기세로 단번에 사람들을 제압했다. 이 커다란 소리에 놀란 모든 사람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뤄원저우는 문틀에 기댄 채 물었다.

“경찰한테 손 댄 놈들은 알아서 자수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부인하는 거야? 사람이 많으면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뤄원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전부 구류한다. 나중에 가족한테 보석금 내라고 연락하는 거 까먹지 말도록. 가족이 없는 사람은 직장 상사한테 연락해. 듣자하니 어떤 놈은 불법 노점에 무허가 영업까지 했다던데? 잘됐군. 그것도 포함해 철저히 처벌한다. 앞으로 파출소 동료들에게 너희 같은 전과자들은 특별 관리하라고 전해두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쉰 전후의 중년 남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누가 전과자라는 거야? 우리가 언제 경찰을 때렸다고? 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구류라니! 말해두는데, 나는 심잠병 환자니까!”

 

뤄원저우는 시선도 주지 않고 시시하다는 듯 말했다.

“바디 카메라라는 거 들어본 적 있어?”

마침 나타난 랑차오가 뤄원저우에게 서류 몇 장을 건넸다. 뤄원저우는 건네받은 서류를 슬쩍 보고는, 시끄럽게 굴던 중년 남자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공교롭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한 교장선생님? 저 원저우인데요…… 아닙니다, 바쁘기는요. 혹시 학교에 ‘위레이于磊’라는 보안요원 있습니까?”

 

정말 심장병이 도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중년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뤄원저우는 휴대폰을 들고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한번 확인해 주시겠어요. 가로선 두 개에 왼쪽으로 살짝 삐친 세로선이 있는 ‘위于’ 자에 돌 석 자 세 개 포개 놓은 ‘레이磊’입니다. 53세 남자예요. 아…… 큰일은 아니고요. 이 아저씨가 기력이 왕성해서 싸움질하다가 파출소에 구류됐습니다. 그런데 자기가 심장병이래요. 혹시나 이쪽에서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곤란하지 않겠어요? 우리도 책임 질 수 없으니까요. 한 교장선생님, 그러니 사람 한 명 보내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이 사람을 빨리 데려가라고 해 주시겠어요.”

 

“나… 나, 난 이웃의 안전을 지키려 했을 뿐이라니까!” 뤄원저우가 여전히 통화중인데도 불구하고, 위레이라는 중년 남자는 허둥지둥 입을 열었다. “이건 정당방위야!”

 

뤄원저우가 웃으며 말했다.

“'정당방위'가 뭔지는 아시나봐요?”

위레이는 손가락을 들어 옆에 모여 있던 젊은이 몇 명을 가리켰다.

“나는 정당방위라니까! 저놈들 중에 어젯밤 사람 죽인 살인범이 있어! 내가 다 들었어!”

 

뤄원저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저 난투극이었던 소동으로 개별 심문까지 하게 될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 했다.

외부에서 수사하던 형사들까지 다급히 돌아와 증언을 채취했다.

 

“그 위레이라는 불량배 말에 따르면, 어젯밤에 불 끄고 반쯤 졸고 있을 때 남자 둘이 말싸움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둘 다 외지 사투리라 무슨 내용인지는 잘 못 알아들었지만, 느낌상 서로 아는 사이 같다고 했어요.” 랑차오가 긴 머리를 넘기며 말했다.

“확인해 본 결과, 위레이의 집은 사체가 발견된 곳에서 직선거리 오십 미터도 안 됩니다. 일층집이라서 창문을 열어놨다면 충분히 들렸을 거예요.”

 

뤄원저우가 물었다.

“대략 몇 시즈음?”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홉 시에 잤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아니고, 반쯤 깨어 있는 상태라면 아홉 시 반을 넘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사망 추정 시각과 비교해봐도 문제 없습니다. 그 외에도 근처에 사는 주민 몇 명으로부터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여러 개 나왔습니다. 다만 그 주변은 밤마다 술 취해 싸우는 사람이 많아서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괜히 나서서 보려는 사람도 없었다고 해요.”

 

“뤄 팀장.”
턱에 밴드를 붙인 타오란이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

“와서 봤으면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심문실에는 샤오하이양이 테이프로 붙인 안경을 쓴 채 앉아 있었고, 그의 맞은편에는 왜소한 소년 하나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마샤오웨이. 만으로 열여덟이 됐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미성년자 같아. 오늘 낮에 있던 집단 난투 사건도 이 녀석이 남의 돈 5위안을 훔친 게 발단이었지.”

타오란이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그는 피해자 허중이와 쉐어하우스에서 같은 방을 쓰던 룸메이트야.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본 인물일 가능성이 높아.”

 

뤄원저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문을 열고 심문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샤오웨이는 잽싸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뤄 팀장의 강한 기세에 눌렸는지 소년의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샤오하이양이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해."

마샤오웨이는 깍지를 끼듯 두 손을 쥐고선 모기처럼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 허중이는 H성 사람이에요. 다른 룸메이트랑 동향이긴 한데, 같은 마을 출신은 아니에요. H성이 꽤 크다잖아요. 중이 형은 조금 더 외진 곳 출신인 것 같아요. 중이 형은 작년에 막 이사온 참인데 좋은 사람이었어요. 외향적이고. 부지런해서 방 청소도 자주 하고… 원, 원한 같은 걸 살 사람은 아니에요.”

 

샤오하이양이 또 질문했다.

“그럼 이 근처에 친척이나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마샤오웨이가 고개를 툭 떨어뜨리더니, 뭔가 생각난 듯 재빨리 흔들었다.

“아, 아뇨, 몰라요, 들은 적 없어요.”

 

뤄원저우가 끼어들었다.

“어제 저녁 여덟 시에서 열 시 사이에 넌 어디 있었지?”

마샤오웨이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그는 여전히 눈을 피한 채 조용히 말했다.

“집… 집에 있었어요.”

 

“집에서 뭐 했는데?”

“아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TV 봤어요.”

 

“혼자서?”

마샤오웨이는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아챈 듯, 안색이 확 변했다.

 

“괜찮아, 꼬마야.” 뤄원저우가 의자를 당겨 앉으며 상냥하게 웃었다.

“여긴 강력계야, 형사 사건만 다루지. 5위안 훔치려다 실패한 걸로는 형사 처벌은 안 받는다. 긴장하지 마.”

 

소년은 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 할 정도로 불안해졌다.

 

뤄원저우는 말투를 바꾸며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지, 상습적으로 절도해 교화하기 힘들 경우에는 '큰 금액'이 아니어도 형사 처벌 받는 거 알아? 설마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마샤오웨이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푸르스름한 얼굴이 공허하게 굳었다.

 

뤄원저우가 가볍게 탁자를 두드렸다.

“혼자 집에서 TV 봤다고? 같이 사는 애들은?”

 

“중이 형은 어제 퇴근한 뒤에 옷만 갈아입고서 바로 나갔어요. 자오 형… 그러니까 중의 형이랑 고향이 같은 그 형은 며칠 전에 장례식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갔고요.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있었어요. 하지만, 저, 제가 한 건 아니에요….”

 

“네가 했다고 한 적은 없어.” 뤄원저우가 그의 횡설수설한 말을 끊었다.

“주변 주민들 말로는 사건 현장 근처에서 누가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더라. 너희 집은 사건 장소랑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지? 들렸을 법도 한데. 넌 뭘 들었지?”

 

마샤오웨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들었으면 들었다, 못 들었으면 못 들었다 한 마디면 되잖아. 이렇게 간단한 걸 왜 이렇게 오래 생각해?”

“아, 아마도 조금 들은 것 같아요. 근데 TV 볼륨이 좀….”

 

“대략 몇 시쯤?”

마샤오웨이가 무심코 내뱉었다.

“9시 15분이요.”

 

그 말이 떨어지자, 메모하던 샤오하이양과 문가에 서 있던 타오란이 동시에 그를 바라보았다.

뤄원저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방금까진 ‘아마도 조금 들은 것 같다’더니, 시간을 분까지 딱 맞춰 기억한다고?”

 

마샤오웨이는 입을 다물었다.

 

“샤오마, 사실대로 말해야 돼.” 타오란이 부드럽게 말했다.

“어떻게 9시 15분인 걸 정확히 알았지? 정말 들은 거야, 아니면 그 시간에 사건 현장 근처에 있었던 거야? 너 뭐 알고 있는 게 있지?”

뤄원저우는 그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이어서 질문했다.

“오늘 여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 하면, 넌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게 될 거야.”

“난 네가 범인은 아니라고 믿는다.” 타오란이 반대로 달래듯 덧붙였다.

“네가 저지른 일이 아니라면 무서워할 필요 없어. 아는 건 다 말해. 이건 살인사건이야. 일의 심각성 정도는 구분할 줄 알지?”

 

마샤오웨이는 본능적으로 그를 향해 구원의 시선을 던졌다.

뤄원저우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어딜 보는 거야? 지금 네가 대답할 차례잖아!”

 

“저…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들, 들었어요.” 마샤오웨이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9시 15분쯤, 밑에서 누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가 좀 익숙해서, 내려가 보려고 했는데……”

 

“뭘 봤지?”

“아무것도 못 봤어요.” 마샤오웨이가 눈을 크게 떴다.

“사람 그림자조차 못 봤어요. 마치 아까 들은 게 다 환청이라도 되는 것처럼요. 가, 가로등도 고장 나 있었고요, 전… 저는

 

뤄원저우가 코웃음을 쳤다.

“꼬맹아, 우리한테 귀신 이야기 들려주는 거야?”

 

마샤오웨이는 빨개진 눈으로 두려움 가득한 표정을 하고선 뤄원저우를 올려다보았다. 눈에 실핏줄이 하나하나 피어올랐다.

 

그들은 몇 차례나 같은 질문을 달리 바꿔가며 추궁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소년을 거의 무너질 지경으로 몰아붙였지만, 마샤오웨이는 끝내 쓸 만한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그저 그 어설픈 심야 귀신 이야기를 몇 번이고 되풀이했을 뿐이었다.

 

“저는 그 애가 범인인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요.” 랑차오가 분국을 나서며 말했다.

“심리적으로 너무 약한걸요. 조금 겁준 걸로 전부 말하는데, 정말 무언가를 저질렀다면 우리가 그렇게 몰아붙였을 때 진작 다 털어놨을 거예요…… 하지만 귀신 운운한 건 또 이상하단 말이죠.”

 

짧게 “음” 하는 소리를 내는 뤄원저우에게 타오란이 물었다.

“왜?”

 

“꼭 이상한 소리인 건 아니지.” 뤄원저우가 말했다.

“그가 말한 건 아마 사실의 일부일 뿐이고, 뭔가를 숨긴 게 있을지도 몰라. 내일 다시 얘기하자. 너희 둘은 어떻게 갈래? 일단 시국으로 돌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휘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길가에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SUV가 서 있었고, 한 사람이 차에 기대 서 있었다.

“타오 형사님, 수고했어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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